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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식량위기 시대 농업인,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습니다.

글: 이창표,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한자로 11일은 十一일이고 이 두 한자를 합치면 흙 토자(土) 가 되기에, 매년 11일은 일년 내내 흙을 일궈 우리에게 소중한 식량을 제공하는 농업인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기후위기가 이런 농업인들의 생계뿐 아닌 우리의 식탁마저 위협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가 농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30년(1991~2020년)간 연평균 기온이 과거 29년(1912~1940년)에 비해 1.6°C 상승하자, 사계절이 뚜렷했던 온대성 기후가 열대·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변해가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대구의 사과, 김천의 포도, 제주의 감귤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편, 남부 지방에서는 파인애플,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기상청과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농업과 수산업’ 부분에 따르면, 세기말 쌀 생산량은 25%, 옥수수는 10~20%, 감자는 10~30%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치의 주 재료인 고추와 배추는 고온에서 생산량이 감소해, 고추는 세기말 89% 생산량이 감소하고 고랭지 배추는 2090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식을 대표하는 김치의 주 재료를 한국에서 더 이상 재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막고 우리 밥상을 지켜주세요

기후변화에 인력부족, 토양오염... 설상가상의 농촌

한국 농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기후변화 뿐만이 아닙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 위기를 극복할 인력도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도시에 거주하자, 지난 20년간 농민수와 농지면적은 각각 35%, 18%씩 감소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90%인 반면, 농가 인구수는 23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5%에 지나지 않습니다. 

농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토양의 상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토양은 주요 선진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가 투입되어, 이제는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여 경제적 이익과 생산 효율성이 높은  농산물 위주로 재배가 되자, 농산물 품목 수는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aT한국유통공사에 가격정보를 제시하고 있는 농축수산물의 수는 불과 50개 품목에 불구합니다. 경제성과 기계화가 용이하고 화학비료에 잘 반응하는 옥수수와 같은 작물은 널리 보급된 반면 수수, 조, 기장 등의 작물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천여 종의 식량자원을 활용하던 인류가 지금은 100여 종 식물의 생산지역만을 확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현재 생산되는 곡물의 2/3는 쌀, 밀, 옥수수 3가지 작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대규모 영농에 따른 기계화, 화학화는 토양침식을 초래했고 지구상에 경작 가능한 토지를 매년 0.3~0.5%씩 파괴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눈물,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수도 

이러한 피해는 농민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식탁, 넘어서 우리 국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안보의 위기는 이미 소비자들의 가계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이변 상황이 반복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세계 곡물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0월에 3% 급등하며 133%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FAO는 보고서에서 올해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줄었고 에너지 대란에 따른 작물 재배 시설 운영 차질, 비료 가격 상승, 운송 비용 급증, 인력난으로 공급망이 붕괴된 점 등을 식량 가격 급등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압돌레자 압바시안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료를 비롯한 투입 비용 증가가 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지금까지 수급 불일치가 문제됐지만 내년에는 생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21.7%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먹는 곡물의 78.3%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수입의존도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갈수록 올라가는 식량 수입 금액의 부담도 덩달아 오를 것입니다. 특히 UN IPCC 의 보고에 따르면 수십 년 내 기후변화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혀,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한국은 더 큰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대책은 무엇일까? 

식량자급률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농업이 일어나야 합니다. 현재 한국 농민이 받는 농업보조금은 6.7% 수준으로 OECD 평균은 10.6%, 유럽연합(EU)은 이보다 더 높은 17.1% 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EU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강화된 농업 지원정책을 펼치는 스위스는 41.3%로 우리보다 6배 이상 높은 상황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병든 영토를 자정하기 위해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생태농업을 시도해야 합니다. 생태농업은 단기적으로는 생산량을 확보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양 생태계를 회복시켜, 보다 지속가능한 농축산물 생산과 다양한 농작물의 생산을 가능케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위험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그린피스는 한국정부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촌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지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를 막고 우리 밥상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