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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의 성과와 과제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197개국, 2만 5천여명이 참석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가 지난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2주간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이번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국제기후정치 전문위원을 초청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97개국, 2만 5천여 명이 참석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가 지난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2주간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이번 총회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후원자 여러분께 신속히 전해드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16일 120여 명의 후원자와 서포터즈 분들을 모시고 2시간 동안 웨비나를 진행하였는데요. 이번 당사국총회에 그린피스를 대표하여 참석한 후안 파블로 오소르니오 그린피스 국제기후정치 전문위원을 초청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서울사무소의 장다울 정책 전문위원, 김지석 기후에너지 전문위원과 함께 총회의 배경과 한국에게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린 후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며 열띤 질의응답도 진행하였습니다.

COP26 패널 토론에 참석한 그린피스 후안 파블로 전문위원(오른쪽 세 번째)과 제니퍼모건 사무총장(오른쪽 첫 번째)

그린피스는 웨비나에서 전해드린 이야기에 더해, 이전 COP26 소개글에서 예고해드린 바와 같이, 이번 COP26의 주요 성과와 과제도 자세히 정리해 봤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첫 번째 세션은 장다울 정책전문위원이 당사국총회의 배경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y)의 줄임말인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후 1995년부터 거의 매년 개최되었습니다. 2015년 COP21에서 도출된 파리 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온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합의한 최초의 사례였죠.

한편,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후 기후 위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습니다. 2018년 10월, 기후 과학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때보다 2도 상승하게 될 경우 입게될 극심한 생태계 파괴와 경제적 피해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보다 2030년까지 약 45% 줄이고 이번 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에 도달해야 한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장다울 정책 전문위원이 웨비나에서 IPCC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기간을 제외하고는, 파리 협정이 체결된 이후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서 개최된 COP26에서 세계 정상들은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훨씬 높은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죠.

두 번째 세션에서는 후안 파블로 전문위원의 COP26의 주요 성과와 과제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이번 당사국총회는 시작 전부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고, 사전에 제출된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합쳐본 결과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목표는 1.5도를 훨씬 상회하는 2.7도를 가르켰죠. 심지어 일부 국가들은 파리 기후협약이 2도 목표였다고 강변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매우 긴장된 상태로 시작된 이번 총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일정 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주목할만한 합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살펴볼까요?

후안 파블로 전문위원이 웨비나에서 COP26의 성과와 과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명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원인 석탄발전을 퇴출하는 것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과제였습니다. 공식 폐회일을 하루 넘기며 혼전의 협상 끝에 ‘글래스고 협약’에서는 석탄화력발전과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목표가 담겼습니다. 인도와 중국의 강력한 요구로 애초의 목표였던 ‘단계적 중단’보다 후퇴한 것입니다. 게다가, 단계적인 감축도 언제까지 하겠다는 기한 역시 설정되지 않아 아쉬운 한계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P 합의문에 처음으로 석탄발전을 줄이겠다고 명시한 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2022년 NDC 재점검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과학자들이 말하는 적정 감축량 사이의 격차는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글래스고에서 결정적인 것은 로드맵을 찾는 것이었죠. 일부 국가들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검토해서 내년인 2022년 말까지 강화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1.5도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당사국들이 더욱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로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입니다.

한국 역시 꼼수를 배제하면 30%에 불과한 2030년 NDC를 재검토하고 상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의지와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내외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높은 감축 목표를 내세운 다른 국가들의 강한 정치적 압박을 내년까지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린피스 영국 자원봉사자들이 COP26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행진 모습

3. 부문별 약속과 협의
전체 합의문 이외에도 COP26에서 다양한 다자간 합의들이 나왔지만 크게 눈에 띄는 네 가지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첫째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100곳이 넘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2030년까지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고 되돌리기 위한 서약에 서명했습니다. 아마존 훼손 문제로 큰 비난을 받았던 브라질도 동참하였죠. 여기에 서명한 국가들의 산림 면적은 전 세계의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광대합니다. 그러나 2014년에 산림 보호를 위해 체결된 뉴욕 협약이 실패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동참한 국가들의 철저한 노력과 투명한 감시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시행시기 역시 2030년보다 훨씬 더 앞당겨져야 시급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약에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천연가스 가스를 생산, 운송,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메탄은 주된 메탄가스 배출의 원인의 하나로 꼽힙니다. 메탄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많은 열을 지구에 가두는 온실효과를 일으키죠. 그래서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스정과 파이프라인에 관해 엄격한 통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공장식 축산업 및 각종 매립지에 대한 조치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로, 글래스고 협약과는 별개로 40여 개국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선언에 합의하였습니다. 주요 경제국의 경우 2030년대, 다른 국가의 경우 2040년대에 "완전한 석탄 발전에서 전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 선언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는 것이냐는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한국 정부는 그러한 노력을 위해 힘쓰겠다는 취지에서 동참했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넷째로, 30개국은 주요 시장의 경우 2035년, 기타 지역의 경우 2040년까지 신차 100% 무공해차만 판매하겠다는 약속에 서명했습니다. 포드, 지엠,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 11개 기업도 참여했죠.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독일,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와 같은 주요 자동차 제조국가 정부들은 대부분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Climate Action Tracker가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글래스고에서 발표된 부문별 약속은 2.2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잠재적으로 감축할 수 있고, 독일, 일본, 영국을 합한 배출량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아직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동참할수록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얼마나 이런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이 COP26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행진 모습

마지막 세션으로는 김지석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COP26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COP26에서는 정부 간 약속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선언도 있었습니다. 약 130조 달러의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450개의 자산관리회사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130조 달러는 전 세계 금융자산의 약 4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앞으로 금융기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석탄발전소나 유전 개발과 같은 탄소 산업과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산업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이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국내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 가스전 개발 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정부에게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정책 기조에 대해 너무 빠른 전환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김지석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웨비나에서 한국의 과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딜로이트 경제연구소는 한국이 기후위기에 미흡하게 대처할 경우 2070년까지 반세기 동안 입게 될 경제적 누적 손실이 9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죠. 산업계는 신속한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큰 문제 없을 것이다’, ‘우리가 버티면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다’라는 잘못된 집단 면역의 환상에서 이제라도 깨어나야 할 시간입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 COP26에서 합의된 바와 같이 NDC를 상향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은 곧 차기 정부로 넘겨질 것인 만큼,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인 기후 공약 제시가 필요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조속히 석탄발전소를 퇴출하고 국내외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즉각 중단하며 이와 관련된 보조금을 없애고 재생에너지 시설을 빠르게 늘려야 합니다. 2030년 이전에 신규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고 현행의 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하며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 위한 규제를 도입해야 하죠.

후원자분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사진

이렇게 준비된 세션을 마치고 참석해 주신 후원분들과 함께 1시간 가까이 Q&A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COP뿐만 아니라 후원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재생에너지 시장 구조, 축산업과 비건, 건물 난방, 배출권 거래제 등 다양한 기후 위기 문제와 대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호가 COP26에 참석한 국가 지도자들을 향해 배너 액션을 하고 사진

이번 웨비나를 통해 얼마나 많은 후원자분께서 기후 문제에 깊은 고민을 하고 계신지, 그리고 얼마나 그린피스에 애정을 지니고 계시는지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COP26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막을 내렸고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여전히 미온적이지만, 그린피스는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을 향해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 길에 후원자분들과 많은 시민분의 지지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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