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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세권을 찾아라' 사라지는 우리 겨울 먹거리 (feat. 기후위기)

글: 이창표,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추운 겨울철, 종이 봉투 안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붕어빵. 이 붕어빵이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 주변을 ‘붕세권’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기후변화와 붕어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12월 22일은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입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예로부터 팥에 벽사(辟邪)의 힘이 있어, 모든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풍습이 아닌 과학적으로 보더라도, 팥 껍질에는 성인병과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안토시아닌 색소가 있기에 겨울철 건강식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또한 팥은 높은 기온 속에서 콩보다 빨리 상하기에, 추운 겨울에 보다 쉽게 다룰 수 있죠. 그 이유로 겨울철에는 팥죽과 칼국수, 팥 시루떡, 찐빵 등이겨울철 대표 음식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붕어빵이 한국인의 대표적인 겨울철 간식으로 자리 잡았죠.

이러한 붕어빵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붕어빵을 파는 길거리 가게 수가 21%나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2018년부터는 붕어빵 가게를 찾기 힘들어지자 ‘붕세권’(붕어빵 가게와 가까운 곳)이란 신조어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붕어빵 가게를 찾기 힘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사태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수가 적어진 것도 이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붕어빵을 만드는 재료값이 모두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죠. 

팥, 밀가루, 식용유는 붕어빵의 주 재료입니다. 이 세 재료는 모두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 수입을 통해 조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중국, 미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작물 생산국의 생산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팥소를 만들 때 쓰이는 수입 팥 40kg의 도매가격은 작년보다 17.1% 올랐습니다. 식용유 18L 가격 역시 전년대비 43.8% 비싸졌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재료 값의 상승뿐 아닌 재료의 보관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팥은 높은 기온에서 보관하면 쉽게 상합니다. 겨울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자 팥의 보관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겨울철 이상기후로 날씨가 들쑥날쑥해져 겨울철 간식에 대한 수요도 일정치 않으니 장사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대로 기후변화가 이어진다면, 붕어빵뿐 아닌 팥을 재료로한 음식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팥 생산량은 동북아 3개 국가에서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의 팥 자급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67.4%에 달했지만, 2020년 16%대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팥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중국 내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중국이 팥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붕어빵과 동지팥죽 등 한국의 겨울철 전통음식은 사치스러운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팥을 비롯한 식자재 비용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수입을 늘려 수급 안전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한, 수입을 통한 공급망 확대의 효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목표는 국내외 탄소 순배출량을 섞은 것으로, 총 배출량만 계산하면 30%로 낮아집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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