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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면 '벌벌' 떨어야 한다고?

글: 그린피스
5월 20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입니다. 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벌벌 떨어야 한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주인공 없는 벌의 날?

벌이 활짝 핀 꽃 위에 앉아 있다.

올 초부터, 뉴스를 통해 ‘꿀벌 실종’ 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지난 1, 2월, 겨울잠을 잔 벌을 깨우기 위해 열린 벌통 속이 텅텅 빈 것이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중인 사육 꿀벌 약 39만 봉군(벌의 무리, 벌떼를 의미하며 1봉군에는 약 2억 마리가 있어 약 78억 마리)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맘때 사육되는 양봉용 꿀벌은 평균 255만 봉군 가량인 점을 생각하면, 대량의 꿀벌이 행방불명된 것입니다.

꿀벌 실종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사육 꿀벌 수가 153만 봉군으로 가장 적었던 2011년에도 벌꿀 생산량은 평년보다 더 많았고, 벼, 밀, 보리 등 수요가 큰 곡물은 가루받이 곤충 없이 자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또한 꿀벌 수정이 필요한 곡식은 인공 수정을 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양봉업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종벌은 낭충봉아부패병(애벌레의 소화기관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죽는 감염병)의 영향으로 이미 지난 10년간 95%가 사라졌으며, 천연 꿀 생산량 역시 2014년부터 6년간 89%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꿀벌의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해외에서만 접하던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군집 붕괴 현상이란 꿀을 구하러 간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까지 집단으로 죽는 등, 벌통 안에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할 꿀벌 개체 수가 부족해 군집이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현상의 이유는 응애, 농약, 환경오염 등으로 추정될 뿐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2006년 군집 붕괴 현상으로 미국 벌의 25~40%가 사라지고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꿀벌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벌 구하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인공 수정으로 벌꿀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우린 그 대답을 중국 남서부 쓰촨성의 한 산골마을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 마을의 벌은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 남용으로 개체수 대부분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농부들이 직접 손으로 수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쓰촨성 마을 주민이 인공 수정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담배 필터를 단 막대기입니다. 사과나무의 꽃가루를 담배 필터에 묻혀 다른 꽃에 옮기는 것입니다. 마을 농민 중 가장 솜씨가 뛰어난 사람은 이 방법으로 30분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핀 꽃에 꽃가루를 묻힙니다. 꿀벌 한 마리가 하루에 1천 송이 이상의 꽃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진 것이죠. 이는 곧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가 꿀벌을 포함한 곤충의 수분활동에 의존해 생산됩니다. 만약 지구상의 모든 벌이 사라져 이 농작물을 중국 쓰촨성 마을의 농부들처럼 인공 수정을 하게 된다면, 모든 식자재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농사에 투입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벌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옮긴 꽃가루는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생존도 큰 위협을 받습니다.

사라지는 나비, 매미, 장수풍뎅이…곤충겟돈이 다가올수도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종의 보호를 위한 투자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물의 수분에 도움이 되는 벌과 같은 곤충뿐만 아니라 모든 곤충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70년대 산에서 흰색 천에 조명을 켜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수많은 곤충이 천에 들러붙은 반면, 오늘날 산에서 똑같이 하면 천에 점 몇 개가 보일 정도로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말합니다. 곤충의 다양성과 그 개체수가 함께 줄어든 것입니다.

이런 속도로 곤충이 사라지면 자연 생태계가 위협을 받습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3,000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곤충은 개화식물 87%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조류와 포유류가 곤충을 먹이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곤충들이 사라진다면 먹이사슬이 무너져, 급기야는 인간의 생존마저 불투명해지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요한계시록에서 인류 최후의 전쟁이 벌어진 ‘아마겟돈’에 빗대어 곤충의 멸종으로 세계 멸종이 다가온다는 ‘곤충겟돈’(insectageddon)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곤충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약, 살충제 등도 큰 이유이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 서식지가 풍부한 지역의 곤충 개체수는 단 7%만 감소한 반면, 농업이 발달되고 기후변화 현상이 심각한 지역의 곤충 개체수는 49%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곧 기존 생태계에서 살아가던 곤충이 급격히 변하는 기온에 적응해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쳐오지 않았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뜨거워질 경우 극한 폭염의 발생 빈도수는 8.6배가 되고 최고 온도도 2℃ 가량 높아집니다. 1.5℃를 넘어서 2℃ 오를 경우, 폭염 발생 빈도수는 13.9배나 늘어나 극지방의 영구동토층은 더욱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해수면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과학자들의 엄중한 요구대로, 그리고 세계 각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3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한 기후행동을 긴급히 강화해야 합니다. 공허한 선언을 넘어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전 지구적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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