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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소니, 삼성, LG, SK는 과연 그린워싱에서 자유로울까?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제품의 브랜드는 앞다투어 탄소 저감과 RE100을 외치고 있습니다. 정말 잘하고 있을까요? 그린워싱 감별사 그린피스가 애플, 구글, 소니, 삼성, LG, SK를 들여다봤습니다.

최첨단 기술 시대의 어두운 이면

최첨단 기술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사는 지금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산업의 폐해가 지금의 기후 위기 시대를 부추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인 셈이죠. 그 관계를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전 세계 기술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전력을 쓸 경우, 2030년 전 세계 기술 산업 분야의 전력 소비량은 2020년에 비해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기술 산업이 소비하는 전력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죠. 전 세계 전력 생산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다국적 기술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상당합니다. 그린피스가 이번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제품 브랜드 10곳 그리고 그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주요 동아시아 공급업체 14곳이 2021년에 소비한 전력량은 170TWh였습니다. 스위스 연간 전력 사용량의 3배, 칠레의 2배, 아르헨티나의 1.3배에 달하는 전력을 쓰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선도적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 중 가장 먼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전략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죠. 그렇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애플 같은 기업들이 혼자서 상품을 다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종적인 브랜드 이름만 내걸고, 생산은 세계 각지의 제조업체들이 맡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린피스는 글로벌 브랜드사와 동아시아의 공급업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또, 브랜드사는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실제로 지원하고 있는지도 조사했습니다.

글로벌 전자 제품 브랜드와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내 서울, 베이징, 타이페이, 도쿄 사무소가 함께 외부 기관인 미국 스탠드어스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스탠드어스는 20년 된 미국 기후환경 단체로서 그린피스처럼 기후 에너지 문제, 산림과 해양 보호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에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자제품 브랜드의 본사가 대부분 미국 지역에 있어 그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보고서 완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그린피스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동아시아 지역의 공급업체를 조명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까지 평가에 포함하고 브랜드사와 공급업체의 관계에 집중하여 작성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조사는 다국적 전자제품 브랜드사 10곳과 이들에게 납품하는 동아시아 소재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조립 부문의 주요 공급업체 14곳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및 조달 방법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 ▲정책 옹호 활동 등의 세부 항목을 토대로 평가가 진행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판매수익의 ⅓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해 다국적 브랜드로서 평가하는 동시에 주요 공급업체로도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다음과 같이 각 기업의 성적을 공개합니다.

전자제품 브랜드 성적
동아시아 공급업체 성적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전자제품 브랜드사가 탈탄소화 노력에 있어 자사와 공급망 관리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자사의 운영에 있어서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달성했죠. 그러나, 이들 기업이 협력하는 동아시아의 주요 전자 부품 공급업체의 재생에너지 사용률 중간값은 매우 낮은 5% 수준에 그쳤습니다. 2021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품을 생산하는 TSMC와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각각 9.2, 4.1% 수준밖에 되지 않았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HP, 소니 6개 브랜드사는 배출량 감축 목표에 자사의 공급망까지 포함했습니다. 그러나, 그중 애플만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도록 공급업체에 요구하며 공급망 탄소 감축 경로를 설계했죠. 나머지 회사들은 구체적인 달성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곳도 애플과 구글 단 두 곳밖에 없었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대규모의 기후 기금을 조성했지만, 이것이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에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브랜드사는 자신들의 친환경 실적을 내세우는 데만 급급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술 산업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평균 77%가 공급망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브랜드사는 공급망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공급업체의 탈탄소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급망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조차 미흡하여 브랜드사 중 가장 낮은 F 받았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RE100 선언을 했지만, 그 목표시기도 다른 기업들 대비 2050년으로 매우 늦죠. 또,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도 형편 없이 낮다는 점입니다. 삼성은 2020년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했지만, 재생에너지 조달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작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설치· 재생에너지 지분 투자· 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LG전자는 더 심각합니다. 재생에너지를 4.6% 밖에 쓰고 있지 않고,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 REC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LG 역시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이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거대 브랜드사가 공급망 목표가 없는 것은 글로벌 수준의 평판과 매출, 그리고 책임상으로도 맞지 않죠.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브랜드로서 공급망까지 포함하여 더 빠르게 100% 재생에너지 사용 달성에 힘써야 합니다.

2021년 동아시아 30개 ICT 기업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퍼포먼스 진행한 장면

저조한 국내 공급업체 실적

브랜드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의 성적 역시 매우 낮았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D+,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는 D를 각각 받았습니다. 특히나 동종 반도체 공급업체인 인텔과 TSMC가 각각 C+와 C-를 받은 반면, SK하이닉스는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죠.

SK하이닉스는 2020년 RE100에 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1%에 그치고 있습니다. 2021년 SK하이닉스의 국내 전력소비량은 160만 가구의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2021 ESG 보고서에서 사업장 내 생산, 지분 투자, 제3자 PPA, REC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한다고 설명했지만, 조달 지역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죠. 정부 대상으로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공식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업들의 행태를 일컬어 그린워싱이라고 합니다.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홍보하지만, 실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때 말이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01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26%, 11% 늘었습니다. 기업은 홍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보여줄 때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삼성디스프레이가 5%, LG디스플레이가 11%입니다. 이 기업들 역시 다른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공급업체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도 수립하지 않은 상황이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두 기업이 속한 디스플레이협회가 지난 9월 산업부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식 건의했다는 것입니다. 해외보다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이 비싸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서 가격을 낮추고, 마음껏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는 지원 정책을 펼쳐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다른 나라처럼 기업에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목표 비율과 시점까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이렇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정부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키워야 합니다. 시민 사회뿐만 아니라, 기업이 직접 요구할 때 정부가 체감하는 온도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2021년 독일, 금융과 산업의 변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 장면

어려운 용어와 기업들의 자화자찬으로 인해, 기업들이 실제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기업들이 내세우는 ESG 전략과 RE100 선언이 그린워싱인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감별사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정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정책 옹호 활동을 펼치도록 요구해 나가겠습니다. 지금처럼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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