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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실종, 해결방안을 소개합니다.

글: 그린피스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세계 벌의 날.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벌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매년 5월 20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입니다. 벌이 한창 피어나는 꽃을 드나들며 꿀을 모으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최근 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기생충, 살충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일어나, 작년 초에는 78억 마리가, 올해 초에는 140억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벌이 사라지자 수박과 멜론 등을 재배하는 시설원예농가에서는 수정벌을 사는 데 이전보다 2~4배 비싼 돈을 지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꿀벌 폐사의 여파가 우리의 식탁 물가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리스에서 2014년 개최한 ‘Bee-Festival’의 모습, 1,300명 이상이 참가했다

국내 밀원면적, 지금의 2배 수준인 30만ha로 확대해야 합니다.

밀원식물은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를 의미합니다. 꽃에는 벌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구할 수 있는 화밀과 화분(꽃가루)이 있어, 다양한 화분을 섭취한 벌은 그렇지 못한 벌보다 수명이 최대 2배나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안동대학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250만 군의 양봉꿀벌과 3만~10만 군의 재래꿀벌, 그리고 전국 각지에 있는 야생벌의 안정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30만ha의 밀원면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밀원 면적은 약 15만ha 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천연꿀의 대부분이 4~5월에만 꽃을 피는 아까시나무인 점을 고려하면, 벌에게 필요한 밀원식물은 오직 연 중 한두달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설탕물만 먹고 생존하는데, 이 설탕물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없어, 면역력이 약해지고 기생충, 질병, 살충제, 이상기온 등 외부 위협에 더욱 취약해집니다.

유채꽃을 찾은 벌

따라서 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밀원식물의 면적을 최소한 15만ha 더 늘려야 합니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ha)의 약 517배에 해당하는 상당히 넓은 공간입니다. 산불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소실되는 산림 면적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더 많은 밀원 면적을 최대한 빠른 기간안에 확보해야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꿀벌의 대량 폐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 어떤 꽃을 심어야 할까요?

도시에서 벌을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지켜야 할 벌은 남아있습니다. 도심양봉으로 꿀벌을 기르는 사람들도 있을 뿐 아니라, 공원과 산을 중심으로 야생벌이 살고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벌에게 밀원식물이 포함된 화단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됩니다. 피난처, 꽃꿀, 꽃가루, 대체먹이을 제공하는 화분매개 서식처가 마련된다면 벌 이외에도 다른 화분매개자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강가의 꽃밭이나 꽃길, 꽃 피는 식물군락 및 자연형 정원, 자투리 정원도 도시에서 사는 벌의 서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집 베란다, 옥상이나 자투리 공간이 있다면 아래로 소개드리는 꽃을 심어보면 어떨까요?

해외에서도 도심 속 공원, 건물 지붕, 버스정류장 등 다양한 장소를 화분매개 서식처로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는 300개가 넘는 버스정류장 정원이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지붕에 꿀벌을 위한 정원을 조성한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꿀벌의 개체 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스정류장 옥상정원은 부수적 효과도 있습니다. 여름철 버스정류장의 폭염을 식혀주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흡수할 뿐 아니라 공기도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버스정류장 지붕에 조성된 화분매개자 서식처

농지에서 산다면, 밀원식물은 일석이조의 효과 창출

사과, 수박 등 과수원을 운영한다면, 농지나 농지 근처에 밀원식물을 심어보면 어떨까요? 인근에 꿀벌과 야생벌을 위한 밀원식물을 심는 것은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과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연구팀이 벌과 나비를 비롯한 화분매개자 서식처와 과수원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과수원이 화분매개 서식처와 더 가까울수록 보다 다양한 벌과 나비가 찾아와 수정매개 활동도 더욱 활발히 이뤄집니다.

다양한 화분매개 활동이 이루어지면 과수원의 초기 결실률도 올라갈 뿐 아니라, 사과 열매가 더 크고 건강하게 자라 그 품질도 향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해충에 대한 천적 역할도 해, 해충의 밀도도 낮아졌다고 합니다.

슬로바키아의 한 친환경 농장

밀원면적 확대, 정부의 노력은 필수

오늘날 한국 정부는 꿀벌을 가축으로만 취급해, 농식품부가 관련 이슈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벌이 대량으로 폐사하는 현상은 기후 변화를 비롯하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농업 생태계 뿐만 아니라 생태 보호구역, 도심 등 다양한 장소에 밀원수를 공급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 다수의 부처가 협업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다수의 부처가 수분매개체 서식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농부와 양봉꾼이 같이 협업하는 일본 도쿄의 생태농장

꿀벌 폐사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이 시점, 농림축산식품부 한 부처의 대처만 기다릴 여유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수 부처가 연합한 ‘꿀벌 살리기 위원회’를 설립하여 밀원수 확대에 구체적인 정책과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개개인들도 정부 정책들이 밀원 면적 30만만ha 확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식탁에는 고구마, 감자같은 뿌리작물만 올라오겠지요. 더 늦기 전에, 벌을 살리기 위한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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