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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후공시 대응 현황과 개선점 -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이해하기 ③

미래 세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

글: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앞선 두 편의 블로그에서 기후공시가 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알아봤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런 중요한 변화의 흐름에 잘 대비하고 있을 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만약 대응이 미진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수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 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ESG 공시에 대응하고 있나

오늘 글에 들어가기 앞서 관련한 두 편의 글을 올린 바 있는데요. 첫 번째 글에선 ESG 공시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용어부터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기후 공시를 추진하고, 유럽에선 지속가능성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화가 추진 중이란 내용이었죠. 그리고, ISSB가 글로벌 지속가능성 정보공개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한국도 서둘러 관련 공시 제도를 정비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음을 짚었습니다. 두 번째 글에선 지속가능공시의 핵심인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 기후 관련 공시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변화를 이끌어 낼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설명드렸습니다. 관련해서 기후공시의 의미를 투자자, 기업, 정부로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기에 한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와 문제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ESG 대응으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콘텐츠는 ‘ESG 정보공개 로드맵’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지배구조(G) 보고서는 의무화 일정이 확정되었기에 E(환경)와 S(사회)에 대한 공시를 2025년부터 KOSPI 소속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부터 의무화하여 2030년 KOSPI 상장 기업 전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정부가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E와 S에 대한 공시는 어떻게 할지가 모호합니다. 하나 분명한 건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ESG 활동을 알리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는 글로벌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새로운 ESG 정보공개 로드맵을 올해 3분기말까지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근 기사로는 연말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의 또 다른 대응은 한국만의 ESG 보고 기준을 수립하는 일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겠죠. 바로 지난 6월 ISSB가 발표한 S1(지속가능성), S2(기후) 정보공개 최종안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적용할 기준인 KSSB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한국판 ISSB가 되는 것입니다. 회계기준의 변경이니 만큼 한국회계기준원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 중입니다. 이한상 KSSB 위원장은 지난 6월 언론 기고를 통해 위원회의 목표 두 가지를 밝혔습니다. “비교 가능한 고품질 지속가능성 정보 제공으로 투자자가 기업 ESG 활동 촉진을 통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와 “기업의 현실적 전환 속도와 공시 부담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보호한다”입니다. 특히 두 번째 목표와 관련되어 기업, 거래소 등 이해관계자와 최종안 발표를 위해 조율 과정 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시시점, 공시방식, 스코프 3 공개 적용 시점 등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KSSB는 2023년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월 17일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언론 보도, 금융위원회 사진 제공 재인용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월 17일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언론 보도, 금융위원회 사진 제공 재인용

마지막으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정보공개시스템의 업그레이드도 있습니다. 환경정보공개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의거, 2022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대상으로 특정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부는 아니지만 기업들의 나름 알찬 환경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이 ISSB를 채택하면서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할 데이터들과 차이가 있는만큼, 의무 공개 항목으로 확대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용수, 에너지사용량, 폐기물 발생량과 달리 이제까진 자율 공개 항목으로 남아있던 온실가스 배출량도 스코프 1, 2는 물론 3까지 확대해서 의무 공개 항목에 포함시키려는 것이죠. 2024년 시행이 목표로 연내에 변경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공시, 어떤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렇듯 한국 정부는 ESG 정보공개 로드맵 발표, KSSB 예비안 발표, 환경정보공개시스템 내에 의무 공개항목 변경안을 연내에 마무리 지을 텐대요.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제일 꺼림칙한 대목은 한국의 적용시점과 대상입니다. 만약 기존 ESG 정보공개 로드맵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기업들이 KSSB 확정안으로 최초 공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2026년부터입니다. 그것도 자산 규모가 큰 일부 상장 기업에 한정되어서입니다.

그런데, 이 일정은 매우 늦고 대상이 적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예비안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한국 기업은 변경된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표준안에 따라 2024년 중에 공시를 해야 합니다. 2025년부터는 유럽 CSRD 의무공시도 시작됩니다. ISSB의 S2가 시작되는 해도 2025년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부 한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관련 ESG 공시 의무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글로벌 기준에 맞춰 공시를 시작해야 되는 것이죠. 공시 규정을 위반했을 때 제재가 만만치 않은 만큼 대기업들은 KSSB의 의무 적용 시점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대기업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게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스코프 3를 공시해야 하는데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단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가 우리나라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인식해서 투자판단을 하려 할 때도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우리나라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 대상을 확대하려는 일정을 고수한다면 상당수 기업들의 지속가능 정보, 특히 까다롭게 느껴지는 기후 관련 정보는 꽤 장기간 빈칸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한 질문에 답을 듣지 못한다면,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의 기업들은 비교 가능하지 않은 대상으로 인식될 겁니다. 투자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죠.

ESG공시 의무화 시점 비교: 미국, 유럽, ISSB, 소위 Big 3가 2024년부터인 반면, 한국은 2026년부터가 될 듯 합니다.
ESG공시 의무화 시점 비교: 미국, 유럽, ISSB, 소위 Big 3가 2024년부터인 반면, 한국은 2026년부터가 될 듯 합니다.

이제까지 한국 ESG 정보공개와 관련된 문제점

이제부터 현재 한국의 ESG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이해관계자 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정부입니다. 정부는 규칙을 결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럽, 그리고 ISSB가 의무화 규정을 만든 과정을 보면 우리 정부가 신중함은 유지해야겠지만 너무 느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ESG 보고 활동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편중되는 흐름을 방치한 책임도 있습니다. 자율적 정보공개라는 특성을 갖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정보 신뢰성에 대한 지속된 비판을 정부가 모를 리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은 ‘탈탄소 경쟁력이 곧 기업경쟁력’이란 인식이 낮아 보입니다. ‘제도가 느슨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어긴 게 없다’라고 항변할 일은 아닙니다. 2022년 ESG 공시 의무화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도, 지금 KSSB 예비안 수립 과정에서도 많은 기업들은 ‘더 느슨하고 천천히’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회피일 뿐입니다. 스코프 3 기준으로 배출량을 줄이자고 약속한 세상입니다.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압력이 점차 커질 텐데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2026년부터 유럽에 수출하는 철강 등 6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해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감축 전략을 강구해야 하는데 측정과 보고에서부터 늦어지면 안 될 일입니다.

금융기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미진한 기업에서 활발한 기업으로 자금의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위험관리와 자산배분 정책을 펴고 있을까요? ESG 이름을 딴 금융상품 매매, 혹은 주선을 통하여 수익창출에만 주력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앞으로 금융기관도 피투자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므로 적극적인 기업 관여 활동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투자자에게 비판의 화살이 간다면 조금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척박한 현실에서 ESG 투자가 뿌리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내세웠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ESG 투자가 최근 여러 각도에서 공격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위기 다음이 기회라고, 이제까지 모호한 기준으로 ESG를 논하면서 비판받았던 ESG 투자가 전면적으로 바뀔 수 있게 되었다는게 중요합니다. 즉,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모호했던 기준과 표현들이 숫자와 미래지향적(forward-looking)인 표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기업의 리스크: 느슨한 ESG 공시 규정, 탄소감축 투자유인 약화, 기후금융 미성숙은 서로 연결되어 기업의 리스크를 키웁니다. 주가하락은 일차적이고 공시관련 법률리스크가 커집니다. 스코프 3로 인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 전체에 리스크가 확산됩니다.
기업의 리스크: 느슨한 ESG 공시 규정, 탄소감축 투자유인 약화, 기후금융 미성숙은 서로 연결되어 기업의 리스크를 키웁니다. 주가하락은 일차적이고 공시관련 법률리스크가 커집니다. 스코프 3로 인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 전체에 리스크가 확산됩니다.

탄소중립을 꿈꾸는 정부에게 전하는 기후공시의 필요성

가장 걱정스러운 상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ISSB의 기후 관련 정보공개 최종안을 따르면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처한 위험을 재무적으로 표현해서 공개해야 합니다. 폭염, 홍수, 산불과 같은 기상재해로 인한 물리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후변화 정책에 따른 전환 위험도 공개해야 하는 것이죠. 즉,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한 기업의 위기와 기회를 예측하여 공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기후변화 전환 위험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탄기본)에 근간을 두게 될 것입니다. 탄기본에선 2030년 산업부문의 탄소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11.4%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2년간 11.4% 감축은 낮은 부담으로 보입니다. 전환 위험을 재무적 비용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탄소 단위당으로 표시한 비용(단가)도 필요한데, 현재로선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기업들에게 호의적인 정책의 남발로 인해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격대비 현저하게 낮게 형성되어 있습니다(EU 94.3유로 vs. 한국 7,110원, 약19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전환 위험을 비용화할 때, 느슨한 한국 탄소중립정책 때문에 실제 위험대비 낮게 평가될 여지가 높습니다. 회계적으로 분식은 아니지만 신뢰는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겠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재무적으로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면 기업이 변화할 유인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화석연료 배출 기업에게 투자를 이어갈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ESG 공시의 소관 부처는 금융위원회입니다. 하지만 ESG 공시제도로 인해 맞이하게 될 변화는 상장회사, 금융기관, 투자자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범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탄소중립 세상을 꿈꾼다면 말이죠.

[2030년 부문별 탄소감축 계획] : 2023년 3월 정부가 발표한 탄기본에서 산업부문의 감축목표가 12년간 11.4%이다. 전체 감축량 목표 40%와 대비된다. 출처: 대한민국 정부 관계부처 합동
[2030년 부문별 탄소감축 계획] : 2023년 3월 정부가 발표한 탄기본에서 산업부문의 감축목표가 12년간 11.4%이다. 전체 감축량 목표 40%와 대비된다. 출처: 대한민국 정부 관계부처 합동

오늘은 ESG 공시 의무화 블로그 시리즈 마지막으로, 중요한 변화 국면에서 한국의 대응에 문제점이 없는지,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바르게 흘러가기 위해선 금융 제도가 올바로 서야 하고, 기업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투자자의 인식 변화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가 글로벌 수준에 맞추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 기업, 투자자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그린피스의 여정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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