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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오토쇼 참가하는 현대자동차, 이번에도 SUV 앞세울까

글: 그린피스
미국 3대 오토쇼인 'LA 오토쇼'가 막을 올렸습니다. 현대자동차도 SUV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자동차 기업들이 이끄는 SUV 트렌드,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팬데믹 이후 가장 성대한 자동차 이벤트’ LA 오토쇼 개막

‘팬데믹 이후 가장 성대한 자동차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던 2023 LA 오토쇼가 한국 시간으로 11월 18일(현지시간 17일), 바로 오늘 막을 올렸습니다. LA 오토쇼는 미국 3대 오토쇼 중 하나로, 북미 서부 지역 최대 규모이며 올해 116주년을 맞은 만큼 전통과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번 LA 오토쇼에는 토요타, 폭스바겐, 제네럴모터스, 포드, 볼보, 닛산, 혼다 등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참여합니다.

2022년 11월에 열린 LA 오토쇼의 현대차 전시장
2022년 11월에 열린 LA 오토쇼의 현대차 전시장

현대차가 미국,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

현대차도 이번 LA 오토쇼에 참여합니다. 현대차는 최근 유럽과 일본보다 미국, 중국의 국제 모터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AA 모빌리티 2023’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LA 오토쇼에는 올해도 출석 도장을 찍었죠. 2022년 4월 개최된 뉴욕 오토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부스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현대차는 LA 오토쇼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자동차 이벤트를 전략 차종을 최초로 선보이고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LA 오토쇼에서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2022년에는 뉴욕 오토쇼에서 대형 SUV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의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들 SUV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력 모델로, 같은 해 LA 오토쇼에서도 전시되었습니다. 이번 LA 오토쇼에서도 현대차의 북미 주력 차종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4월 뉴욕 오토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인 팰리세이드
2023년 4월 뉴욕 오토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인 팰리세이드

SUV 앞세워 미국 시장 두드리는 현대차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0년에 걸쳐 3,690억 달러(약 48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됩니다. 무서운 속도로 규모를 키워 오던 중국 시장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에 따라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 집중하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4만대를 판매해, 전년도 동월에 비해 18.4% 판매량을 늘렸습니다. 현대기아는 14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판매 증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주인공은 바로, SUV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00대 중 무려 75대가 SUV를 포함한 레저용 차량(RV)이거든요. 미국에서 현대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2015년에는 38.6%에 불과했지만 8년 만에 두 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2023년 4월, 뉴욕 오토쇼에 전시된 제네시스 GV80
2023년 4월, 뉴욕 오토쇼에 전시된 제네시스 GV80

자동차 기업들은 왜 SUV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을까?

미국 시장이 주도하는 SUV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지속될수록 자동차 기업에는 이득입니다. 같은 모델의 생산 대수를 크게 늘릴 수 있어, 차량 개발비나 부품 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익 면에서도 대형차인 SUV는 소형차나 준중형에 비해 상당히 유리합니다. 예를 들면 포드가 판매하는 콤팩트 SUV ‘에코스포츠’의 경우, 같은 회사의 소형차 피에스타 판매 수익보다 1대 당 4500달러가 높습니다. 준중형 해치백인 ‘포커스’보다도 2500달러가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기업들은 SUV 트렌드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SUV 경쟁에 뛰어들고, SUV를 주력 판매 모델로 밀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현대기아는 SUV 판매에 엄청난 광고비를 투자하기도 했는데요. 2020년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NFL 결승전 ‘슈퍼볼’ TV 광고에 30초당 500만~560만 달러(58억~65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SUV ‘GV80’과 ‘셀토스’를 홍보했습니다. 반면 소형차와 중형 승용차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요. 포드는 미국에서 피에스타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쉐보레 역시 크루즈의 단종을 결정했습니다.

현대차가 생각해야 할 ‘의무와 책임’

자동차 기업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SUV, 지구에는 어떨까요? 사실 SUV 판매 증가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철강 소비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20% 더 많고, 연료 효율도 최대 25% 낮아 소형차에 비해 탄소 발자국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기아의 SUV 판매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총 판매량 중 SUV 비율이 53%로, 처음으로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SUV 판매가 늘어난 만큼 탄소 배출량 역시 늘어났고요.

그린피스 활동가가 SUV 옆에서 내연기관차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SUV 옆에서 내연기관차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SUV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SUV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2022년부터 자동차의 최고 출력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반영해 자동차 세금을 결정하는데요. 중형 차량은 소형차에 비해 2~4배까지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차량 무게가 1.8톤이 넘을 경우 ‘중량세’가 또 붙습니다. 2024년 1월부터는 파리 시에서 SUV를 주차하려면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하는 법안도 통과되었습니다. SUV를 비롯한 대형차에서 배출되는 높은 탄소배출량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차별화된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SUV에 의존하는 판매 전략은 현대차가 선언한 목표와 모순됩니다. 스스로 세운 탄소중립 목표를 진심으로 달성하기 원한다면 SUV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달성한 현대기아,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이에 걸맞는 기후 대응 책임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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