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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전자제품 기업의 기후대응 성적 공개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는 2022년에 이어 동아시아의 전자제품 업계 공급망 전반에서 얼마나 탈탄소화 노력을 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년차 평가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자제품 산업의 기후대응, 잘하고 있을까요?

전자제품 산업은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온실가스 배출량과 전력 소비량 또한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수년간 소비자나 투자자, 그리고 시민들은 주요 전자 브랜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애플, 구글과 같은 주요 브랜드는 사업 운영의 전반에 걸쳐 100%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이 목표를 달성했죠.

그러나 전자 업계의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문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공급망이란, 기업의 최종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운영되는 모든 조직 및 사업 과정의 연결망을 의미하는데요. 전자 산업계 전체 배출량의 7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을 만큼 기후 대응을 위해 공급망 전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죠.

그린피스는 2022년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전자제품 업계 공급망 전반에서 얼마나 탈탄소화 노력을 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23년의 평가 결과는 어땠을까요? 1년이 지난 현재 일부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습니다. 이는 고무적인 일이죠. 그러나 지구의 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목표에 비춰 보면, 전자 제조업체들의 탈탄소화 전환 의지는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전자 산업계 기업들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7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자 산업계 기업들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7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다.

1.5도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기업 한 곳도 없어

그린피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 조립 부문 주요 11곳 공급업체의 전년 대비 기후대응 진전 사항을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증감 및 조달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평가 대상 기업의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
평가 대상 기업의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

평가 대상 11개 업체 가운데 8곳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죠.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최소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삼성전자, 인텔, TSMC, 폭스콘, 입신정밀 등 5개사는 2020년 대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기업의 부분적인 노력도 있었습니다. 평가 대상 11개 업체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율 중간값은 20%로, 전년도의 10%에 비해 두 배 늘었습니다. 또한, TSMC는 대만 정부와 해상풍력 발전 용량 확대, 태양광 인프라 확충 등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입신정밀은 중국 전력 거래 기관과 협력해 녹색 전력 거래 시스템 및 녹색 전력 인증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 구매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에 효과가 작은 조달 방식에 대부분 의존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정부에 대한 재생에너지 정책 옹호 활동 측면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죠.

기업 간의 벌어지는 격차, 한국 기업의 성적은?

평가 대상 기업 간의 차이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입신정밀과 인텔로 C+를 받았습니다.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공급업체인 입신정밀은 2022년 PPA와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70%나 활용했죠. 또 입신정밀은 2025년까지 사용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반도체 제조기업 인텔은 주요 전자 공급업체 가운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인텔의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은 무려 93%에 달했습니다.

그다음으로 높은 성적인 C를 받은 곳은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입니다. TSMC는 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기존보다 10년을 당겨 2040년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죠. 또한, 2022년도에는 전체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44.1%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 기업별 기후대응 점수
전자제품 기업별 기후대응 점수

한국의 기업은 어떨까요?? SK하이닉스는 C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C-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모두 한 두 단계 이상 상승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전년에 비해 26% 포인트 상승하여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죠. LG디스플레이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53% 감축할 것을 약속했으며, 2022년 배출량을 16% 감축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배출량을 24% 감축했으며,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6% 포인트 증가하여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진전을 보였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요 반도체 제조사 및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D+를 2년째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대비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1% 포인트 늘긴 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100% 전환 일정이 2050년으로 매우 늦고,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역시 효과가 작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 구매나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99% 가까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록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TSMC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중간 로드맵과 최종 목표를 모두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간 로드맵도 없이 2050년 RE100 목표에 머무르고 있죠. 전세계적으로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많이 오염시킨 기업이 더 큰 책임을 져야

그린피스 활동가가 배너를 들고 삼성전자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배너를 들고 삼성전자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업에 대해 쓴소리할 때마다 듣게 되는 비판이 있습니다. “국내 전력 요금이 비싸서 못하는 걸 왜 기업 탓을 하나요?”, “재생에너지 전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어떻게 해요?” 라는 말들입니다.

100%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기후 파국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상황과 조건을 바꿔야 할 더 큰 책임은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업들에게 있습니다. 지금처럼 느긋하고 수동적인 태도로는 어렵습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고, 과감하게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정부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는 활동을 펼쳐야만 합니다.

그린피스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확대하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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