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판매 대신 현대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대형 타이어가 등장한 이유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 지름 2.5미터 크기의 거대한 타이어가 등장했습니다. 대형 타이어에는 ‘탄소 질주 이제 멈춰’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양쪽엔 ‘기후 리더’와 ‘탄소 악당’이라는 양갈래 길로 갈라지는 분기점 교통표지판이 보입니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기로에서 현대차의 선택을 묻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후위기 가속화 행태를 지적하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및 강력한 기후 대응 리더십을 촉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손바닥에 쓰인 ‘STOP’은 자동차 제조사들을 향해 이제 그만 탄소 질주를 멈추라는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SUV가 가속화하는 기후위기
육상 수송부문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를 차지하는 만큼 경유, 휘발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문제라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내연기관차 중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린피스는 SUV의 환경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를 발표했는데요. SUV가 왜 문제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은 154.7% 급증했습니다. SUV의 수익성이 높다보니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SUV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문제는 SUV에서 뿜어나오는 이산화탄소(CO2)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제조 시 철강을 20% 정도 더 많이 사용하고 연료도 20% 가량 더 많이 소비하는 SUV는 주행 시 1대 당 일반 승용차보다 4.6톤의 CO2를 더 발생시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ZEV)를 앞세우고 있지만 알고보니 SUV 판매 증가로 CO2 배출량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글로벌 판매량 톱3였던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의 경우 ZEV로 인해 저감된 도로 위 CO2 배출량은 9백만 톤이었지만 같은 해 3개 제조사의 SUV에서 배출된 CO2는 저감량의 33배인 298백만 톤에 달했습니다. SUV 판매 증가로 인해 전기차 탄소저감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거죠.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어떨까요? 불명예스럽게도 2022년 현대기아의 SUV 판매비율은 약 53%로, 세계 상위 5개 제조사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같은 해 ZEV 판매로 CO2 3.2백만 톤이 줄어들었지만 SUV에서 97.4백만 톤이 배출되면서 전기차 전환 노력이 무색해졌습니다.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고,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자신있게 선언한 현대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경로를 바꿔야 하지만 거대한 SUV를 많이 판매하면서 오히려 기후위기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이대로 ‘탄소 악당'이 될 것인가, 진정한 ‘기후 리더'가 되기로 결심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죠.
SUV 말고 이것! 현대자동차에 바라는 4가지 약속
여가생활의 즐거움을 보장한다고, 가족의 행복을 지켜준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광고하는 SUV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다음을 요구합니다.
- 2030년까지 세계 모든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 자동차 전 생애주기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전기차 전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SUV 생산 축소
- 저탄소 철강 투자 및 사용 확대
- 개인 차량 소유 감소 및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 변화
그린피스는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100% 전기차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요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