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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위법한 앵커볼트의 원전사고 일촉즉발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난 12월 13일 국회 토론회를 통해 부적합 앵커볼트의 문제점이 여러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분석되었습니다. 앵커볼트가 보여준 노후원전의 위험성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11월 30일 새벽 경주 월성원전 10km 거리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월성원전은 안전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발표가 무색하게 월성원전 3호기 자료와 함께 총 13기의 국내 원전에 부적합한 부품이 설치 됐다는 사실이 국회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해당 부품은 앵커볼트이며 이는 기기를 정착부에 고정하는 장치입니다.
앵커볼트는 안전하게 기기를 고정 및 지지해야하는데 국내 원전 절반 이상에는 이 장치가 비내진 성능 또는 설계 도면과 다르게 장치되어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통해 원전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격납건물 및 안전 관련 기기들에 장착된 부적합한 앵커볼트는 운영허가 기준 미달로 운영 정지나 운영허가 취소까지 이를 수 있는 위법사항임을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내부에 보고된 문서가 있음에도 원자력 산업계의 투명한 보고 및 공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12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지진과 원전 안전 토론회’에서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12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지진과 원전 안전 토론회’에서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이에 그린피스는 지난 12월 13일 국회에서 지진, 원전, 법률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주관했습니다. 국회의원 김성환, 민형배 의원이 주최하였고, 그린피스를 포함하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원자력안전과미래가 주관했던 토론회에는 원자력 기관들도 초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였을까요? 토론회를 임박한 시점에서 참석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습니다.

원전 주변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이 위치한 지역 역시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뒷받침할 정부의 연구 자료가 올해 초 발행됐습니다. 활성단층 보고서는 대형 원전 단지 3곳이 위치한 부산, 울산, 경주 지역을 포함한 동남권 지역의 16개의 제4기 활성단층의 분포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고리와 월성원전 인근에 최대 7개의 활성단층이 발견됐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지진 전문가 손문 교수는 현재 확인된 제4기 활성단층들은 언제든 규모 7.0 지진을 일으킬 수 있어 원전의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지진 자체가 아닌 지진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위험성입니다.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 내 전체 기기 353개 중 내진 능력이 있는 앵커볼트가 장착된 정착부는 21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기기 정착부는 내진 성능이 없는 앵커볼트가 장치되어 있는 것이고 앵커볼트의 개수만 무려 1,300여개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비내진 앵커로 인해 격납 건물 내 연쇄적인 고장 현상으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린피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따라 사고 시나리오 3D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영상에서 나온 것 처럼 비내진 앵커볼트 파손은 연결하고 있는 기기들의 고장을 유발하고, 이러한 고장의 일환으로 1차 냉각재 배관이 파열될 수 있습니다. 1차 냉각재는 원자로를 직접 냉각하여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며, 고온과 고압의 형태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배관이 파열될 경우 고온의 냉각재가 노출되면서 냉각재가 수증기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수증기로 변한 냉각재는 압력이 높아진 격납건물에서 앵커볼트로 인해 손상된 에폭시라이너를 투과해 외부로 누출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 새기 시작한 방사성 물질로 격납 건물에 사람이 다가갈 수 없어 경주와 주변 지역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사고로 이어집니다.

최초 발견자의 증언으로 확인한 위법사항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적합 앵커볼트의 문제점을 최초로 발견하고 문제 제기한 이희택 박사는 토론회 장에서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희택 박사는 지난 2017년 월성원전 3호기 비내진 앵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격납건물는 캐나다 원 설계 기준인 CSA N287 코드에 따라 내진 설계가 된 앵커볼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부분을 확인해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설계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투명한 공개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희택 박사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원자력 기관들은 정확한 검증 없이 설계 요건에 만족한다는 의견으로 결론을 냈고, 최근 원안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캐나다 규제기관에서 비내진 앵커 사용 허용을 확인했다고 공개했습니다.

CSA N287 코드는 월성원전 설계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준용해야 하는 캐나다의 원전 안전규제 규격입니다. 해당 코드에 따르면 내진 앵커볼트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설치될 앵커볼트의 샘플을 제작해 해외에서 외부 충격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여부와 둘째, 이를 검증한 보고서 여부 입니다. 하지만 월성원전 비내진 앵커볼트는 위 두가지 중 하나도 충족하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앵커볼트 문제점을 발견하고 문제 제기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 연구원 이희택 박사가 확인한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최초로 앵커볼트 문제점을 발견하고 문제 제기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 연구원 이희택 박사가 확인한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원자력 기관들은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 하기 보다 산업계의 이익을 더 따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시민들의 안전을 저버리는 것 뿐 아니라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입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대표 변호사의 발표에 의하면 원전에 장치된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부적합 앵커볼트의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보고와 시정조치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한수원과 원안위의 행위 또한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1년 8월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가 방사성 물질 누출이 발생한 경주 월성원전 앞에서 '원전보다 안전'을 요구하는 액션을 펼쳤다.
2021년 8월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가 방사성 물질 누출이 발생한 경주 월성원전 앞에서 '원전보다 안전'을 요구하는 액션을 펼쳤다.

앵커볼트는 단순 부품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의 안전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처하는 원자력 기관들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기후 해결책이 원전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노후한 원전도 계속 가동이 되어야 하며 심지어 새로운 원전을 짓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앵커볼트 사건으로 확인한 원전에 안전한 미래는 없습니다. 무엇을 담보로 우리는 위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하나요? 안전보다 원자력 기관들과 산업계를 우선시 하는 정부의 원전 정책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안전을 무시한 원자력 기관들의 위법 사항이 처벌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들도 지금 그린피스의 독립적인 활동과 조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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