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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숲을 베어야 할까요?

글: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수종갱신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기존의 숲을 베어내고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수종갱신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사실일까요?

수종갱신에 사라지는 오래된 숲

지구의 허파인 숲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천연림과 인간의 손길로 조성된 인공림입니다. 최근 산림청이 강원도 인제군에서 10ha에 달하는 넓은 천연림 지역을 자작나무 숲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 숲의 2017년 8월(상)과 2023년 8월 (하) 인공위성 사진

이 과정을 '수종갱신'이라고 합니다. 종종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나이든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종갱신이 빈번합니다. 기존의 숲을 ‘불량림’으로 평가하고 베어낸 후, 소나무와 낙엽송 등 일부 수종만 심는 경제림도 있으며,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기존의 참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숲도 있습니다.

수종갱신은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림청은 작년 7월 제 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2027년까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산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 산림청장은 “오래된 숲은 베서 목재로 활용하고 산림 바이오매스(목재를 태워 전력을 만드는 발전)로 혼용해 나가고, 나무를 베서 그 장소에 어린 나무를 심으면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포된 숲이 된다. 이게 경제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국제적인 스탠다드로 건강하고 가치있는 숲의 모습입니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수종갱신은 정말로 필요한 일일까?

그린피스 아르헨티나 사무소 활동가들이 소나무 숲으로 수종갱신하는 정글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

오래된 숲을 베어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한 근거는 탄소흡수력에 있습니다. 산림청은 나무가 30살부터 탄소흡수력이 떨어지기에, 젊고 건강한 나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지 의문스럽습니다. 벌목과 바이오매스를 위한 나무 소각 과정에서 30~40년간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게다가 새로 심은 나무가 이전 나무만큼의 탄소흡수력을 갖추기까지는 또 30~40년이 걸립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는 커녕 되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나무의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오래된 나무가 되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결과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전 세계 302종의 나무를 분석한 결과, 더 오래되고 큰 나무가 어린 나무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연구진이 보르네오 북부의 천연림과 인공림 등 다양한 종류의 숲은 분석한 결과, 천연림의 탄소 저장량은 다른 숲에 비해 40~60% 높았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나무는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전라남도 화순군의 꿀벌 특화림 조성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나무를 심기보다 기존의 숲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기존 나무를 유지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함으로써 약 226 기가톤의 탄소가 저장될 수 있습니다. 이는 2022년 미국에서 배출된 탄소량의 약 50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종만을 대량으로 심는 일은 산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종갱신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전라남도 화순군의 꿀벌 특화림입니다. 기존의 숲을 베어내고 꿀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화밀이 많이 나오는 아까시나무 및 헛개나무 등 1~2개 수종만으로 이루어진 숲을 조성하기 위해 모두베기를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숲에 살던 무수한 동식물의 터전이 한 순간에 사라집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점 가시화되는 현 시점에서, 주요 탄소흡수원이자 육상생물의 80%가 서식하는 숲을 베어내는 일은 기후위기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수종갱신 역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손에게도 물려주어야 하는 숲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