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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최평순 PD 인터뷰] 재난이 일상이 된 지구, 희망은 있다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이라는 주제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쉼없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최평순 PD. 13년간 EBS PD로 〈하나뿐인 지구〉, 〈이것이 야생이다〉, 다큐프라임 〈긴팔인간〉,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 등 다양한 환경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환경을 주제로 최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책도 펴냈습니다.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의 참여연구원이자 생명다양성재단의 이사로도 활동 중인, 그야말로 환경에 진심인 최평순 PD는 그린피스와도 인연이 깊은데요.

그린피스와 함께 아마존과 남대서양을 방문해 환경 파괴의 현장을 기록한 최평순 PD는 그린피스의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최평순 PD가 이야기하는 환경과 인류, 그리고 하나로 이어진 환경문제를 알리는 콘텐츠의 힘에 대해 소개합니다.

 

텀블러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만든 첫 환경 다큐

최평순 PD에게 제일 궁금했던 점. 바로 왜 하필 '환경'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인데요. 가장 먼저 환경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환경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요. 그래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매력이 있죠.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날씨까지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었어요. 보는 사람들도 생활 속 어디서나 연결되어있다고 느낄 수 있고, 또 '내가 뭔가 해야겠다, 바뀌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죠. 주변과 공유하고 공감하기도 쉽고요. 대학교때 텀블러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정말 일상에 흔한 물건인데 작품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는게 신기했죠. 이 다큐멘터리를 환경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다큐를 보신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파괴가 일상이 되어버린 아마존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일상은 어떨까요? 최평순 PD는 다큐멘터리 ‘날씨의 시대’ 촬영을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 아마존 현장을 직접 방문했는데요. 아마존의 파괴의 규모가 크고 일상적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갈 때는 ‘이틀밖에 시간이 없는데 아마존이 불타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틀 모두 화재 현장을 볼 수 있었죠. 정말 매일 일상적으로 파괴가 일어나고 있구나 실감했어요. 보통은 비행기가 연무가 심한 쪽은 피하지만 우리는 현장을 봐야 하니까 가까이 갔어요. 연무가 비행기 창문을 뚫고 들어올 때, 내부가 연기로 자욱해지는데 눈도 맵고 매캐했습니다. 함께 간 촬영감독과 그린피스 브라질 지리정보시스템 분석가 앤드류 머치가 비행기 창가에 있었는데 그 둘이 연무에 둘러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정말 기괴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때가 2023년 7월이었는데, 아마존에서 개간 목적으로도 방화를 금지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화재가 일어나고 있었던 거죠.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어요. 불법 금채굴 현장도 볼 수 있었는데요. 30분동안 비행을 하는데도 계속될 정도로 규모가 컸어요. 멀리서 보면 옥빛, 보라색 등 형형색색 빛깔의 물이 예뻐 보이지만 그게 모두 파괴의 현장이라 마음이 아팠어요. 게다가 원주민 보호구역이라 엄밀히 말하면 불법 채굴인데도 버젓이 하고 있어서 놀랐죠.”

 

아마존 화재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최평순 PD

아마존은 사실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영국의 언론인과 현지 원주민 전문가 두 분의 시신이 발견된 가슴아픈 사건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위험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그린피스가 현장에 직접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파괴 실태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변화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최평순 PD 역시 아마존 현장을 취재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린피스 브라질 사무소에 가기 전에 아마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만났는데, 아마존에 간다고 하니까 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항공기를 타고 가서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브라질 사무소에서도 취재하러 왔다고 알리지 말라고 했죠. 조심할 것들과 제한사항도 많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원주민 활동가분도 만났는데, 살해 협박을 받아서 스위스에서 체류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강렬한 이야기였어요. 위험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접하기만 했었는데 놀라웠죠.”

 

아마존 현장에서 만난 그린피스의 캠페이너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역할 분배가 잘 되어 있어서 굉장히 전문적이라고 느꼈어요. 운송, 위성전문가, 원주민 커뮤니케이션 담당, 사진 작가, 언론 담당 등 전문적으로 역할이 정해져 있었어요. 항공기를 보유한 것도 놀라웠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 감시를 할 수 없더라고요. 항공기로 현장감시를 하며 쌓아온  전문성도 있었습니다.”

비행기 창문으로 본 화재 현장 연무

2021년, 최평순 PD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에스페란자호에 승선했습니다. 남대서양에서 항해를 하던 중, 아르헨티나 인근 불법 어업이 횡행하는 지역을 방문했는데요. 이 때 ‘환경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과 베이징 사무소 캠페이너들이 함께 배를 탔어요. 한국와 중국, 대만의 원양 어선들이 많으니까요. 우리나라의 영향이 거기까지 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죠. 환경 콘텐츠는 전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아마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게 아마존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서로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결되어있는 지구, 그리고 재난

EBS 다큐프라임 ‘날씨의 시대’는 날씨를 통해 지구시스템을 이해하고, 인류의 활동이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최평순 PD가 ‘날씨의 시대’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재난이 일상화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제목에 내용을 전부 담으려면 ‘기후위기의 시대’가 맞을텐데, 기후위기가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날씨라는 표현을 썼어요. 당장 올해도 벚꽃축제라고 에어쇼 하는데 막상 꽃은 없어서 난리였죠. 황사, 미세먼지도 이제 다들 그러려니 하는 일상이 되었고요. 여름에는 집중호우에 태풍까지 매달마다 날씨에 변화가 많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기상학과 기후과학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는데, 전 지구적으로 봐야 날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거죠.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브라질의 아마존 파괴가 대한민국의 날씨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지구의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와 정말 밀접한 문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최평순PD.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중요하게 느껴지게 만들까?“가 고민입니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과 같은데, 우리가 탄 배가 침몰할 수 있는 것과 같은데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환경 문제를 '나의 일'이라고 느껴지게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얼마 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그 책의 주제도 바로 그 이야기에요. 왜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외면할까? 수많은 파괴의 현장에 찾아가 직접 들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왜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우리가 상대적으로 기후위기가 늦게 체감되는 안온한 위치에서 살다 보니 생계나 정치, 연예인 가십에도 밀려 기후위기같은 중요한 문제가 핵심 아젠다로 취급받지 못한다는 게 화가날 때도 있어요. 그래서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제 콘텐츠를 통해 환경 이슈에 대해 관심이 늘어난 것을 느끼면 큰 보람을 느껴요. 제가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소개했던 '인류세'는 인류가 소행성 충돌에 비교될 정도로 지구를 어마어마하게 파괴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에요.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는 인류세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전보다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린피스와의 인연

그린피스도 환경 문제를 대중들에게 더 쉽고 공감갈 수 있도록 알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를 우리의 문제라고 느껴지도록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작은 승리 하나하나가 뜻 깊다고 생각해요. 기업과 정부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린피스 아마존 불법채굴 캠페인의 승리나, 미세플라스틱 금지 등 긍정적인 결과들을 통해 '된다'고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브라질 사무실에 가서도 ‘불법 금 채굴 캠페인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어요.”

 

그린피스는 기후에너지,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해양, 기후참정권, 기후재난, 탈내연기관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요. 최평순 PD가 가장 함께 해 보고 싶은 캠페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기후재난’이라는 분야가 흥미로운 것 같아요. 제가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에도 이름을 걸고 있어서 학자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기후위기에 대해 ‘느린 재난’ 이라는 표현을 쓰는 분이 계세요. 갑자기 벌어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사회구조적으로 축적되고 있다가 발생하는 재난이라는 거죠. 기후위기가 앞으로 인간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최평순 PD는 벌써 세 차례 그린피스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며 생생한 현장에서 그린피스의 활동을 지켜보았는데요. 그린피스의 후원자로서 느낀 점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린피스와 6년 동안 세 번이나 같이 일을 했는데요. 현장에서 정말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갈 때마다 느낍니다. 불법 수출되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돌아온 평택항에서부터 불법 어업을 쫓던 남대서양, 이번 아마존까지. 항상 인간이 지구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 백방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걸 보며 감동하곤 해요. 

제가 남대서양을 다녀오고 나서 후원을 시작했는데, 정말 후원금이 잘 쓰이고 있다고 느꼈어요. 많은 후원자님들이 내가 낸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실텐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꾸준히 잘 하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가 얼마 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라는 것은 둥근 지구처럼 하나로 이어져, 인류 모두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겠다는 최평순 PD의 사명감에서 변함없는 신념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그린피스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도전과 노력이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그린피스는 환경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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