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바다의 거북이와 다이버
후우 ㅡ
가쁜 숨을 몰아 쉽니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뜁니다. 공기가 얼마 남지 않은 공기통 탓만은 아닙니다. 방금 그물에 걸려 바닷속에서 익사한 거북이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울진 앞바다에는 거대한 수중 암초가 있습니다. 120종이 넘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죠. 동해안 지역 어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자 다이버들에게 유명한 다이빙 스팟입니다.
울진군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나가 다이빙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다이버들은 신나게 곧장 바다로 뛰어들지 않습니다. 대신 수중 나이프를 조심히 챙깁니다. 다이버의 팔다리를 언제 휘감을지 모르는 폐그물이 지뢰처럼 바다 곳곳에 버려져 있기 때문에, 필수적인 절차죠.
이 날도 마찬가지로 안전교육을 마치고 작은 칼 하나를 챙겨 바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육지에선 볼 수 없는 바닷 속 세상의 고요함과 신비를 느끼고 있던 와중, 믿을 수 없는 것이 눈 앞에 보였습니다. 바로 거북이였습니다.
거북이는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거북이는 누군가 버리고 떠난 그물에 다리가 묶여 헤엄치지 못한 채 익사한 모양이었습니다. 죽은 거북이를 본 충격은 잠시, 저의 공기통 공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참담한 마음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거북이가 그토록 바랬을 숨을 크게 쉬었습니다.
죽은 거북이를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죽은 거북이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북이에 묶인 그물을 잘라 해양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9년 경력의 다이버인 저조차도 처음 겪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대처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의 바닷속을 보다 보면, 폐그물와 어업에 쓰이는 밧줄이 정말 많습니다. 국내 바다 다이빙을 한다고 하면 백 퍼센트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길을 걷는다고 가정하면, 10초 마다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고 그것이 모두 어업쓰레기입니다.
다이빙을 하며 해양 오염을 몸소 체감했고, 해변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바닷속 그물을 치우는 활동에 종종 참여해왔습니다. 한 해변에선 2톤 트럭으로 4번 옮겨도 부족한 만큼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다이빙을 하며 단 20분 만에 포대자루가 가득 찰 만큼의 폐그물을 건져 올리기도 했습니다. 줍고 치울수록 그물과 밧줄은 어디선가 계속 버려지고, 파도에 떠밀리며 해양 생태계를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어업 쓰레기를 버릴 수 없는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된다면 어떨까요? 해양 생태계를 지키고, 인간도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는 겉으론 변치 않도록 푸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속은 다릅니다. 저는 9년 동안 바다가 망가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다이빙을 목적으로 일본 바다를 찾았는데요. 4월까지만 해도 봄꽃처럼 알록달록했던 바닷속 산호가 10월엔 모두 하얗게 변해 죽어버렸습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 산호가 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린 겁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이제 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바다는 단 하나뿐입니다. 이제 제도적 차원의 변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그린피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우리의 바다가 오래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출처 및 인터뷰이: 이영건 다이버(Instagram @mute_young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