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과잉, 문제의 뿌리는 생산일까, 소비일까?
보고서 '석유화학 업계 플라스틱 공급 과잉 생산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플라스틱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와 지구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플라스틱은 한때 편리함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지구와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년 전보다 두 배 늘어나 연간 4억 6천만 톤에 달합니다. 더욱이 이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지금의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결과는 기후위기 가속화와 생태계 파괴, 그리고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질 것입니다.
플라스틱 문제에서 한국의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세계 3위로 1인당 연간 88kg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환경공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꾸주히 증가했으며 지금과 같이 사용하고 버린다면, 2030년 생활계 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에 비해 3.6배 많은 약 6,475천 톤/년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열심히 분리배출하고 있지만,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감당하기에는 재활용율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플라스틱 쓰레기 늪, 대한민국 플라스틱 소비량 알아보기’를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한국은 플라스틱 소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상위 10대 플라스틱 생산 기업 중 70%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울산과 여수 같은 산업 도시에서 매년 약 2천만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플라스틱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끝없는 오염 사슬의 시작, 공급 과잉 문제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은 필요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S&P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틸렌의 양은 223.82메가톤에 이르지만 실제로 판매 가능한 양은 176.53메가톤에 불과합니다. 에틸렌은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 탄화수소로, 폴리에틸렌(PE)의 원료가 됩니다. 폴리에틸렌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으로 페트병부터 포장용 비닐, 장난감 등으로 활용됩니다.
이처럼 플라스틱 공급 과잉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와 직결됩니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85%가 생산 과정에서 나오며, 약 99%의 플라스틱이 화석연료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즉, 과도한 플라스틱 생산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플라스틱 생산의 중심지 중 하나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표적인 플라스틱 생산 국가로 꼽힙니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석유화학 업계 플라스틱 공급 과잉 생산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일본, 대만의 플라스틱 생산 능력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 공급 과잉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약 1,992만 메트릭 톤에 달하며, 일본과 대만이 각각 1,034만 메트릭 톤과 902만 메트릭 톤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 세 국가는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 능력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955만 메트릭톤(CO₂e)으로 일본과 대만의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생산은 필연적으로 플라스틱 사용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과 과도한 소비의 악순환
플라스틱 공급 과잉은 과도한 플라스틱 소비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로 이어집니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폐기된 플라스틱은 약 63억 톤에 달하며, 그중 79%는 매립되거나 환경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무려 120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매립되거나 자연에 쌓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악순환의 시작인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에 있어서도 책임감을 갖고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한국의 역할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규칙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2022년 11월부터 네 차례의 협의 끝에 이제 다가오는 5차 회의(INC5)가 11월 25일부터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이번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에 강력한 생산감축을 포함한 협약을 위해 앞장서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생산감축은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75%를 감축해야 합니다. 또한, 석유화학 기업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권과 일자리가 희생되거나 노동자 또는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이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챔임감을 가지고기후위기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11월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5차 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생산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로드맵을 지지하고,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에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적극적인 리더가 되어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