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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의 기록과 회복을 위한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의 여정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난 9월 20일~21일 이틀간 전남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며 관측 사상 최악의 폭우를 기록했습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1기는 침수 피해가 있던 이재민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듣고 기후재난의 실상을 기록했습니다.

기후재난 현장으로

전라남도 해남군과 진도군은 아름다운 남해를 품고 있는 지역입니다. 가끔 지나가는 차와 강아지 짖는 소리 외엔 소음 하나 크게 없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 1기 단원들이 방문했습니다. 10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평년보다 더운 늦여름 날씨에 긴팔을 걷어 올리며 기후재난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교육 이후 첫 기후재난 현장인 이곳에선 지난 9월 발생한 홍수 피해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10월 전남 해남군 문내면 지역 주민이 9월 홍수 피해가 있던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2024년 10월 전남 해남군 문내면 지역 주민이 9월 홍수 피해가 있던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최악의 홍수에 잠긴 마을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에 있는 선두마을은 과거 이순신 장군이 큰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의 무대인 울들목과 가까운 역사적인 명소입니다. 이 마을엔 한 달 전 폭우로 순식간에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많은 가구와 농작물이 잠겼습니다. 2024년 9월 중순 전남에 내린 비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였고, 전남 일부 지역에선 이날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당 30mm만 내려도 시야 확보와 통행이 어려우며, 100mm가 넘게 내리면 대부분의 시설물이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마을 곳곳엔 물에 잠긴 물건들이 아직 남아있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마을 곳곳엔 물에 잠긴 물건들이 아직 남아있다.

기후재난의 기록과 회복

이장님의 설명을 들은 뒤 시민대응단원들은 침수 피해가 있던 집들을 가가호호 방문했습니다. 이재민(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을 일컬음)들은 마치 악몽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재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중요한 물건을 챙길 여력도 없이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한 이재민은 “지금 보고 계신 이 집은 당시 다 잠겼다고 보시면 되어요”라며 수해 흔적을 보여줬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물이 갑자기 차오르기 시작해 대피할 틈도 없이 집 안으로 물이 들어왔어요. 얼마나 거세게 내리는지 순식간에 잠겨서 무서워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끝내 말을 잊지 못하시는 이재민도 있었습니다. 물이 빠진 후의 집 안은 진흙으로 뒤덮여 집 안에 있던 많은 물건을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많은 이재민은 사진 앨범들이 훼손되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과거 기억과 추억이 몽땅 사라져 버렸으니 허망함 또한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민대응단원들은 이재민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포토 프린터를 준비했습니다. 물에 젖은 앨범을 복구할 순 없지만,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들을 인화해 드리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받아 든 이재민들은 잠시나마 그 아픔이 치유된 듯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린피스가 준비해간 포토 프린터로 인화한 사진을 보고 있는 전남 수해 이재민의 모습
그린피스가 준비해간 포토 프린터로 인화한 사진을 보고 있는 전남 수해 이재민의 모습

이재민들은 이번 홍수 피해가 처음 있는 일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런 피해는 계속 커질 텐데 이전과 같은 재난 예방과 대응은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이재민들의 피해 증언은 앞으로 계속 발생하게 될 기후재난의 피해 규모를 경고합니다. 시민대응단은 현장에서 이재민들의 증언을 기록해 기후위기 대응 없이 기후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는 근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원들이 이재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록하고 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원들이 이재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록하고 있다.

함께, 더 나은 일상으로

시민대응단원들은 해남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진도로 이동했습니다. 진도 또한 당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여러 가구가 침수 피해를 보았습니다.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어서 시민대응단원들은 이재민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복구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 곳에 사시는 한 이재민은 몇 년 전 조용하고 평화로운 진도 용인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나 물건을 고치는 것이 취미였기에 다양한 기계와 공구들을 수집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집이 잠기는 바람에 모든 기계와 공구들이 물에 젖었고, 혼자서는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 복구가 더뎌졌습니다. 여러 명의 시민대응단원은 마당에 있는 짐들을 함께 정리하며 이분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마당 앞의 큰 벚꽃나무가 내년 봄에 꽃을 피울 때, 이 집도 다시 환하게 웃으시길 바라며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2024년 10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원들이 진도에 침수 가구 복구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2024년 10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원들이 진도에 침수 가구 복구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시작된 기후재난의 경고

과거 시간당 100mm는 흔치 않았던 극한 호우였던 반면, 최근 한국에선 이러한 극단적인 호우가 거의 매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극단적 호우의 빈도와 강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기후재난의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즉 기후위기에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기후재난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2조 달러(한화로 약 2,8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에만 보고된 4천여 건의 기후재난을 분석한 결과, 약 4,510억(한화로 약 630조원)달러 손실이 집계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이미 방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재난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기에 피해는 지속될 것입니다.

2024년 9월 침수 피해가 있던 가구를 방문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시민대응단원의 모습
2024년 9월 침수 피해가 있던 가구를 방문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시민대응단원의 모습

해결책은 기후위기 대응입니다.

근본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해결책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후재난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후재난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의 결과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정책과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시민대응단과 함께 현장에서 피해 상황과 문제점을 기록하며 기후재난의 원인과 계속되는 피해의 연결고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후재난이 단순히 통계로만 기록되는 한계를 넘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재난은 더 이상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 순간에도 기후재난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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