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맞잡은 손 - 바다를 잇는 마음
후쿠시마 사고 14년, 제주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

지난 3월 4일, 제주시 한경면에서 후쿠시마 할머니들과 제주 해녀들의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후쿠시마 할머니들은 애플TV 다큐멘터리 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맞서 싸우는 제주 해녀들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에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제주를 찾았습니다.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그린피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 그리고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는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말아라! 시민회의 (2014년 설립)’ 및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멈추는 운동 연락회 (2023년 설립)’에 참여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멈추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오가와라 사키씨와 NPO ‘해피아워드 네트워크’ 스즈키 마리씨가, 제주에서는 고산리 어촌계와 조천면 북촌리 해녀 7분이 참석했습니다.
후쿠시마 할머니들의 사과 “바다로 연결된 여러분께 미안합니다”

후쿠시마에서 온 오기와라 사키씨와 스즈키 마리씨는 제주 해녀들에게 일본 정부를 대신해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개인이 국가를 대신해 사과할 필요는 없지만, 그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연대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키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심각한 문제이며,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며 “제주해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리씨는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계속 묻고 있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생활뉴스 커먼즈 기자이자 이번 만남을 주선한 오카모토 유카 씨도 “이번 만남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시민들을 희생시키는 한일 양국 정부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며 “바다는 국경을 넘어 연결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직접 오지 못한 후쿠시마 할머니들은 영상으로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후쿠시마현 미하루마치에 거주하는 무토 루이코 씨는 “작년에 애플TV 다큐멘터리 을 보고, 제주 해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 일어선 모습에 매우 감동했다. “후쿠시마 주민으로서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해서 싸우고 있고, 우리도 더 이상 방사성 물질로 한국의 바다를, 세계의 바다를 더럽히지 않도록 일본에서 재판을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츠 시에 거주하는 가타오카 테루미 씨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투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해외 시민 여러분과 해녀분들께 일본 정부의 폭거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더욱 연대를 강화하여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바다의 변화를 제일 먼저 감지한 제주의 해녀들

제주의 해녀들은 수 백년 동안 바다를 지켜왔습니다. 해녀가 된다는 건 소명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어머니의 품과 같이 편안한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녀들은 바다의 변화를 제일 먼저 느끼고 있었습니다.
애플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에 출연하고, 제네바 UN 인권이사회에서 증언한 장순덕 해녀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바다는 내 생업이자 후손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며, “전 세계가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만큼, 정부가 보다 책임 있는 해결책을 직접 나서서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녀들은 오염수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바다 변화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바다는 고수온 현상으로 인한 해조류 감소, 해양 생물 생태 변화, 어획량 감소 등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인홍 고산리 어촌계 해녀는 "바다가 불타버린 산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 불이 타면 재난이라고 하지만, 바다의 변화는 재난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바다가 무너지는 걸 체감하고 있는데, 아무도 이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내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바다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손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맞서 싸우는 법률 전문가들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 단장이자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헌법소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소송에는 해녀, 어업인, 수산식품업자 등 어업 및 농업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등 총 40,025명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를 오가는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 및 큰돌고래 54개체 등 총 164개체의 고래도 청구인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이 헌법소원의 주요 쟁점은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헌법상 의무 불이행입니다. 청구인들은 대통령 등 피청구인들이 외교적 조치, 독립적인 영향평가, 방사능 전수조사, 시민들에게 적절한 정보제공 및 참여 보장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청구인들의 생명권, 환경권, 재산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변호단은 이 소송을 통해 오염수 해양투기의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불충분한 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청구인들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헌법상 의무가 확인되고, 청구인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2023년 9월 어민과 일본 시민 365명이 후쿠시마 지방법원에 ‘ALPS처리오염수 금지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단의 공동대표 카이도 유이치 변호사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염수 방류는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과 해양 생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특히 ALPS 처리 오염수에 여과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생선 뼈에 축적되는 스트론튬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물고기의 방사능을 측정할 때 뼈를 제외한 살만 검사해 ‘안전하다’고 발표하는 등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카이도 변호사는 “오염수 방류는 런던 협약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며, 후쿠시마 주민을 비롯한 일본 시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 시민들과도 연대하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무책임한 결정을 막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바다를 잇는 연대,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의 약속

제주 해녀들과 후쿠시마 할머니들은 행사 말미에 서로 손을 맞잡으며 깊은 연대의 뜻을 나눴습니다.
후쿠시마 할머니들은 칠전팔기를 상징하는 오뚜기와 해양 생물이 그려진 손수건을 제주 해녀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주 해녀들은 역시 이에 화답하며 바다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테왁 열쇠고리를 건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온 것은 시민들의 목소리와 연대였습니다. 국가가 부족할 때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함께 나아갔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제주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들의 만남은 국경을 넘어 바다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초르노빌과 마셜 제도 등 원전 사고 및 핵실험 지역의 방사선 조사를 진행하며 과학적인 조사와 증거를 제시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또한,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 행동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