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시추 프로젝트를 그린피스가 반대하는 4가지 이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이미 동해 심해 가스 개발 사업 중 하나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석유공사는 ‘실패’가 아닌 ‘과정 중 하나’로 규정하며, 해외 투자 유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징어, 명태, 마귀상어 등 동해 유망 구조 6곳에서 후속 시추를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1. 경제성 없는 막대한 투자, 국민 세금 낭비
2025년 2월, 대왕고래의 1차 시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유의미한 경제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당시 발표에 예상치 못한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됐다고 설명하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능성을 보기 위한 이번 1차 탐사에만 투입된 금액은 자그마치 1,200억 원이었습니다. 가스전 탐사 시추의 성공 가능성은 20%로, 5회 진행 시 국민의 혈세 5,0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입니다. 또한, 심해 가스전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고, 예산 초과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으로 더 많은 국민 세금이 낭비될 우려가 큽니다.
게다가, 한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이미 감소 중입니다. 11차 전력기본계획에서도 LNG 발전 비중은 장기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입니다.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를 고려할 때, 새로 개발하는 천연가스는 10~15년밖에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경제성 없는 가스 시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2.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
동해 심해 시추 프로젝트는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사업입니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동해 화석연료 매장 추정량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가스 전체 주기 배출량 배출계수를 토대로 계산하면, 이 프로젝트로 총 47억 7,75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년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억 5,000만 톤입니다. 즉, 한국이 7년 넘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한 번의 프로젝트로 쏟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미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2024년에는 처음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인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C를 초과했습니다. 그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재난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동해 심해 시추 프로젝트까지 가세한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는커녕 더 심각한 기후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3. 재생에너지 전환은 빨간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가스 탐사 프로젝트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심해 가스 시추에 투자하는 동안, 재생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체되고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결국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은 연장되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규 화석연료 개발이 아니라,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수요 관리입니다.
4. 심해 생태계까지 뻗치는 욕심
심해 가스를 시추하려면 거대한 중장비를 해저에 투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깊은 바다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심해 시추를 간단히 구멍만 뚫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현대 석유 및 가스 개발에는 독성이 있는 화학 물질이 사용되어 넓은 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세계 여러 지역의 심해 가스전 개발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중금속 폐기물 방출은 극단적인 환경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동해에는 멸종위기종 고래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밍크고래, 참고래, 향고래 등은 소리를 이용해 소통하고 먹이를 찾습니다. 그러나 시추 장비에서 발생하는 강한 소음은 이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고, 심한 경우 해안으로 떠밀려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대왕고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시추 프로젝트.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젝트는 바로 고래를 포함한 해양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추가 심해 시추 프로젝트를 막아 주세요
동해 가스 시추 프로젝트는 불확실한 이익을 좇아 미래를 희생하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그 책임은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아이들, 또는 막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서 지게 되겠죠.
2025년, 지금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에 집중해야 하는 때입니다.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로 판명난 화석연료와는 결별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린피스는 정부에게 추가적인 동해 심해 시추 프로젝트의 즉각 중단을 요구합니다. 그린피스는 해양 및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확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촉구합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래를 건 도박을 멈출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위해 동해 심해 시추 프로젝트 중단 청원에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