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산불, 그 현장으로
그린피스 산불 현장에서 기후재난을 기록하다
최악의 산불 그 재앙의 시작
2025년 3월 21일 오후 3시경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불이 시작되었습니다. 늦은 오후 산불 진화율이 70%가 되면서 불길이 잡히는가 싶더니 바람을 타고 다시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의성군 안평면에서, 같은 날 12시 경 울주군 온양읍에서 산불이 시작되었습니다.
건조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습도는 20% 안팎. 바람은 초속 7m가 넘는 강풍이었습니다. 산림청은 대응 최고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고, 가용 자원은 전국에서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세 곳이나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산불에 자원은 분산되고, 불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습니다.
여러차례 산불 대응을 해왔지만, 이번 산불은 달랐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세 지역의 산불, 그리고 빠르게 확산되는 불길은 규모 자체부터 압도적이었습니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진 않았지만, 기후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하며, 이번 산불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큰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내려갔습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긴급대응팀 가동
산불이 발생한 직후,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대응 매뉴얼과 프로토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매뉴얼은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장대응 부터, 이재민 지원과 장기적인 회복 과정까지 아우르는 대응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산불 역시 이 프로토콜에 따라 긴급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재난 대응 협력 단체인 원불교 봉공회와 피스원즈 코리아와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응을 이어갔습니다.
긴박했던 산불의 시작점, 산청
가장 먼저 산불이 발생한 곳은 경남 산청군입니다. 산불 현장에선 산청군 시천면사무소 공무원들은 비상대기를 하고 있었고, 이재민 120여명이 선비문화연구원으로 대피해 있었습니다. 주말 내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기후재난 대응을 이어갔고, 3월 24일 월요일 아침 첫 조사 지역인 산청으로 출발했습니다.
어둑해질 무렵 산청에 도착했을 때, 아직 산불은 진행 중이었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곳곳에 소방차들이 방화선을 구축하며 민가로의 확산을 막고 있었습니다. 지휘소에는 많은 인력과 장비가 모여 있었고, 실시간으로 여러 정보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산 위는 여전히 불길이 남아 있었고, 밤이 되면서 곳곳에서 화염이 보였습니다.
저는 다음날 아침 산불통합지휘소가 있는 산청양수관리홍보관으로 갔습니다. 홍보관 맞은 편 산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고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현장대응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위로는 헬기가 쉴 새 없이 물을 퍼나르며 산불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군데군데에서는 의용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산불 속에서도 남을 먼저 생각한 사람들, 의성
산청에서의 긴박한 산불 진화 대응 현장을 뒤로한 채 저는 의성 산불 현장을 찾았습니다. 의성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이재민 구호소, 의성 체육관입니다. 체육관에는 41개의 텐트에 161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었고 여러 구호 단체에서 급식, 의료, 물품을 지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서재한님을 만났습니다.

“저도 집이 다 타버렸어요. 그제 산불이 나서 봉사하러 갔다가 우리 집에 불이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가봤는데 벌써 다 탔더라고요. 저희 집이 탈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서재한 님은 본인의 집이 전소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을 돕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지역에서 봉사를 많이 해오던 터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산불 현장에 나왔다고 합니다. 자신의 안위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 저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기후재난의 참혹한 결과가 남긴 상흔, 안동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안동시 일직면 광연리였습니다. 이 마을은 전체 80가구 중 50가구가 불에 탔습니다. 마을회관에 앉아계셨던 이재민 한 분이 “불탄 집에 같이 가볼 수 있겠냐” 하셔서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곳곳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하게 부서지고 그을려 있었고, 아직 연기가 나는 집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시집와서 10년 전 작은 보금자리로 집도 짓고 꽃도 심고 정성껏 꾸며놨는데 내 평생 이렇게 무섭고 큰 산불은 처음이에요. 하루 아침에 모든 게 재가 되어 너무 속상해요. 말로 다 할 수 없고 눈물 밖에 안 나와요”
산불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이재민들은 불안과 공포, 불타는 집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무기력감 등 다양한 감정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 속히 일상으로 복귀 될 수 있기를 마음으로 기원했습니다.
기후재난 시대, 함께 회복하고 함께 바꿔야 합니다.
현장에선 이재민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바라며, 이재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연결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긴급 대응의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 산불처럼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재난의 배경에는 기후위기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재난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기후재난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조사와 현장에서의 기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편적인 복구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이 체계적인 기후재난 대응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함께,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해 긴급 복구 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피해 기록을 통해 장기적인 회복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함께 피해지역 복구 활동을 지원 합니다.
- 전문가를 통한 이재민의 심리 돌봄을 지원합니다.
- 이재민의 피해를 기록해 장기적인 회복을 함께 합니다.
-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에 근본적인 원인임을 알리고, 재난 대응 정책 변화를 촉구합니다.
앞으로도 산불 피해 현장에서의 기후재난 대응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이재민들과 함께하는 그린피스의 긴 회복의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