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그록·딥시크 경쟁 속 숨겨진 기후 리스크, AI시대의 그림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
AI 기술이 발전하려면 수많은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컴퓨터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계산하는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AI 칩을 만드는데 매우 많은 전력이 사용됩니다. 결국, AI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죠.
이번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2021년 약 2,600개에서 2024년에는 5,30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시설에 사용되는 전력이 대부분 화석연료 발전에서 온다면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30년 데이터센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AI 칩 제조의 전력 수요
AI 칩은 AI 기술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반도체가 필요한 것처럼, AI를 실행하려면 이 특별한 칩이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AI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전력이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AI 칩 제조에 사용된 전력량은 218기가와트시(GWh)에 이르렀으며, 2024년에는 984기가와트시로 무려 350% 이상 늘었습니다. 여기엔 한국도 포함됩니다. 2023년 134.6기가와트시였던 한국의 칩 제조 전력 소비는 2024년 두 배 이상 증가해 315.2기가와트시로 추정됩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의 전력 소비량입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해 본 결과, 2030년 전 세계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는 최대 37,238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3년 대비 170배 증가할 전망으로, 이는 현재 아일랜드의 총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양입니다.

‘AI 칩 허브’ 동아시아의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AI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특화된 고성능 칩에 크게 의존합니다. 최신 AI 모델의 강화된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GPU와 HBM이 결합한 성능이 필요하죠. GPU는 병렬 처리를 가능케 하고, 기존 CPU 대비 훨씬 강력한 연산 능력을 제공합니다. HBM은 대규모 모델에 내재된 메모리 대역폭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복잡한 AI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러한 AI 칩 제조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역은 다름 아닌 동아시아입니다. 엔비디아와 AMD 같이 AI 모델 시장의 대부분 점유하는 기업들은 대만의 TSMC로부터 GPU를 공급받고 있으며, HBM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일본의 마이크론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의 전력망이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대만의 전력망은 83.1%가 화석연료 기반이고, 일본은 68.6%, 한국은 58.5%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환경에서 AI 칩 제조가 이뤄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만에서 AI 칩 제조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2023년 약 4만 1,200톤에서 2024년에는 무려 18만 5,700톤으로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한국 역시 2023년 5만 8,000톤에서 2024년 13만 5,900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죠.
AI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AI 빅테크 기업들이 AI 칩 구매를 위한 지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현재 AI 칩 제조의 대다수를 담당하는 동아시아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높은 생산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한다면, 동아시아의 탄소 배출량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동아시아 AI 칩 생산 지역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1,68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국이 직면한 전력 문제
한국 정부는 2025년 2월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과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명목으로 LNG 발전 설비 용량을 2038년까지 1.6배 확대하고, 신규 대형원전과 SMR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석탄이나 LNG 같은 화력발전으로 AI 전력 수요를 충당할 경우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초래하며, 주민들의 건강 피해와 기업의 탄소경쟁력 측면에서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원자력 발전은 건설 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되는 특성상 빠르게 확대되는 전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총 전력 수요(10GW)를 원전으로만 충당하려고 할 경우, 10기(1GW X 10기) 이상의 발전소 건설이 필요한데, 주민 수용성이나 건설 입지 확보 등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완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가 매우 어렵고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예기치 않은 대규모 사고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SMR은 아직은 기술 개발 중이어서 도입 시기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장에 대한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2024년부터 필요한 전력을 1GW 규모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입주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3G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연료 의존적 발전 방식은 정부와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AI 기술에 대한 세계적 탈탄소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AI와 관련된 에너지,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린피스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제안하는 주요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생에너지 우선 사용 의무화
- 에너지 효율 개선
- 산업 분산과 전력망 안정화
- 기업과 정부의 협력
AI 데이터센터 및 AI 칩 제조 시설에서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독일은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5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으며, 2027년까지는 이를 10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도 AI와 반도체 관련 전력 수급 정책에서 화석연료 또는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 우선 사용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칩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한국 내 특정 지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이 몰려 있으면 전력 과부하와 에너지 자원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높거나 풍력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일부 시설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정부와 협력해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기업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급망 전반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고, 관련 정책적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AI는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로 인해 지구와 우리 모두가 점점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AI 인프라가 확대되기 시작하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AI 산업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행동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