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와 출판사 ‘곳간’의 특별한 협업 이야기 - 곳간 김대성 대표 인터뷰
“지구를 위한, 내일을 위한 문장을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문학과 환경이 만난 자리에서 그린피스는 새로운 방식의 변화를 상상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독립출판사 곳간과 함께 문학 앤솔로지 《한 사람에게》(가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역성과 불균형, 문학과 삶의 결을 고민해온 곳간의 김대성 대표와 함께, 이 특별한 프로젝트의 기획 배경과 과정, 그리고 담고자 한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평가로 활동해왔고, 2022년부터 1인 출판사 ‘곳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성입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지역성과 불균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곳간’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곳간’은 저마다 꾸리는 ‘살림’이 세상을 돌보고 보살핀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름입니다. 부산 곳곳의 작은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고 싶었고, 문학을 중심에 두되 로컬, 젠더, 정동이 어우러진 인문·예술 분야의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한 사람에게》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곳간의 첫 책도 앤솔로지였고, 다양한 주제를 새롭게 엮는 실험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마침 『여행하는 낱말』의 박 로드리고 세희 작가가 그린피스 다큐멘터리 를 촬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린피스와의 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문학과 지구환경은 가까운 듯하면서도 꽤 떨어져 있잖아요. 이 둘을 잇는다면 이야기를 통해 작은 숲을 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숲을 꾸릴 소설가들을 찾고 섭외하면서 이 작업을 이번 한 번으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장르를 넘고 국경도 넘으면서 또 다른 작가들과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 나간다면, 이야기로 짓는 작은 숲을 보살피며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답니다.
평소에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삶의 일부로서 ‘환경’을 늘 곁에 두고 생각해왔습니다. 살림을 직접 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원을 아끼고 재사용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생활 속에서 세상의 위기를 체감하고, 결국 무너지는 세상을 북돋는 길을 찾게 되는 것이죠.
글이나 이야기가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시나요?
글과 이야기는 사회라는 기반 속에서 영근다고 볼 수 있잖아요. “바람은 소망하는 방향으로 분다”는 로베르 브레송의 말을 인용해 본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를 더 많이 내어놓으면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흐름이 생기고 새로운 힘이 움튼다고 여깁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더 바라나요? 무엇을 꿈꾸고 소망해야 할까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한국 문학이 협업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어깨동무가 기후 위기나 파괴되는 지구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적인 접근을 넘어서, 문학의 존재 기반을 되묻는 일과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직접행동을 바탕으로 하는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틀을 통해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시도가 이 프로젝트에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가 섭외와 원고 편집은 물론, 각 작품의 결을 살려 하나의 앤솔로지로 엮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음악가와의 협업 ‘사운드트랙’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며, 문학비디오 작업과 아시아 판권 수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특정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 이 시대의 ‘사라지는 것들’을 느끼고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소설을 통해 오늘 곁에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헤아리고, 나와 곁을 지키기 위한 애씀이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후원자와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가나 기관의 지원 없이 자발적인 후원자들의 손길로 이어지는 그린피스와, 지역 기반의 작은 출판사가 함께 만드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손길이 하나의 씨앗을 보살피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한 사람에게》 프로젝트 소개
출판사 곳간과 그린피스가 함께 만드는 앤솔로지 《한 사람에게》(가제)는 작가 김멜라, 김보영, 김숨, 박솔뫼, 정영선이 참여하는 문학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문학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을 주제로 환경과 문학을 연결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입니다.
“이 책은 마치 ‘국제 종자 저장고’처럼 오늘의 기억과 바람, 그리고 생명을 담는 문학적 저장소가 될 것입니다.”
— 김대성, 출판사 곳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