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연장된 유류세 인하, 계속되는 임시 방편의 3가지 한계
17번째 유류세 인하 연장

지난 8월 14일, 정부는 17번째 유류세 인하 연장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11월 '한시적' 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가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거죠. 휘발유 10%, 경유와 LPG 부탄은 15%의 인하율이 9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또다시 적용됩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고려해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몇 년간 60-70달러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이 조치가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숫자로만 보면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분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87원이 저렴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금: 사라진 13조원, 국가 재정은 어디로?
![2021년 11월부터 2023냔 10월 13일까지 휘발유 유류세 평균인하액 / 출처 : 장혜영 의원실 [국정감사 보도자료] 225원 깎아준 유류세, 판매가에는 138원만 반영](https://www.greenpeace.org/static/planet4-korea-stateless/2025/08/0f4a3ad9-3e3d9fda12e1e.png)
유류세 인하는 정부의 세금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도걸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1년 11월부터 3년간 총 13조 원의 세수가 사라졌습니다. 한시적 인하 조치였던 유류세 인하가 계속 연장되면서 전례 없는 세수 결손이 이어졌습니다. 2023년에는 총 56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유류세 인하가 약 10%를 차지했죠. 국가 재정 운용에 대규모 구멍이 생기면서 필수 사회 인프라 투자, 교육·복지·환경 예산 등에까지 여파가 있었습니다.
물가 안정: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한 유류세 인하 효과

유류세 인하 조치가 휘발유·경유 가격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었을까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인하 폭이 최대치였던 시기, 리터당 휘발유 약 304원, 경유 약 212원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한 인하 폭은 그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인하된 세금의 26~49%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고, 경유는 12~27%만이 가격 인하로 이어졌습니다. 인하된 세금만큼 정유사나 유통과정의 마진으로 흡수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소득층일수록 차량을 많이 운행하고, 그만큼 유류 소비가 많으므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봅니다. 민생을 위한다는 정책 목표가 실제로는 의도한 효과를 못 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류세가 인위적으로 인하되면서 불필요한 유류 소비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OECD는 유류세 인하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한민국이 포함된 G20에서 화석연료의 낭비적 소비를 부추기는 보조금의 폐지를 결의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에너지: 유류세 인하 장기화로 인한 화석연료 소비 증가
유류세 인하 조치는 운송·물류·화물업종의 연료비 부담을 단기적으로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제품 운송비와 생산원가 급등을 막아 인플레이션과 경기 급랭을 일부 완충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만 시행돼야 할 조치가 오랜 기간 이어진다면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이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유류비로 인해 내연기관차 운행이 증가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납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저렴해진 유류비는 내연기관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의 전환 동기를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에너지: 유류세 인하 장기화로 인한 화석연료 소비 증가
유류세 인하 조치는 운송·물류·화물업종의 연료비 부담을 단기적으로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제품 운송비와 생산원가 급등을 막아 인플레이션과 경기 급랭을 일부 완충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만 시행돼야 할 조치가 오랜 기간 이어진다면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이 약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유류비로 인해 내연기관차 운행이 증가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납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저렴해진 유류비는 내연기관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의 전환 동기를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유류세 인하의 민낯, 변화를 위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때
2024년부터 국제유가와 국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점차 축소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여전히 한국의 최종 소비자가 중 유류세 비중은 휘발유 34%, 경우 22.6% 수준으로, 같은 해 OECD 국가 평균인 46.1%보다 훨씬 낮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최종 소비자가의 52%가 넘는 금액을 유류세로 걷고 있습니다.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며 효과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OECD, G20 등 국제기구와 국내 전문가들은 유류세 한시적 인하보다는 취약계층 직접지원, 대중교통 활성화, 무공해차 전환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유류세 인하 연장이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유류세 인하로 연명하는 내연기관차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잘못된 예산 집행을 바로 잡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대중교통 개선, 친환경 교통수단 보급에 힘써야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이동 수단 전환에 필요한 정부의 정책 변화,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 요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