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응단의 이야기1] 평범한 우리가 주말마다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유
찬 바람이 불던 1월, 기후재난시민대응단은 영덕에서 3번째 현장 활동을 마쳤습니다.
기후재난이 일어난 현장에 찾아가 그 참상을 목격하고, 이재민의 삶을 들으며 많은 시민대응단원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재난과 그 이후의 삶을 기록했는데요.
활동 후 몇 주가 지난 1월 말의 어느 날, 두 명의 시민대응단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GP : 간단한 자기소개와 시민대응단으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빈 : 안녕하세요, 시민대응단 3기로 활동하고 있는 문유빈이라고 합니다. 저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런저런 봉사 활동도 해봤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표면적인 활동이라 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더라고요. 그 이후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그린피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을 알게 됐어요.
시민대응단에 지원했던 이유는 제가 희망하는 개발 협력 분야에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모집 페이지에 쓰여있던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는 문구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 활동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이겠다. 특히 그린피스라면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민주 : 안녕하세요, 시민대응단 3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주입니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에 대한 소식을 문자로 접하게 됐을 때, 한창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기록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롭긴 했지만 지원까지는 하지 못 했어요. 그러다가 지원했던 회사에 떨어졌을 때, 다시 시민대응단 모집 글이 떠오르더라고요. 시간적 여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재민들의 회복을 기록한다는 내용에 관심이 생겨 바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GP : 두 분 이야기를 들으니 모집을 위해 열심히 홍보를 했던 보람이 있네요. 그렇다면 두 분은 지원하기 이전에 재난, 특히 기후재난에 관해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요?
민주 : 기후재난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정말 사소한 일로도 우리의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해왔었던 것 같아요. 몸이 한군데만 아파도 우리의 삶이 고꾸라지잖아요. 재난은 그 이상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유빈 : 매년 여름마다 비가 많이 와서 수해 피해로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기후 재난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어요. 이재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의 시민대응단
GP : 두 분 모두 현장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유빈 : 1월에 영덕에서 이재민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을 했어요. 두 분의 이재민을 만났고, 산불 이전에 어떻게 살고 계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중간에 다른 시민대응단 분들과 함께 어르신이 기억하고 계신 노래도 함께 불렀어요.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들을 잘 기록했고요.
민주 : 저 같은 경우엔 다양한 성격의 활동에 참여했어요. 작년 11월 첫 활동으로 산청 수해 피해 현장 복구 작업도 다녀왔고요. 12월에는 영덕에서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 전문가분들과 함께 영덕의 산불 피해 이재민 분들을 방문해서 재난 심리 설문조사를 함께 수행했어요. 전문가 선생님들이 설문을 진행하는 동안 시민대응단은 옆에서 이야기를 기록했었는데요,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재민 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현재 어떤 상태이며, 그 이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가장 최근에 유빈 님과 함께 갔던 1월 활동에서는 심리 전문가 선생님들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전문가 선생님들이 계실 때는 이재민 분들과 대화가 매끄럽게 잘 이어졌는데, 시민대응단끼리 투입이 되었을 때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두 번째 뵙는 것이니만큼 맘을 열어주셔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요.

GP : 그게 시민대응단의 순기능인 것 같아요. 재난 이후에 너무나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 이 시점에서야 조금씩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혹 이재민 분들의 이야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민주 : 만났던 이재민 분 중에 한 분이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산불 발생 직후 대피소와 임시 주거 시설에서 구호 물품을 받고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는 버틸만하고 가끔은 웃긴다고도 생각하셨대요. 현실감도 떨어지고, 사람들끼리 계속 상황에 관해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데 임시 주택에 혼자 들어와서 앉아 있는 순간 예전에 살던 집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씀을 제게 하실 때의 표정을 기억하는데, 웃고 계시던 얼굴 뒤에 진짜 속마음을 조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빈 : 저도 한 분이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고사리 농사를 짓는 분이셨고, 아내분이 몸이 안 좋으셔서 산불 피해가 났을 때 굉장히 고생하셨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고사리가 다 타버렸지만, 뿌리가 남아있어서 괜찮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뿌리만 남아있으면 다시 자랄 수 있다고요. 그 말씀을 하시는 이재민 분을 보는데 그게 본인 스스로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재난 이후의 희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활동이 끝나고도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난
GP :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재난은 끝났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여러분들이 실제로 현장을 보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유빈 :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제가 만난 이재민 분께서 처음에 만나 뵀을 때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이렇게 강하게 말씀하셨었거든요. 그런데 근처에서 산불이 다시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분이 며칠이나 옷을 입고 주무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불안감이 여전히 크다는 걸 느꼈고, 우리가 봤을 때는 재난이 지나간 것 같지만 이재민에게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구나 싶더라고요.
민주 : 현장을 갔을 때 느낀거지만, 여전히 산불이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요. 듬성듬성한 산과, 마을 곳곳에 그을음, 불타버린 보호수 같은 것들이요. 그러면 거기에 살고 계신 이재민 분들은 매일매일 재난이 지나간 상흔을 목격해야 하는데, 전 그것도 재난이라고 생각해요. 긴급하게 진행된 복구 이후에는 어떠한 인력도 들어오지 않고,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고 있잖아요. 이재민 분들은 반영구적으로 삶의 기반이 없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재난이 끝날 수 없는 거죠.

시민대응단이 만들어 나갈 변화
GP : 저희도 같은 생각이에요. 재난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대응단이 지금 하고 있는 기록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기록 활동이 어떠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시나요?
민주 : 이태원 참사 증언집인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라는 책을 보면, 돌연 언니를 잃은 증언자에게 언니 친구들이 와서 계속 말을 걸어주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재난 이후에 말을 걸어주는 일, 서로서로 안부를 물어주는 일이 참사의 슬픔 속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요. 우리의 기록이 너무 힘을 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이후의 이재민에게 누군가는 안부를 물어보아야 한다.’라는 말을 건넬 수 있게요. 그래야 이 재난이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주지시키고, 변화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GP : 우리가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야 할지, 또 만들 수 있을지 남은 시간 동안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이네요. 나에게 ‘그린피스 기후재난시민대응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유빈 : 저는 제가 시민대응단 활동을 하면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참여한 활동이었는데, 오히려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좋은 뜻을 가지고 모인 시민대응단 단원들과 만나서 기후 재난과 회복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에너지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민주 : 시민대응단 활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우리의 활동이 재난 현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이 활동이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우연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기후 재난에 맞서는 시민의 발걸음
많은 이들이 기후 재난이 지나간 현장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여전히 재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기후 재난의 현장에서 우리는 이재민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회복을 기록함으로써 기후재난 대응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더 나은 변화를 제시할 것입니다.
시민대응단이 이러한 변화를 위해 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에는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시민대응단의 활동이 시민의 힘으로 변화를 만드는 실마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기후재난시민대응단이 만드는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기후재난에 맞서는 시민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