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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78번 고의로 깎아내린 ‘생태자연도’, 천연기념물 산양이 묻는 대한민국의 ‘개발 공식’

글: 최태영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 30초 요약
  • '산양이 없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근거로 주흘산 케이블카 공사 시작,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의 무인카메라에 산양이 무려 24회나 포착됨
  • 허가 범위 밖의 나무 벌채 뿐만 아니라 안전 점검조차 미흡한 상태이며, 고의적 ‘생태자연도 하향’ 사례
  • 그린피스 포함 환경단체 연대체에서 공문 발송 등으로 정부에 구조적 문제 개선 요구 중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서 했다고 해도 좋다."

이것은 누군가의 내부 고발이 아닙니다. 대구지방환경청장 출신인 문경시장이 2025년 7월 공개 인터뷰에서 직접 한 발언입니다. 행정 절차에 정통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스로 법 우회 의도를 시인한 것입니다.

경북 문경의 주흘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의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산양의 집을 허물고 수백 년 된 숲을 짓밟는 무리한 케이블카 공사가 아직 백지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24번의 기록이 증명하는 진실: "산양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상부정류장 부지에서 촬영된 산양의 모습
2025년 7월 상부정류장 부지에서 촬영된 산양

문경시는 611억 원 규모의 케이블카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공사는 초반부터 다음과 같은 법 위반 의혹을 받아 국무조정실이 감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100% 시비사업으로 타당성 조사·투자심의 없이 사업 추진
  •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을 악용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단 4개월 만에 2등급으로 하향
  • 실시설계인가 전 케이블카 설비 발주 및 시공업체 수의계약(88억 원)
  • 연계사업 [하늘길 417억], [관광지조성 460억]도 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실의 감사가 진행되던 2026년 1월 13일 당일 공사는 강행되었습니다. 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공사를 기정사실화하면, 설령 위법이 확인되더라도 훼손된 생태계와 집행된 예산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행정 감독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산양이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사항에는 산양 서식이 확인되는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문제는 초기 13일간의 부실한 현장 조사를 근거로 "사업 부지 내 산양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유입 가능성도 낮다"고 결론지었다는 점입니다.

2026년 3월 상부정류장, 6번 지주 인근에서 발견한 산양 배설물

그러나 녹색연합과 전국케이블카건설중단과녹색전환연대가 직접 확인한 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상부 정류장 인근에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에는 2개월간 무려 24회나 산양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노니는 모습은 물론, 점액질이 남은 최근의 배설물과 뿔질 흔적이 다수 발견되며 이곳이 산양의 서식지임이 명백히 증명되었습니다.

'숲가꾸기'로 위장한 교묘한 꼼수 벌채, 100년의 산림을 폐기물로

산양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은 생태자연도에 따라 1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은 2등급으로 낮춰졌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문경시는 케이블카 허가를 받기 전에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한다며 멀쩡한 나무를 베어냈습니다. 인위적으로 식생을 교란시킨 뒤 등급 재평가를 신청해, 단 4개월 만에 1등급 지역을 2등급으로 낮춰버린 것입니다.

드론 촬영 결과, 문경시는 허가받은 건축 부지(약 350평)를 훨씬 초과하여 사업 부지 전체를 모조리 벌채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흘산을 지켜온 수령 100년이 넘는 교목들은 어떠한 보존 대책도 없이 베어져 일반 폐기물로 처리되었습니다.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사업’ 간판과 공사 현장의 굴착기

주흘산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으로

2026년 3월, 실제 주흘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부지 공사 현장 드론 촬영 사진

주흘산의 사례는 단지 하나의 지방자치단체의 일탈이 아닙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의 전수조사 결과, 10년간 전국에서 산림 관리로 위장해 의도적으로 식생을 훼손한 뒤 생태 등급을 낮춘 사례가 무려 178건에 달합니다. 케이블카를 위해 산양을 희생시키는 이 '파괴의 구조'를 이제는 끊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개발 행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제 활성화가 될지는 짚어봐야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41개의 케이블카 대다수가 개장 초반에는 특수를 누리다가 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연도, 얻고자 했던 부도 모두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UN 생물다양성협약(KMGBF)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까지 육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겠다'는 선언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력한 법적 장치가 없는 한, 주흘산의 비극은 반복됩니다. 국내 산양 최대 서식지인 설악산에서도 이미 오색 케이블카 프로젝트가 10년째 논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생물다양성 보전 의무를 법적으로 지도록 '생물다양성 기본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음 주흘산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1. 문경시는 위법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보전 정책을 수립하십시오. 허가 범위를 초과한 무단 벌채와 안전 관리 부실이 확인된 만큼, 당장의 파괴를 멈추고 무너진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2. 국립생태원은 의도적으로 하향된 생태 등급을 즉시 1등급으로 원상 복구하십시오. 현장 조사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만큼,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주흘산의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3.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기본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선해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을 강화하십시오. 지자체가 생물다양성 보전 의무를 갖고,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국회는 즉각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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