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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로 AI를 키우려던 국회, 시민사회가 제동을 걸다

국회에서 추진하던 AI특별법의 LNG PPA 조항은 빠졌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글: 그린피스
지난 5월 7일,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의 초안에는 지금과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LNG 발전사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AI 산업의 전력을 화석연료로 공급하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조항은 다행히 최종 법안에서 삭제됐습니다. 시민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낸 결과였습니다.

왜 이 조항이 위험했나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76곳 중 상위 10곳만 해도 5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일반 가정 2,100만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량입니다. 

이 막대한 전력을 LNG로 채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LNG는 태울 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입니다. 그리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지정학적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됩니다. 올해 3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면서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Qatar Energy)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공급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LNG 의존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 불가항력(Force Majeure)이란?

불가항력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때 그 책임을 면제받는 제도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국회는 AI 데이터센터에 LNG 전력 조달의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려 했습니다.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허무는 결정이었고,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민사회가 함께 막아냈습니다

참여연대, 환경정의, 녹색전환연구소를 비롯한 41개 단체가 연대하여 국회를 상대로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린피스도 이 싸움에 함께했습니다.

3월 31일, 그린피스는 국회 앞 공동 기자회견에서 LNG PPA 조항이 에너지 안보, 에너지 전환, 기후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퇴행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조항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렸고, 4월 25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 실태와 입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했습니다.

<AIDC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전 세계적인 동향을 보면 이번 조항 삭제의 의미는 더 선명해집니다. 독일은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규정했고, 중국도 2030년까지 80% 기준을 의무화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데이터센터 허가의 조건으로 연결했습니다. 한국에서 LNG PPA 조항을 막아낸 것은, 적어도 이 흐름을 역행하는 제도적 발판을 차단한 것입니다.

승리를 발판으로, 다음 싸움으로

다만 이번 성과가 끝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LNG PPA 조항은 삭제됐지만, 이번 특별법에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가 대표적입니다. 이 평가는 대규모 전력 수요가 전력망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사전에 따져보는 절차인데, 이를 건너뛰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또한 일정 기간 내 결론이 나지 않으면 자동으로 승인되는 제도인 인허가 타임아웃제도 환경 검토와 지역 주민과의 사회적 협의를 사실상 형식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건은 끝내 담기지 않았습니다. LNG 통로는 막았지만, 청정에너지로 가는 문은 아직 열리지 않은 셈입니다.

이 구조적 문제는 AI 특별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용인 국가산업단지 내 LNG 발전사업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성장과 전력 공급의 시급성을 앞세워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으로 처리되고, 발전소가 들어설 지역 주민들은 충분한 정보도, 실질적인 협의 기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사업이 밀어붙여지는 방식입니다. '진흥'과 '속도'라는 이름 아래 절차적 정당성이 생략되는 이 구조는, AI 데이터센터 특별법과 용인 LNG 발전사업이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입니다.

<용인국가산단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 기자회견>
용인국가산단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 기자회견 © Greenpeace / Yeo-sun Park

그린피스는 이 구조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6기 신규 LNG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행정소송과 관련 제도 개선 활동입니다.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한지, 주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불투명했는지를 법정에서 따져 묻는 과정을 통해 이 구조를 바꾸는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과정에 대한 정책 감시입니다. 특별법의 LNG PPA 조항 유무와 관계없이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충분히 높이지 않으면, 결국 가스발전소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한번 깔린 발전 인프라는 수십 년의 관성을 만들어냅니다. 법과 절차, 계획 자체를 바꾸는 싸움을 시민사회와 함께 계속하겠습니다.

투명한 환경 정보 공개, 충실한 영향평가, 지역 주민과의 실질적인 소통이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이 아니라, 산업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그린피스는 그 조건이 지켜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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