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채굴 지지국 46개국 vs 무법 기업 TMC’ 국제사회가 함께 건 브레이크
- 제31차 ISA 총회는 불법 심해저 채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실패하며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 반면, 모리셔스, 모잠비크, 콩고공화국이 심해저 채굴 유예를 지지하며 모라토리엄 연대 국가가 46개국으로 급증했습니다.
- 이런 가운데 한국 자본이 해외 심해저 채굴 기업에 투자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에 엮일 위기에 놓였습니다.
무법지대가 된 심해, 인류 공동의 유산 심해저가 무분별한 채굴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는 제31차 국제해저기구(ISA) 총회가 열렸습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인 심해저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논의가 오갔으며, 의미 있는 진전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채 막을 내렸는데요. 이번 총회의 핵심 결과와 숨겨진 내용들을 정리해 전달합니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총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이라는 착시를 뒤로하고,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유예)를 단호히 요구한 국가들의 결단이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모리셔스, 모잠비크, 콩고공화국이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 지지 선언에 새롭게 동참하면서,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을 지지하는 국가는 총 46개국으로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ISA 이사회는 기업의 일방적 행보와 편법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일방적 상업채굴 계획과 연계된 더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 TMC)의 자회사인 나우루 오션 리소스(Nauru Ocean Resources Inc., NORI)에 탐사 계약을 연장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간 채굴 기업들에게 참관인(observer) 자격까지 열어주면서, 채굴 기업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감독 기관인 ISA가 오히려 기업에 장악당하고 기업의 영향력만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자본, 불법 심해 채굴에 휘말릴 위기
심해저 채굴 논란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진짜 문제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 기업 고려아연이 캐나다의 심해 채굴 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에 약 8,520만 달러(지분 약 5%)를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이 TMC가 ISA의 승인조차 받지 않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손잡은 채 일방적인 심해 채굴을 강행하려는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국제 사회가 심해 보호를 외치고 있는 지금, 자회사인 켐코의 '올인원 니켈제련소'에서 가공하는 협력 방안까지 논의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일방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심해저 채굴 공급망에 한국 자본이 직접적으로 편입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UNOC4) 개최국 한국, 응답해야 할 때
한국은 지난해 동아시아 최초로 BBNJ(공해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협정을 비준했고, 올해 1월 그 협정이 발효되었습니다. 또한 2028년 6월에는 칠레와 함께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를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UNOC 개최국들(스웨덴, 포르투갈, 프랑스)과 공동 개최국 칠레까지 모두 심해저 채굴의 사전주의적 중단이나 전면 금지를 지지한 반면, 유독 한국만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그린피스의 경고
이번 제31차 ISA 총회 결과에 대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할디스 헤레(Haldis Helle) 해양 캠페이너는 “ISA가 불법 채굴을 추진하는 더 메탈스 컴퍼니(TMC)와 그 자회사에 특혜를 주고 상업 계약자들의 참관인 참여를 허용한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이자 기업 지배력을 강화해 준 행위”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자국 기업이 일방적 채굴에 자금을 대거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UNCLOS 위반이며, 각국 정부는 자국 자본과 인력이 불법 채굴에 동원되지 않도록 제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연하 해양 캠페이너 역시 한국 정부의 책임 이행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김연하 캠페이너는 “심해저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고려아연의 자금이 국제법을 우회하는 채굴에 사용되는지 정부 차원의 검토가 시급하다”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TMC 상업채굴 최종 허가 결정이 예상되는 2027년 1분기전까지 정부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으로서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BBNJ 비준국이자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 공동 개최국으로서 자국 기업의 일방적 채굴 연루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인다면 국제적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것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당사국인 한국 정부는 일방적 채굴에 자국 기업의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방지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에 다음 사항들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 또는 사전주의적 중단 지지를 공식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
일방적 채굴을 차단하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 의무이고, 모라토리엄 동참은 그 의무를 이행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 고려아연의 TMC 투자에 대한 확인/검토에 나서야 한다.
고려아연의 TMC 투자와 정제·가공 협력 계획이 ISA 승인 없는 일방적 채굴을 지원하는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유엔해양법협약 제139조가 요구하는 '상당한 주의' 의무의 출발점입니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심해저 채굴 허가 결정 전 국내 기업 통제 및 공식 의견 제출에 나서야 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심해저 채굴 허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국내 기업이 일방적 채굴에 자금과 용역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NOAA의 환경영향평가 공람 절차에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으로서 공식 의견을 제출해야 합니다. - 무허가 심해저 광물 유입 통제 및 자국민 활동을 규율하는 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ISA 체제 밖에서 회수된 광물과 그 파생 제품의 수입·정제·가공을 통제하는 제도(유엔해양법협약 제137조 3항 불승인 의무), 그리고 영국·뉴질랜드·일본처럼 자국민의 무허가 심해저 채굴활동 참여를 규율하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제31차 ISA 총회가 무력하게 막을 내린 지금,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 공동 개최국인 한국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 지지에 앞장설 수 있도록
지금 바로 그린피스의 해양 보호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