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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기후변화

글: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전 세계 학생들이 자신들의 교육 기회를 희생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대로 가면 기후변화로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학생들이 학교를 빠지고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영국, 벨기에, 독일, 호주에서는 이런 시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오는 3월 15일에는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학생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섭니다. 학생들의 시위는 광화문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됩니다.

Mobilisation des jeunes pour le climat, Paris, 22 février 2019

 <수천 명의 학생이 기후 변화 협약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더 적극적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 시위에 나서는 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일부 학생들이 학교를 자발적으로 휴학하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주장하는 만세운동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때 만세운동을 조직했던 유관순은 18세의 고등부 학생이었습니다. 열사라고 불리기에는 어색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좀 더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면 1980년에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이 있었습니다. 이때 많은 대학생들이 투옥되고 몇 명의 학생들은 시위 중에 또는 고문을 받다가 죽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주도해 시작한 시위와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합쳐진 결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빠서 또는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나서기를 머뭇거릴 때, 먼저 행동에 나선 이들은 문제를 직시한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웬 시위냐’ 라는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스웨덴의 기후변화활동가 16살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스웨덴의 기후변화활동가 16살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해외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배부른 나라의 배부른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서 본분을 버리고 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교육을 했기에 저렇게 학교를 빠지고 시위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학생들은 절박합니다. 2019년인 지금 10대 초중반 아이들은 이미 폭염과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를 수십 년 동안 해온 과학자들은 상황이 악화되어 12년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2018년 10월에 발표했습니다. 즉 앞으로 즉 12년 매년 4%씩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낼 수 있다고 처방한 겁니다. 매년 온실가스 5% 감축은 일상적인 조치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과학자들과 교육인들도 아이들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선언에 나서고 있습니다. 172개국 401개 단체 소속 3천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제교육연맹(Education International)도 학생들의 기후변화 시위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2018년 말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우리가 기후변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는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는 원색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과격하게 들리지만, 실제 현실은 더 과격합니다. 관련 연구를 하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본 연구진들이 우울증에 빠져 정신 치료를 받는 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각성을 공감하기 어렵다면 2018년의 길었던 폭염을 상기해보십시오. 2018년의 길었던 폭염은 사실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무더웠던 지난여름 한 남자가 아이에게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무더웠던 지난여름 한 남자가 아이에게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아이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건 결국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아이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아이들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어른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요.

이제는 해결에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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