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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 외면한 문재인 연설, 푸른 하늘은 1년 중 하루만 필요한가?

글: 김지석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인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포부를 밝혔을까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광화문 북측광장에 석탄발전소 모양의 대형 에어벌룬을 설치하고,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2015년 9월 2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뉴욕 거리의 기후변화 시위대에 합류했다. 몇 개월 후로 예정된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은 반 총장을 거리로 나서게 할 만큼 중대한 과제였다. 2015년 12월 협약이 체결됐고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기대했다.

4년이 지난 2019년 9월 21일, 4백만 명 이상의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라며 정부에 요구하는 결석, 결근 시위에 나섰다. 국경을 넘는 등교 거부 시위를 불러일으킨 청소년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3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배를 타고 15일간 대서양을 건넜다. 회의장에서 그레타는 각국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않고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유년 시절을 앗아갔다며 분노와 슬픔으로 질타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죽어 가고 대멸종이 시작됐는데 끝없는 경제 성장에 대해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타와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다. 기후 문제가 유엔에서 처음 거론된 후 30여 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오히려 훨씬 더 악화됐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0년 안에 대폭 줄여도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할 확률은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도 절반 정도의 확률은 온난화를 빠르게 가속화 할 지구의 되먹임(feedback) 작용을 반영하지 않은 값이다. 변수를 반영하면 확률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앞으로 전 세계 그리고 한국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한 정책 결정자, 기업들에 의한 불공정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위기는 화석연료를 영속시키려는 지배 구조의 문제이고, 이에 대항하는 소비자, 유권자인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수백만 명의 기후 시위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는 한국도 참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인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포부를 밝혔을까. 문 대통령의 연설은 침묵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말하며 국내 석탄발전소 감축 성과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미 폐쇄된 4기, 26기의 노후발전소 중 2022년까지 폐쇄할 고작 6기의 노후석탄발전소 그늘엔 작년 인허가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삼척화력발전소를 포함해 7기가 신규 건설 중이다.

국내만 문제가 아니다. 공적 금융으로 해외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은 3위다. 작년 9월, 한국 정부는 이미 석탄발전소가 8기 위치한 인도네시아 수랄라야 지역에 2천 메가급 대규모 신규 건설 계약을 국내 대기업에 주선했다. 이들 해외 석탄발전은 국내보다 최대 20배 약한 대기 오염 물질 관리 기준이 적용되어 더 많은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한국은 기후변화 취약 지역인 동남아시아에 케케묵은 우리만의 경제 논리를 내세워 기후위기를 가속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연설 중 박수가 터져 나온 대목은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2배로 늘린다고 약속한 부분에서였다. 우리나라 녹색기후기금 이행기구인 산업은행은 국내외 석탄발전에 대규모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석탄을 지원하는 동시에 공여액을 늘린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도 부끄러움 없이 유엔 기후변화 연설 단에 섰다. "국경을 넘어, 인류의 포용성을 강화"하는 정책과는 명백히 거리가 멀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38년을 목표로 탈석탄을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203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3분의 2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자체 감축과 함께 새로운 무역 기준도 필요하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매진하는 전 세계적 노력을 후퇴시키고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않는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한국 같은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폭풍이 닥쳐오고 있지만,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는 우리의 모습은 놀랍다.

문 대통령의 연설 중 가장 현실 착오적 제안이 대미를 장식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하며 대기오염으로 매년 조기 사망하는 7백만 명의 안위를 걱정하였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있고 일주일 지난 9월 30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첫 대국민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인 12월부터 3월까지는 석탄발전소 최대 27기(전체 45%)의 가동을 중단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전면 제한하여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2만3천여t) 줄인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소의 경우, 일부 가동하는 발전소도 출력을 8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 역시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정책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미봉책일 뿐 기후위기 대응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

9월 마지막 주 전 세계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국 정부에 기후위기를 직시하라며 엄중한 경고를 전했다. 한국에서도 5천명이 넘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전국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 뉴욕 유엔 기후 주간을 시작으로 점화된 대규모 시위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레타가 오열을 삼키며 말했던 이야기를 한국 정부와 화석연료에 투자 및 개발을 지속하는 국내 산업계 관계자들에게 고한다. 기후위기의 재앙은 모두 당신들의 손에서 왔다. 한국 정부는 이 대열 앞에 부끄러움 없이 서 있다. 우리는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를 멸종으로 이끌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잘못된 결정을 멈추라고. 지금 필요한 건 온실가스의 빠른 감축이다. 유엔회의는 그 얘기를 위한 자리였다. 푸른 하늘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일상이 될 것이니 굳이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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