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회로: 시민의 힘이 만든 기후재난 대응 변화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 시대에 왜 정책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기후위기로 산불은 더 커지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빠른 복구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연구와 현장에서 확인한 증언을 토대로 국회에서 기후재난 대응 체계의 한계를 짚고,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 시대에 왜 정책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2025년 8월 27일,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 다시 보기
국회에서 대형산불 대응 체계 변화를 요구하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27일 국회 토론회에서 두 건의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들은 대형산불을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 3월 한국 최악의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산불의 대형화엔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은 아직도 입산자 실화 예방 같은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대형화되는 지금, 이런 대책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산불의 기후적 원인과 정책 대응의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1) 대형산불의 양상과 기후위기 간 연관성을 분석한 리뷰페이퍼 연구와 (2) 미국의 산불 대응 정책과 거버넌스를 한국과 비교 분석해 제도적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1.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발생의 우발성 및 장기화, 대형화 추세
그린피스는 리뷰페이퍼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가 산불 발생과 확산, 대형화 장기화에 영항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고찰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사례를 통해 대형산불이 더 이상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복합적, 전 지구적 리스크임을 밝혔습니다.
한국 또한 건조일수가 1970년대 대비 현재 기준 2배 이상 증가했고, 겨울 강수량 감소, 상대습도 하락과 같이 산불 발생에 영향을 주는 기후 지표들에서 산불 위험이 뚜렷하게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NASA의 MODIS 위성 자료를 통해 화점(火點) 수와 방출 복사력을 분석함으로써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산불 빈도가 2000년대 초반 대비 최대 4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리뷰페이퍼 연구를 진행한 그린피스 심혜영 기후에너지 선임연구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산불은 실화로 시작될 수 있지만, 이를 대형화하는 것은 기후위기입니다. 산불을 기후재난으로 재정의하고, 이에 맞게 기존의 산불 대응 정책 역시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결합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연구 2.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기후재난 정책 비교 연구: 산불 대응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는 산불 대응 정책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는 과거부터 대형산불의 피해가 컸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최근 산불이 더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연구진이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여름철 산불을 분석한 결과, 1996년부터 2001년 사이의 산불 피해 면적이 1971년부터 1995년 사이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관찰된 산불 면적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했으며, 대형산불의 증가도 산불 면적 확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대형산불을 기후재난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정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산불을 복합재난 관점에서 정의하며, 산불 피해에 대한 완화와 회복을 포함한 장기 전략을 제도화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중앙집권적인 대응 체계와 사후 복구 중심의 정책에 머물러 있어, 재난 현장에서의 신속한 초기 대응과 지역의 장기적 완화와 회복에서 한계를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미국과의 정책 비교를 통해 더 극명히 드러나며, 한국의 산불 대응 제도 변화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미국과 한국의 산불 대응 정책 차이점
구분 | 한국 | 미국 |
---|---|---|
지휘체계 | 표준 편제는 있으나, 일원화된 지휘 시스템 부재로 현장 혼선 발생 | 일원화된 지휘체계와 다기관 조정 시스템 운영 |
재난 대응 단계 | 예방 - 대비 - 대응 - 복구 4단계로, 사후 대응 중심 | 예방 - 보호 - 완화 - 대응 - 복구 5단계로, ‘완화’ 단계에서 피해 경감 및 회복 |
상시 협력 | 전담 상설 기관 부재 | 상시 협력 거버넌스 운영 |
민간 참여 | 단기 자원봉사 중심 | 장기 자원봉사 및 민간 단체 참여를 위한 제도적 기반 보유 |
장기 회복 | 사후 복구 중심 | 장기적 복구, 회복까지 제도화 |
국회 토론회, 정책 변화로 가는 시작
이번 연구들을 통해 현장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와 부재의 원인을 정책 차원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재난 대응은 단순히 현장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할 사안입니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바꾸는 주체가 국회이기에, 국회의원들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구체적인 제도 변화가 가능해집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린피스는 국회 토론회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기후재난 대응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이번 국회 토론회는 그린피스가 준비해 온 연구를 사회적, 정책적 의제로 올려놓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가 직접 참석해 그린피스의 연구 결과와 정책 제안을 현장에서 들었다는 점이 의미 있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빠른 변화를 향한 뚜렷한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한국전력, 대형산불 원인 제공자에서 예방의 주체로
산불이 대형화, 장기화되는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이지만, 발화 요인과 피해 확산 과정에서 전력회사의 책임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2019년 고성과 2023년 강릉 산불 이후 피해 주민들은 전선 발화 책임을 물어 한국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은 장기화되며 공동체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알렉산더 거슈노프 박사와 공동으로 연구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이 이러한 소송 공방에 머무르지 말고 사전 예방 중심의 제도 개선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전력회사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회사는 2007년 대형산불을 계기로 ‘공공안전 전력 차단 제도( Public Safety Power Shutoffs, PSPS)’를 도입했고, 그 이후로 전선 발화로 인한 대형산불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예방적 조치가 대형산불의 파괴적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입니다.
반면 한국전력은 지중화와 전력 차단 같은 대안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지만, 실행과 제도 개선에는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그 이유로 주로 비용 부담을 들지만, 연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전력 공급을 1% 차단했을 때 자본 손실의 0.2%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산불 피해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고려할 때, 사전 차단 조치가 결코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산불 예방을 위한 투자, 더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의 필수 전략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국회로: 시민의 힘이 만든 변화
이번 국회 토론회를 통해 우리는 정책 변화를 위한 캠페인의 한 단계를 더 내디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은 그린피스를 지지하고 함께해 주시는 시민 여러분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현장에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린피스가 목격하는 피해의 현장과 시민들의 기록이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기후재난에 맞서는 시민의 힘, 지금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