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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돌아보며 -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작부터 중간보고회까지

중간보고회를 거치며 4개 연대 단체의 프로젝트 소회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산불 이후, 숲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 것인가?'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자연에 맡기자는 고운사의 선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약 6개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 연대 단체는 중간보고회를 위해 다시 고운사에 모였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숲이 회복되는 양상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솔직한 소회를 나눴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숲은 인간이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관행적인 시각에 균열을 내는 작업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 | 성민규 연구원


오늘 중간보고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인간의 개입을 걷어낸 자연의 회복 속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입니다. 산불이 지나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토양이 안정되고 담비와 올빼미, 큰소쩍새, 아기부엉이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이 다시 숲을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은 가만히 두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속도가 느린 곳도 있겠지만, 자연은 결국 자신의 길을 갑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고운사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단순히 산불 이후의 복구 작업으로 보고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숲과 맺어온 관계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숲은 인간이 가꿔야 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관행적인 시각에 균열을 내는 작업입니다.

그동안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중장비를 산에 들여오고, 살아남은 숲을 베어내고, 단일 수종을 줄 맞춰 심는 방식이 반복돼 왔습니다. 말은 복원이지만, 사실상 굉장히 파괴적인 사업이었습니다. 토양 1cm가 형성되는 데 200~300년, 고운산은 5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중장비가 들어오는 순간, 수백 년 동안 쌓인 토양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추가적인 산불과 산사태 같은 재난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이미 밝혀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시 자연으로, 다시 야생으로’라는 리와일딩의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인간이 한 발 물러나고, 자연이 스스로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 보존의 방식입니다. 이 시도가 고운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며, 생명다양성재단 역시 자연에게 스스로 존재할 권리를 돌려주는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자연과 공존한다는 말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현장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 최태영 캠페이너

제가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로 활동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다양한 환경 문제를 보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공존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봐왔습니다. 화석연료를 개발하고, 산을 깎고, 시설물을 만들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죠.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서비스의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서는 2050년까지 인류가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년까지 30% 보호지역을 지정하는 등 여러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 약속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자연과 공존한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운사 등운 스님께서 산불 피해 이후 자연복원을 선택하신 결정은 굉장히 파격적이었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현장 조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치기도 했고, 솔직히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죽은 나무 아래에서 다시 솟아나는 생명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다’는 말을 처음으로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런 자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경험이 더 나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시민과학자 프로젝트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연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그 실질적인 사례를 계속 만들어가고 제안해 나가겠습니다.

 

“피해 지역 시민사회로서, 잘못된 복구의 반복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안동환경운동연합|김수동 대표

작년 3월 경북 산불 이후, 5월 31일에 진행했던 고운사 생태탐방을 계기로 이 산불피해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고운사를 둘러보면서 스님께 여쭤봤어요. “산림청에서는 벌채하고 조림하고 숲가꾸기를 할 텐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때 스님께서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놔두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산불 피해 지역에 직접 위치한 시민단체입니다. 피해 지역에 있는 단체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느꼈고, 그런 사명감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습니다. 다른 네 개 단체가 기꺼이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큽니다. 지금 정부와 국회에서는 산불특별법을 만들어 산림 개발이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불이 나면 늘 반복돼 왔던 방식이 있죠. 예산을 들여 임도를 내고, 벌채를 하고, 인공조림과 숲가꾸기를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막대한 세금을 쓰고도 시민이 누려야 할 생태계 서비스는 오히려 질이 낮아져 왔습니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면서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고, 우리가 온전히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지금 고운사 사찰림은 종교 공간을 넘어, 우리 모두의 생태 자산을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불교환경연대 | 한혜원 국장

작년 3월 산불 당시에 솔직히 굉장히 암담했습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 여러 조사와 보고서를 접하면서,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불교에서는 연기법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발표된 조사 결과들을 불교적으로 바라보면, 숲속에서 떨어진 것 하나하나가 다른 생명의 삶의 터전이 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생명이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인간 역시 이 사찰림이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사찰림은 수행자들의 삶의 터전이자 종교적인 공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공간이 종교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생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찰림은 특정 집단만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책임져야 할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미는 종교 공간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느낍니다.

며칠 전 어린이 법회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잖아요. 그럼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래서 “그렇지, 나무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묻더군요.
“그럼 나무 사이에 다른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는 베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봤더니, 그 아이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큰 나무가 잘 자라려면 주변의 작은 나무는 베어야 한다고요. 저는 그 질문이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작은 나무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인간은 어디까지 계획해야 하고, 어디서부터는 그냥 두어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앞으로 1년 동안 저에게도, 불교환경연대에게도 중요한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해진 목표가 있습니다. ‘자연복원’이라는 단어가 현재 교과서에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환경연대는 자연복원이라는 개념과 이야기가 교육 현장, 나아가 교과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그 역할을 해보고자 합니다.

 


 

고운사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위해 식생, 야생동물, 곤충, 음향 조사 등 전문적인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의 관찰과 기록은 이 숲을 하나의 결론이 아닌,
여러 층위의 질문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자연의 회복은 단기간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그래서 이 숲은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관찰을 필요로 합니다.
이번 중간보고회는 그 긴 여정의 ‘중간 지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는 연구와 기록, 시민의 참여를 통해 자연복원이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이 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 숲이 앞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모습으로 회복해 갈지.
그 변화의 과정을 계속해서 전하겠습니다.

중간보고회의 생생한 현장은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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