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속에서 찾는 희망의 기록,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민과학자 프로젝트’ 그 첫걸음
- 3월 14일, 고운사 강당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민과학자’ 발대식 개최
- 시민과학자 40여 명과 관계자와 전문가 약 15명 참석
- 고운사 식생, 조류 자연복원 현황과 시민들의 조사 방안 강의, 산행 안전교육 진행
- 오는 4~6월 동안 매월 1회 고운사 사찰림에서 조사 활동 진행 예정
자연의 회복을 기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3월 14일, 고운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멀리서 시간을 내어 온 분들도 있었고, 근처에서 발걸음 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운사 숲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지난해 3월, 예상치 못한 산불은 천년고찰 고운사를 품은 울창한 숲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과 적막만이 남았던 그곳에 다시금 생명의 기운이 움트고 있습니다. 이 회복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기록할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민과학자’ 프로젝트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모두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큰 산불이 지나간 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큰불이 났을 때는 모두가 주목하지만, 그 이후에는 관심이 사라지잖아요. 자연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참가자 김래영
재해를 직접 겪은 경험에서, 다른 지역의 산불을 바라보게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같은 산불 피해를 입은 산청 주민으로서, 다른 지역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이 되고 있는지, 그 회복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들이 저희 지역에 꼭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참가자 김은영
현장을 직접 마주한 경험은 또 다른 감정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환경과학자를 꿈꾸는 고등학생으로서 책으로만 배우는 이론보다, 실제 현장의 생태계와 복원과정을 눈에 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자연이 이렇게까지 파괴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지금은 색이 없지만, 6월에는 조금 더 푸르러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 공서윤
“기사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중요한 순간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참가자 홍정인
그 변화의 한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이어졌습니다.
“ 복원 모니터링 연구에 사진을 전달하고,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참가자 김우겸
각자의 이유로 시작된 이 마음들은, 이제 하나의 기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숲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 식생과 소리로 읽는 고운사의 오늘
이번 발대식에서는 고운사 사찰림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이규송 교수(식생 분야,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는 모니터링의 목적이 단순히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불 이후 '식생의 회복 및 천이 과정'을 파악하여 숲이 어떻게 스스로 살아나고 있는지 증명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나무 단순림이 산불에 강한 낙엽활엽수림으로 재생하고 있으며, 약 76%의 지역에서 식생 회복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인 식생 조사에 앞서 시민과학자들이 알아야 하는 식생 조사 방법과 숲의 층상 구조, 그리고 피도등급 판정에 대한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기경석 교수(음향 분야, 상지대학교 조경산림학과)는 '생물 음향 지표'를 활용해 산불 피해지에서 다시 들려오는 조류의 소리를 들려주며, 새들이 돌아와 지저귄다는 것은 숲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서식지'로서의 건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음향 조사에서 총 27종이 847회에 걸쳐 확인되었습니다. 산불 직후에 비해 새의 출현 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입니다.
음향 조사 현황 이어, 시민과학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새의 신호를 포착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조류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현재 고운사에서 확인된 주요 종의 소리와 생김새를 중심으로, 각 조류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숲에선 첫째도, 둘째도 안전!" — 전문가와 함께한 실전 준비

기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학자들의 안전입니다. 이날은 특별히 최오순 전문 클라이머가 강단에 서서 산행 안전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거친 지형의 산불 피해지를 조사해야 하는 만큼, 배낭을 메는 법부터 가파른 경사지에서의 올바른 보행법,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 대처법까지 실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습니다.
밀도 높은 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은 험준한 산불 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익혔고,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안전하게 숲의 변화를 추적할 준비를 마친 든든한 '현장 전문가'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우리의 기록이 곧 고운사의 역사가 됩니다"

발대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시민과학자’들은 이제 4월부터 본격적인 현장 조사에 나섭니다. 4월, 5월, 6월로 이어지는 이들의 발걸음은 숲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아 생명의 변화를 직접 기록하며 그 첫걸음을 내디딜 예정입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기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숲의 위대한 변화, 그 변화를 증명해 나갈 시민과학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세요!
누군가 세심하게 기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숲의 위대한 변화,
시민과학자와 함께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이름 한 줄이 숲의 역사를 완성합니다.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