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압수수색 중인 현대·기아차, 배기가스 최대 11배 검출
- 독일당국 조사 받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 모두 배기가스 기준치 초과
- ix30, i20, i30, 싼타페, 투싼, 쏘렌토 등 유럽 주력 모델 기준치 4~11배 배출
- 현대·기아차, 기후변화 가속화하는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
- 독일,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경유차 전반으로 배기가스 조작 여부 조사 확대
- 그린피스, 폭스바겐·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 대상 친환경차 전환 캠페인 전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가 지난 28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확인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이 배기가스 검사를 받았으며, 조사를 받은 모델 모두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모델의 배기가스 배출량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최대 11배에 달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독일에서 판매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반으로 실제 운행 환경에서 진행하는 배기가스 검사를 확대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aftfahrt-bundesamt)과 독일 환경단체(DUH, Deutsche Umwelthilfe) 두 곳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에 검사를 받은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은 모두 실제 도로 운행 중 실시한 배기가스 검사에서 실험실 인증검사 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했다.
그린피스는 10개 모델 중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주력 모델인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KBA가 실제 주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 i20은 903.09 mg을 배출해 유로6의 기준인 km당 허용치 80mg보다 최대 11.2 배나 많이 배출했다. 현대 ix35는 1118.28 mg을 배출해 유로5 기준 km당 180mg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됐다.
DUH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 i20은 질소산화물을 km당 861 mg 배출해 기준치보다 10.8배 많았으며, 기아 쏘렌토는 490 mg 배출로 6.1배, 현대 싼타페가 421 mg로 5.3배, 이어 I30이 331 mg, 투싼이 329 mg 배출로 둘 다 기준치보다 4.1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모델에서 배기가스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자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독일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우리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 측정을 한 모든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10.8배 초과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는 실험실 인증 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와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 작용을 멈추거나 작동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고 홍보하는 등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수출에 주력하고 불법적인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지구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고, 유해 배기가스와 온실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것처럼 홍보만 할 게 아니라 2030년 이전 전 세계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자동차 캠페이너는 이와 관련해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 수백만 대가 리콜됐고, 이들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유차 등 화석연료 차량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그린피스 캠페인도 본격화했다.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와 같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조작 장치를 단 제조업체 목록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현대자동차 측에 이번 검사 결과의 확인을 요청했으며, 현대·기아차에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1)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및 조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2) 독일 이외 한국 등 전 세계 다른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즉각 밝혀라.
(3)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춰라.
그린피스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2016년부터 폭스바겐, 포드, 다임러,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및 친환경차 전환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지금은 토요타 현대·기아차 등 아시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