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생물다양성 위한 보호지역 확대? 법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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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산과자연의친구,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보호지역의 실태와 개선과제>국회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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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지역 37%는 중복 지정, 서로 다른 기준 적용하는 법률만 1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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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법 개정·국가 생물다양성 위원회의 격상 등으로 제대로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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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지역임에도 개발, “원칙적으로는 개발 금지해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3월 19일 산과자연의친구,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어기구 의원실, 서삼석 의원실, 송옥주 의원실, 김주영 의원실, 윤준병 의원실, 임호선 의원실, 문대림 의원실, 전종덕 의원실 등과 함께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보호지역의 실태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2022년 UN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 따라 우리나라가 설정한 생물다양성 보호 전략과 보호지역 관리의 실태를 점검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30x30’ 목표를 세웠지만 보호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관리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관리 주체의 분산이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 관리 주체는 환경부, 산림청, 문화유산청 등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어 일관된 정책이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호지역의 약 37%가 여러 부처에 의해 중복 지정되어 있으며, 보호지역 관련 법률이 10여 개에 달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발표자들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여창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와 기업의 활동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고, 생태계 보전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며, “국회 차원에서 생물다양성보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도시, 농지, 산림, 갯벌, 해양 생태계 보전 전략을 연계하고, 유전자원 보호 및 서식지 관리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등 보호지역 관리에 있어 국제적인 기준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 며 “관리감독 강화와 더불어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원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보호지역이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어 보호지역의 양적 확대는 물론 효과적 보전,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지역의 통합 관리를 위해서라도 생물다양성법을 기본법으로 전환하여 생물다양성협약 이행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지역임에도 개발이 허용된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지난해 그린피스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전체 보호지역 중 민주지산 등 약 74,947ha가 경제림 육성단지와 중첩되었다. 또한 국내 환경단체들이 지적한 것처럼 가리왕산 곤돌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개발사업은 보호지역역의 본래 목적과 충돌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비롯한 궤도, 무궤도 열차 및 공항, 항만 등의 건설이 가능하다”며 “국립공원이 엄격히 보전되면서도 지역 주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보호지역 지정 근거를 추가하고, 해당 지역 지자체 및 주민에게경제적 보상을 대폭 확대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또한 “국가 보호지역 확대 로드맵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처 간 OECM 용어 정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지적된 해결 과제들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계획만 언급하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국회가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주요 방안들은 단순한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공동주관한 안호영 의원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호선 의원은 “보호지역 지정이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생물다양성 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부족했고, 결국 보호지역 관리의 부실로 이어졌다”며 “오늘 이 자리가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와 참석자들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향후 법 개정과 정책 제안 등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