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기후
5분

방사성 비바람이 후쿠시마 마을을 덮칠 때

후쿠시마 사고 9주년 현장 조사 보고서: 기상 영향과 재오염

글: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는 매년 후쿠시마 현지 조사 결과를 분석해 연례 보고서로 발표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9주년 보고서는 기상 영향으로 인한 현지의 방사성 재오염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폭우로 ‘세슘 저장고’ 산림에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흘러 나왔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세슘이 바람을 타고 물로, 땅으로 번지고 마을을 덮쳤습니다.

그린피스가 작년 진행한 후쿠시마 방사성 현지 조사 결과가 보고서로 발간됐습니다. 예년보다 발간 준비가 힘겨웠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높은 방사선량률, 핫스팟을 발견할 때마다 느꼈던 놀라움의 잔상에 더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를 매일 마주하니 세상에 남겨진건 온통 재난인듯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 담긴 충격적인 결과 분석에서 눈을 떼지 못 했습니다. 원전 사고는 발생한 뒤 수습하고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재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오염 상황을 파악할 모든 정보를 차단한다 

전염병을 포함해 잠재된 위험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투명한 정보 소통’이 필수적 입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한 뒤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매번 전문가의 도움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필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정보는 잘못된 결정을 유도하기에 자칫 2차 피해나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상황을 예로 들면, 확진자 동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은 정보를 투명하고 제공받고, 스스로 안전 조치를 취하는 등  높은 참여도 이끌어냅니다. 그러나 후쿠시마현에 사는 시민들은 방사성 오염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피난지시가 해제돼 귀환민이 재정착하는 나미에 마을의 유치원과 학교에서 국제 기준 연간 피폭 한도 선량의 최대 13배 이상을 초과하는 방사선량률이 확인되지만, 거주민은 알지 못 합니다. IAEA 기준 시간당 0.3~0.5μSv/h(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되는 토양, 나뭇가지, 낙엽 등은 모두 방사성 제염토로 위험물질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작년 그린피스가 조사한 피난지시 해제지역의 모든 측정지점이 위험물질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고의적으로 이런 정보를 은폐하고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나미에 피난구역에서 고준위 방사선이 측정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격리가 필요한 곳에 사람을 모은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피난민의 귀환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제염 목표나 국제 기준을 웃도는 방사성 세슘이 방출되는 지역으로 말이죠. 원전 사고는 그 운영을 결정한 국가의 책임이 매우 큰 사안입니다. 그러나 원전을 부실 설계한 기업은 여전히 방사성 오염물 처리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는 복지에 쓰여야 마땅한 국민 세금의 지원을 중단하고 강제 귀환 조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현 후타바 지역의 피난지시령을 해제하고, 인근 도로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로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로에는 나미에, 이타테 등을 포함해 이미 모든 귀환곤란지역(피난지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오염 지역을 포함시켜, 사람이 모이지 않아야 하는 곳을 전세계 축제의 장으로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방사성 세슘을 품은 빗물은 바다로, 그리고 마을로 

그린피스 조사팀이 후쿠시마를 방문한 건 100년 간 가장 큰 태풍이었다는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전역을, 특히 도쿄와 후쿠시마를 강타한 직후였습니다. 폭우와 홍수 같은 기상 현상은 산림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을 씻어 강과 바다로 이동하게 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세슘은 수용성이 좋은데다, 점토나 토양층과의 결합이 매우 용이한 물질이어서 물과 흙에 쓸려 결국 하류에 쌓이게 됩니다. 일본의 원전학자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변 강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후쿠시마 제1원전이나 극심한 오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하천에서 고준위 방사성 세슘을 다량 검출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반년만에 찾아온 태풍 로키부터 그 사이의 여러 폭우와 태풍이 방사성 물질을 확산시키고 주변 환경을 재오염하는데 기여한 것입니다.

다카세 강은 파닌지시 해제지역인 나미에 마을과 피난지역 오쿠마 지역이 경계에 흐르는 강입니다. 태풍 영향으로 범람할 때마다 주변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쓸려 갔을 것입니다.

그린피스 조사팀은 지역 방사선 측정을 통해 기상 영향이 미친 재오염 증거를 여럿 찾았습니다. 예외적이고 불균형한 형태로 방사선이 감소한 구역이 있고, 주로 제염이 불가능한 산 쪽에서 물이 흘러오는 지역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물이 이동하는 수로 부근에서 새로운 핫스팟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육지 상의 방사성 오염 확산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시냇물과 빗물은 모두 하수를 통해 강으로 이동하고, 주변 수계를 지나 결국 태평양으로 향합니다. 수백년 간 반복될 이 재오염의 종착지는 결국 바다입니다. 연안국가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바다로 퍼지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죠.

그 위험한 곳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최와 성화봉송이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J 빌리지에서 두 차례 발견한 핫스팟을 공개한 것이 작년 12월입니다. 그린피스의 서신 전, 핫스팟의 유무를 전혀 알지 못했던 일본 정부의 대처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원전 노동자들의 거점지로 활용돼 상징성이 큰 J 빌리지는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수년간 최우선적으로 제염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곳입니다. 또한 수년 전부터 많은 수의 시민이 찾아오는 공공 여가시설 입니다. 그린피스가 방사선 측정을 할 때, 바로 옆 경기장에는 유소년 축구 선수단과 이를 구경온 부모와 아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시설을 이용하는 모두가 지나칠 수밖에 없는 주차장 한 귀퉁이에서 71μSv/h라는 엄청난 준위의 핫스팟을 발견했습니다. 이 정도 수치는 오보리 마을이나 오쿠마 지역처럼 여전히 피난지역으로 분류된 ‘귀환곤란구역'에서 발견되어도 놀라울 수준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이 정도 준위의 핫스팟이 발견된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이 지역에 대한 방사선 관리를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입니다. 

그린피스 조사팀이 찾은 아즈마 경기장은 유소년 선수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에서는 도쿄올림픽 기간동안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즈마 경기장으로부터 12km 떨어진 지역에서 세슘이 다량 함유된 미세입자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고 됐습니다. 고준위 핫스팟에는 세슘 알갱이가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먼지는 실생활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공기 중에 떠다니다 흡입할 경우 집중적인 내부 피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도쿄올림픽으로 후쿠시마를 방문할 많은 관광객들이 가장 오래 체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현의 중심지, 시내 중심부에서도 총 45개의 핫스팟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높은 준위의 5.5μSv/h 핫스팟의 경우는 일본 제염 목표치의 20배를 초과합니다. 이런 곳에서 수개월 뒤에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입니다.

도기 공장이 밀집되어 지역 경제의 중심지던 오보리는 피난구역 중 가장 방사선 오염이 심하다. 제염토 주변의 꽃들은 지진으로 무너지고 쓰나미에 휩쓸려 공터가 됐던 곳을 가득 메웠다. 아름다운 꽃밭의 세슘 측정치도 상당하다.

재난은 예고하고 찾아온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잘 알려진 문구는 현실과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방사성 오염의 확산은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도 마찬가지 입니다. 극심한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이런 위기를 계속 가져올 것입니다. 이 재난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되었지만 막지 못한 인재입니다. 방사성 비바람이 후쿠시마를 뒤덮는데, 일본 정부는 오히려 정보를 차단하고, 오염지로 사람들을 몰아 붙이며, 전 세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정치적 선전에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마당에, 삶의 터전 자체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전세계 1위의 밀집도를 보이는 2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입니다. 원전이 밀집된 지역에서 많은 그리고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실 시공과 운영 미숙으로 인한 고장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모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입니다. 문제는 정부와 관리 기관이 마련한 사고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원전 가동을 멈춰야만 통제 불가한 방사성 위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재난을 막을 선택권이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캠페인 서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