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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양의 날 포토에세이] 바다에서 보낸 1년 동안의 사진과 이야기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6월 8일은 세계 해양의 날입니다.

그린피스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UN해양조약 제정을 촉구하고자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 년 동안 전 세계 바다가 직면한 위협을 기록하고 알리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탐험(Pole to Pole Expedition)”이라는 초대형 원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수 백명의 과학자들과 기자, 캠페이너 및 13명의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함께 하였으며 수 주간 배 위에서 생활하면서 거센 파도와 열악한 날씨, 그리고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이 여정에 함께한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사진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데니스 신야코브 (Denis Sinyakov), 북극

한 달간 노르웨이 스발바르(Svalbard) 군도 근처를 항해하며 거대한 달브린(Dahlbreen) 빙하 근처 피요르드(fjord)에 정박했던 첫 며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배가 앵커체인을 따라 천천히 회전 이동할 때 , 저는 선체 갑판 위에서 몇 시간동안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북극의 여름 밤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운 빛을 재현해내고 있었고 하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완전히 평평한 바다와 대빙하의 모습은 감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여서 셔터를 멈출 수 없었지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너무나 연약하면서도 강하게 느껴졌고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다음날 눈이 내리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바다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변했습니다. 시야가 가려져 빙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보트를 타고 부빙들 사이를 돌았는데 마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방향을 잃은 채 멈춰버린 시간에 갇힌 것 같았던 그 때, 커다란 부빙 위에 누워있는 바다표범 가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때 보았던 잔잔한 밤바다와 우유 빛 바다 위의 바다표범 가족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즈사 스조랜더 (Kajsa Sjolander), 북대서양

에스페란자호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스페인 어선이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장면을 봤지만,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갈고리에 붙잡힌 상어를 촬영할 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날은 파도가 무척 거셌기 때문에  팀 코디네이터와 함께 위험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 뒤, 고속단정을 타고 어선에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방법만이 아직 보호법이 마련되지 않은 공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관행을 사진으로 남기고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끼며, 들이치는 파도를 헤치고 어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상어가 갈고리에 걸려 끌려가는 절망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해당 선박엔 64km가 넘는 그물과 수 백 개의 갈고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제 눈 앞에서 거대한 규모의 산업 활동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와 같은 파괴적인 어업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기존의 해양 거버넌스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증거입니다. UN해양조약 제정이 시급합니다. 전 세계 바다의 상당 부분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상어를 포함한 해양 생물을 보호하고 해양 환경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셰인 그로스 (Shane Gross), 사르가소해

저는 수중 촬영을 위해 대서양 한 가운데, 한 밤중에 수심 100피트 아래로 내려가는 블랙 다이빙(야간 다이빙)을 할 때 마다 혹시 날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물고기, 날치는 정말 놀랍고 멋진 생물입니다. 낮에는 보기 힘들지만, 날밤에는 조명이 먹잇감 인줄 알고 빛에 이끌려 가까이 오게 됩니다.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날치 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크리스틴 어스런드 (Christian Aslund), 남극

이 사진은 30톤에 달하는 혹등고래가 남극 반도의 연안 해역에서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꼬리로 바다를 세차게 내리치는 모습입니다. 파머 제도 근처 북쪽으로 향하던 도중 저희는 혹등고래 무리를 마주쳤습니다.

혹등고래 무리는 마치 오랜 시간동안 에스페란자호 근처에서 지낸것처럼 물 위로 여러번 솟아오르며 자태를 뽑냈습니다. 혹등고래 몸 전체의 90% 정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 거대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 22년간 야생 동물과 자연을 촬영해 온 저도 이렇게 자연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모두 볼 수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앤드류 맥코넬 (Andrew McConnell), 남극

우리는 사우스오크니 제도에서 출발한 냉동선이 대서양 수역에 도착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냉동선은 원양 어장에서 잡은 수산물을 수송하는 데 사용됩니다. 작은 어선이 냉동선으로 화물을 옮겨 싣는 작업은 아직 규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어선들은 무기한으로 바다에 나가 남극 생태계를 지탱하는 크릴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냉동선에 싣습니다.

그린피스는 냉동선이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와, 어떤 어종을 잡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냉동선에 승선할 계획이었습니다. 사전미팅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들이 언급되었지만, 아무도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린피스의 전설적인 직접행동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냉동선이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는 두 개의 고무보트를 띄워 냉동선 가까이로 갔고,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선미에 줄사다리를 걸쳤습니다. 갑판에 냉동선의 선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땐 매우 떨리고 긴장됐습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친절한 분들이셨지만, 저희의 시찰 요구에 응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규제 어종을 갖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여 추후 수산업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발간된 보고서에 입증 자료로 사용되었습니다. 

 

애비 트레일러 스미스 (Abbie Trayler-Smith), 남극

6주간 가족들과 떨어져 바다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배에 승선한 첫 날부터 매일 아침 7시에 배 전체를 닦고 치우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두어 차례 고속단정을 타고 샘플을 채취하고 밤 늦게까지 사진 보정작업을 하는 날이 대다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43일간의 장시간 교대근무는 매우 신나는 경험이었지만, 승선 3주쯤이 되었을 무렵, 저는 9살짜리 아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힘들었습니다. 

아들과 긴 시간을 따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저는 제 꿈과도 같은 이번 원정에 참여해도 될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 펭귄 사진도 찍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거예요. 꼭 다녀오세요!”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렇게 아들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이번 프로젝트가 3주 쯤 진행된 어느날 밤, 저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펭귄들을 영혼에 품은채 그 날의 사진들을 보정했습니다.  

함께 승선한 과학자들의 펭귄 관찰에 동참해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펭귄을 바라볼 때면 경이로움으로 가득찼고, 이 경쾌한 순간을 사진에을 담은 그 순간은 행복감으로 가득했습니다.  펭귄이 남극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바로미터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남극의 펭귄을 보호해야 합니다.

 

경이로운 바다의 아름다움을 함께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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