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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플라스틱 문제, 정말 해법은 없는 걸까요?

글: 볼드저널 김하민 에디터
그린피스는 아빠들을 위한 잡지 볼드저널과 함께 정부와 기업의 변화 없이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한 개인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를 인터뷰하여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김이서 /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에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기업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공석진 / 공씨아저씨네 대표

온라인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를 운영하며 10년 차 과일 장수의 삶을 살고 있다. 지구와 행복한 동행을 이어가기 위해 예쁜 포장 쓰레기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환경문제,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이서) 그린피스 캠페인은 크게 기후 변화, 기후 참정권, 석탄 화력 발전소, 전기차, 플라스틱 제로 등을 중심으로 환경이라는 거대 담론을 다루고 있어요. 환경 이슈는 한 개인이나 국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의 해석이 필요해요. 또한 그린피스는 개인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독립성’을 추구해요. 정치적, 경제적 굴레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을 향해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지죠. 최근 그린피스에서는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를 발행해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를 지적했어요.


(석진) 공씨아저씨네는 과일 택배 배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실제 토마토 포장의 경우, 스티로폼 박스 대신 종이 박스로 교체했어요. 최근 배달 및 택배 문화가 확산되면서 플라스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요. 특히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배달 서비스와 관련 없던 업체도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만큼 온라인 시장이 활발한 나라가 없다는 거예요. 전국 어디서나 하루면 택배를 받을 수 있지요. 온라인 시장이 점점 확대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최근 3년 동향을 보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요.

(이서) 그린피스가 대형마트나 기업을 상대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에요. 대량 생산과 대규모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먼저 변해야 친환경 문화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완벽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많은 기업이 시도 자체를 하고 있지 않아서 굉장히 아쉽죠.

(석진)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유통 업체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엔 제약이 너무 많아요. 예전에 친환경 종이 난좌를 생산하는 공장을 어렵게 찾아내 사과 포장을 시도했지만, 일정한 수요가 없다 보니 생산 자체가 중단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건 다회용 포장재가 일반화되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수거예요. 자체 물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수거가 가능한데, 단발적으로 배송하는 저 같은 소상공인들이 1,000원 가량의 종이 상자를 수거하려고 6~7,000원의 수거 비용을 들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정부에서 5,000원 정도 수거 장려비를 지원해 주면 모를까.(웃음) 사실 기업이 변하려면 정부의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봐요. 최근 마트에서 1회용 비닐봉지를 배포하지 않는 것도 결국 정책 덕분이잖아요.

(이서) 환경 문제는 완벽한 답이 있을 수 없다고 봐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부정적인 부분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시공간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가령 우리가 10년 전 해결책이라고 믿었던 방식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비판만 하는 모습도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거죠.

공씨아저씨네 친환경 종이 난좌

쉽지 않지만 해결할 수 있어요.

(석진)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재활용 과정에서 효율적인 처리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재활용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재활용될 거라 생각하고 버린 대부분이 소각된데요. 최근에는 플라스틱도 PS, PP, PE 등 종류 별로 나눠서 배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누군가 재활용도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서) 세부적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할 수 있다면 아주 이상적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산 및 소비 단계에 비해 폐기 관리가 너무 허술해요. 실제 수거는 개인 사업체에 의존돼 있는 상황이고요. 작년 필리핀 플라스틱 스캔들을 시작으로 국내 전국 곳곳에 쓰레기 산이 쌓여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났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작년에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로드맵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수입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일부 지자체는 올해부터 투명 페트병을 따로 수거하고 있고요. 아쉬운 부분은 정부가 너무 ‘재활용’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거예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거든요.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단 9%만 재활용 되었다고 해요. 재활용에 집중하기 보다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애초에 나오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석진) 생분해성 소재를 하나의 대안으로 삼는 활동들을 목격해요. 이 부분을 이슈화 시킬 필요는 있다고 봐요. 저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지양하려고 생분해성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생분해성은 결국 환경에 도움이 안 되잖아요. 심지어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생분해성을 친환경 소재라고 오해하고 있고요. 플라스틱 문제가 확대되면서 생분해성 소재로 면피하려는 현상이 나타날까 걱정이에요.

(이서) 그린피스는 생분해성을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생분해성은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거짓말이죠. 생분해성 원료에도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물론 100퍼센트 생분해 되는 원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찾기 힘들죠. 환경부에서 어떤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석진) 최근 2~3년 사이 환경 이슈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실제 플라스틱 제로, 레스 웨이스트 등 친환경 키워드로 유입되는 회원 수도 많아졌고요. 과거에는 이런 소비자 중심으로 업체를 운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유지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서) 그린피스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 마트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했는데, 77% 응답자가 플라스틱 포장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하게 느낀다고 답했어요. 소비자들은 레스 웨이스트 장보기를 하고 싶은데, 막상 선택할 수 있는 건 모두 포장된 제품인 거예요. 그래서 작년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포장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식료품점을 소개하는 ‘플라스틱없을지도’ 캠페인을 열어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석진) 소비자의 경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과일이나 채소 등 농산품을 포장하지 않고 담아 가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요. 대형 마트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을 그대로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플라스틱없을지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제로 웨이스트 샵들이 더 많아지고, 품목도 훨씬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서) ‘플라스틱없을지도’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플라스틱 없이 장 볼 수 있는 업체가 많구나 느꼈어요. 일일이 낱개 포장을 벗지고, 그 포장지를 재사용하려는 사장님들도 있었고요. 물론 유럽에 비하면 제로 웨이스트 샵이 현저히 적죠. 서울이라는 대규모 도시에 더 많고 다양한 형태의 제로 웨이스트 샵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한국에서도 환경에 대한 의식 변화가 시작될 때라고 봅니다.

 


상식이 기본이 되는 세상

(이서) 그린피스가 독립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여과 없이 하기 위해서예요. 과거에는 환경을 소비의 대상으로 봤어요.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늘 뒷전이었죠.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안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는 우리 주위의 환경이 유한하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고 있잖아요. 전 세계가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여태 눈 감아 왔던 환경 문제들이 부작용이 되어 나타나고 있고요.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환경 문제를 주요 이슈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어요.

(석진) 저는 그린피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독립성이 핵심인 그린피스가 타협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모든 게 무너져 버린다고 봐요. 다만 제가 후원금을 내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 내고 있는 후원금을 빠른 시일 내 정리하고 그린피스 쪽으로 갈아타겠습니다. (웃음)

(이서) 개인적으로 포장플라스틱 문제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운영하시는 공씨아저씨네가 마켓컬리 만큼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친환경을 마케팅 전략으로 앞세워 기업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질에 벗어나는 경우가 꽤 많아요. 공씨아저씨네가 하나의 기준이 되어 기업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석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 친환경 키워드로 유입되는 회원 수가 많아졌지만, 저는 그게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아요. 과일 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파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건강과 환경을 신경 써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가급적 빨리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려고 노력하는 기업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싶어요.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는 유통 구조가 상식이 되고 기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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