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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정감사 말말말, "해외 석탄 투자 계속하실 겁니까?"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국정감사'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나라 살림을 비롯해 국정 전반을 성실히 잘 수행했는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따져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불과 이틀 전인 2020년 10월 5일, 한국전력은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마이너스 수익성 문제가 불거진 베트남 붕앙 2호기 투자 사업을 결정했습니다. 베트남 사업을 포함해 공공 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 문제가 이번 국감 기간 내내 주요 이슈로 다뤄졌습니다. 각 기관장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매년 국감 때마다 해외 석탄발전 투자 문제로 국회의원들의 질타와 공공 기관장들의 형식적 대답이 계속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여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상황에 더해 국감 직전 한전이 베트남에 신규 투자 결정을 단행함으로써 더욱 논란이 거센 해였습니다.

피감 기관들의 답변 중 주목할 만한 게 있다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발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해외 석탄발전 사업과 관련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추진해 오던 2건(남아공, 필리핀)의 사업은 LNG 발전으로 가든지 중단하기로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한전과 자회사는 신규로 해외에서 석탄발전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죠. 해외 투자 사업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는 분명 환영할 만합니다. 하지만 수익성과 환경 문제 논란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투자 기관 및 저명한 인사들의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두 건의 사업을 강행 결정한 이력을 봤을 때, 100% 신뢰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해외 석탄투자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적 금융 기관장들은 여전히 수동적이며, 오히려 석탄발전 투자를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현재로서는 석탄화력발전에 추가로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산업통상자원부나 한전이 신규로 투자 계획이 없다면 금융 지원을 안 하겠냐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결정할 필요 없이 수요가 없으면 안 하는 거죠"라고 답해 두 기관장 모두 매우 제한적인 입장을 취했죠. 심지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정부가 밝힌 기준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입장을 반복하는 배경에는 공적 금융 기관들이 의사 결정 구조상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정부'라고 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린피스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및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지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 금융 기관이 석탄발전 부문에 투자한 내역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 '한국 석탄금융 12년 그 중독의 기록'에 따르면, 해외 프로젝트 투자 금액 10.7조 원 중 무려 92%는 공적 금융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 확정된 인도네시아 투자 사업까지 포함하여 부처별로 따져 보면,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와 산업통상자원부(무역보험공사), 그리고 국무총리실 산하의 금융위원회(산업은행)가 투자 규모로 1등부터 3등을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해외 석탄발전에 공적 기관이 투자한 내역을 조사한 결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금융위원회 순으로 크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 그린피스)

다수의 선진국과 노르웨이 국부 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2013년 경부터 수익성과 환경 문제를 우려해 석탄발전소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1년 예산보다 18배나 많은 자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 리스크'라며 화석연료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올해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그린피스가 발간한 '붐앤버스트: 2019 세계 석탄발전 추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증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신규 착공, 건설 허가 취득, 허가 전 추진 단계 등)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가 재정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제고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부처들이 오히려 나서서 사양 산업을 떠받쳐 주는 지금 상황이 정상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오는 12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계획(NDC)을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 감축량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신규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며 배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이 투자한 해외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규모는 연간 약 1억7천8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규모는 네덜란드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1억8천800만톤)과 맞먹는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한 국가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지구 대기 중에 배출하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에너지 전환 정책의 부족한 점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시장과 산업 창출을 위해서, 그리고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발맞춰 정부는 해외 탈석탄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해야 합니다.

한국이 투자해 운영되는 해외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5년 최대 정점에 이른다. (출처: 이소영 의원실)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의 세금이 낭비되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석탄발전 산업과 결별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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