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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채식: 나의 꽤 괜찮은 채식 일기

글: 보선 작가
환경을 위해 일상을 바꾼 사람들 2.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의 저자 보선 작가는 건강한 채식을 즐기며, 인스타그램(@understaim)과 클럽하우스, 북토크 등의 창구를 통해 기후위기와 동물권을 위한 채식 라이프를 공유하고 있다.

 

뚝…. 뚝…. 땀이 떨어집니다. 분명 봄에 맞는 옷을 입었는데도 더워서 벌써 반소매와 반바지를 꺼내 입어야 하나 고민됩니다. 집에서 작업할 때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리며, 외출할 때엔 땀을 닦을 손수건을 챙깁니다. 제가 유독 더위에 예민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30년 사이에 연 평균 기온이 1.6도 올랐으며, 여름 일수는 20일 늘어났습니다. 1년 365일 중에 무려 118일이 여름이죠. 지구 전체 온도도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높아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사람의 몸에 열이 나면 몸 안의 장기에 병이 들듯이, 지구에 열이 나면 생태계에 균열이 생겨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구상에는 80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지만 이미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지난 50년간 산불,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약 1만 1천 건 이상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라는 표현보다는 기후위기 또는 기후재난이라는 표현이 쓰이게 되었지요. 

사실 기후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람이 초래한 인재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사람은 자연의 자가치유력을 넘어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오염시키고 있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태우며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 세계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한 의지나 명확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고 있고, 기업들은 이익만을 우선하며 환경을 해치는 발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절망적으로 보이더라도, 개개인의 행동이 모이고 지속해서 정부와 기업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다면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구 생명체와 환경을 위해 단단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채식입니다.

 

육식은 채식보다 지구 환경에 부담을 많이 주고 지구 생명체를 착취하기 쉬운 식이방식입니다.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14%에 달하며, 이는 자동차, 기차, 오토바이 등 지구상 모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과 거의 같습니다. 목초지, 도살장, 사료 경작지를 위해 이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이상이 벌목된 상태이기도 하죠.

어업 또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다에 버려진 어업 장비는 64만t이 넘고, 해양 생물의 다양성은 눈에 띠게 줄고 있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채식을 한다면, 잡식했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4.5kg 감소하고, 곡식 소비는 20kg 줄고, 물은 4,164l 아끼고, 산림지 훼손은 2.8㎡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동물의 희생도 막을 수 있겠지요.

 

환경과 동물권 문제를 마주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채식하는 일상은 소소하고 즐겁습니다. 이제부터 저의 평범한 하루를 이야기해볼까 해요. 

저는 보통 식자재가 거의 다 떨어질 즈음 장을 봅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자주 장을 보기에는 귀찮더라고요. 냉장고가 비었다는 걸 확인하면 돌돌 말아 보관하는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로(가능하다면 재래시장으로) 향합니다. 

버섯, 양상추, 파프리카, 토마토 등 여러 빛깔로 접시를 채운다고 생각하며 채소와 과일을 담아요. 파스타 면과 소스도 담습니다. 보통 식품 성분표에 ‘알레르기 성분’을 굵거나 큰 글씨로 표기하는데요. 이 성분표에 고기, 달걀, 우유, 생선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다면 채식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알레르기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채식 식품을 고를 수 있어요. 

채식 인구가 많아지며 채식의 시장성 또한 확보된 덕분에, 요새 대기업에서 라면, 만두, 그릭요거트, 햄버거, 볶음밥과 같이 다양한 채식 제품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비건(Vegan), 채식 기반(Plant-based), 순 식물성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요리를 시작합니다. 넓은 팬에 면을 넣어 삶아요. 저녁에 먹을 것까지 삶습니다. 익기를 기다리며 비건 그릭요거트를 떠먹습니다. 뚜껑에 붙은 그 살짝 굳은 그릭요거트의 맛은 실로 기가 막힙니다. 면이 다 익으면 팬을 비우고, 바로 그 팬에 양송이와 토마토를 볶다가 면과 소스를 부어 데운 후 파스타를 완성합니다. 저는 버섯의 쫄깃함과 따듯한 토마토를 씹을 때 나오는 토마토즙을 좋아해요. 간단하지만 누구나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고 꼭 간식을 먹는데요. 커피에 두유를 넣은 두유라테를 빼 먹을 수 없답니다. 약과, 한과, 떡, 찹쌀 부꾸미, 호떡 등 채식 주전부리와 함께 마십니다. 자기 전에 양상추와 파프리카를 썰어 통에 담아두어요. 이렇게 며칠 동안 먹을 샐러드를 미리 정리해 두면 든든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채식합니다. 저는 그저 거대한 세상 속 하나의 작은 사람일 뿐이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세상이 24시간 흘러가는 동안 제 시간은 2시간 흘러가는 게 아니고 똑같이 24시간 살아간다는 것이죠. 세상은 하나이고 사람은 70억이 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쌓아가는 하루의 힘은 생각보다 클 거예요. ‘소비는 투표다’라는 말도 있지요. 

개인의 윤리적 소비와 행동이 모이면 기업도 변하고 정책도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의 지구는 오늘보다 조금 더 시원하길 바라며 함께 실천해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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