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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해양과학십년과 30x30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글: 남성현(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해양과학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가 말하는 '해양보호구역'. 전 세계가 한 팀이 되어 해양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해보세요!
남성현 교수

지난 블로그 <인류가 직면한 지구환경위기와 바다의 중요성>편에서 바다를 지키지 않고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는데,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10년(2021-2030년)의 기간을 <유엔 해양과학십년(UN Decade of Ocean Science)>이라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절박한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바다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유네스코(UN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정부간해양학위원회(Intergovernmental Oceanographic Commission)에서는 앞으로 10년의 <유엔 해양과학십년>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해양과학 활동 노력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유엔에서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국제사회의 최상위 목표로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세우고 그 방향성을 제시했었으며, 세계 각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는데,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쉽이라는 5개 영역의 주 목표 17개와 그 세부 목표 169개가 그것입니다. 이 17가지의 주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바다에 대한 것(SDG14: Life below water,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대양, 바다,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입니다. 

 

사실 인류가 바다를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여기고 본격적인 과학 탐사를 시작한 것은 고작 19세기 후반의 일이었으니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따라서 해양과학의 역사는 다른 어떤 자연과학보다도 그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해양과학 탐사라고 할 수 있는 챌린저호 탐사(The Challenger Expedition, 1872-1876)는 과학자들이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목제 범선인 챌린저호를 타고 영국에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총 125,000 km 이상의 장거리를 항해하며 조사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드넓은 바다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를 채우고 있는 바닷물의 특성에서부터 해류와 해수 및 물질 순환, 다양한 해양생물에 이르기까지 바다 생태계 전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에 단 한 차례의 탐사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비록 20세기를 거치며 해양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첨단 해양조사 연구선과 수많은 인공위성 탑재 센서들, 그리고 다양한 수상 및 수중 무인 해양관측 장비에 부착된 각종 센서들을 통해 양질의 해양관측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깊은 바다를 과학적으로 속속들이 알아내는 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전체 해양 중 10%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에서만 성공적인 과학 탐사가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이처럼 바다에 대한 과학적 이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부터 우리는 너무나 심각하게 바다를 망가뜨려왔고, 바다 생태계는 점점 더 훼손되는 중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비상 상황까지 왔습니다.

 

기후위기 비상 선언이 잇따르는 것 역시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바다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온실가스로 인해 증가된 열에너지의 90% 이상은 모두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닷물의 수온을 점점 더 증가시키고 있으며, 수온 상승과 빠르게 사라지는 빙하로 인해 전 세계 평균해수면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량으로 번성하며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바다 생태계의 근간, 식물성 플랑크톤이 점점 번성하기 어려워지는가하면, 바다의 이산화탄소(블루카본) 흡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흡수된 다량의 이산화탄소 역시 바다를 산성화하고 있어 수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지인 산호초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하고 잘 지켜나가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수산물 구입을 현명하게 하기만 하면 드넓은 바다가 저절로 깨끗해질까요? 

물론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 지구적인 해양 보호 문제는 결코 개인이나 특정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에는 각종 폐그물과 부표, 낚시도구 등 다양한 해양쓰레기들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뒤덮여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해류와 바다의 순환을 고려하면 북태평양 외에도 남태평양과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에도 이에 못지않은 규모의 거대 쓰레기섬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거대 쓰레기섬들은 대부분 특정국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open sea)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은 인류 모두에게 속한 공해인데, 공해상에는 특정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여 관리하는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이 턱없이 부족하여 공해의 상당 부분이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바다를 지키는 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냥 그대로 두면 됩니다. 바다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바다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던 인간의 상업 활동을 멈추고 과학 조사를 바탕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관리를 시작하면 바다는 다시 원래의 건강을 회복하고 지구가 처한 심각한 환경 위기를 풀 열쇠를 제공할 것입니다.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 WCC)에서는 지난 2016년에 전체 바다의 30% 이상을 인간의 상업적 활동이 없는 완전히 지속가능한 해역으로 만들 것을 결의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유엔 해양과학 십년>의 기간이 끝나는 2030년까지 전 세계 30% 이상의 바다를 보호하자는 의미로 30x30이라는 구호를 사용하며, 공해상 해양보호구역을 대대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바다를 회복시켜 지금의 지구환경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들이 논의되고 있는 오늘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와 각국이 올바른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바다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유엔 해양과학 십년>이 시작된 지금,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은 <30x30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해양 오염을 크게 줄여 공해를 포함한 드넓은 바다를 깨끗하게 회복시키고, 바다 생태계의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시작되는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생계를 지켜내고, 심해 생명체의 유전적 특성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지속가능한 수산업 활동과 청정에너지 획득 등의 성과를 위해 지금은 인류 모두가 ‘원팀’ 마인드로 힘과 지혜를 모아 바다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바다를 지켜주세요.

그린피스는 서울대학교 남성현 교수와 함께 바다가 처한 위험과 해양 환경, 해양보호구역을 다룬 블로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남성현 교수와 함께 할 세 번째 이야기, <포스트코로나 시대, 바다에서 찾는 인간과 지구의 공존 해법>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