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바다 없이는 건강한 기후도 없는 이유
기후 관점에서 본다면, 바다를 보호한다는 것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같이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들,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 검은 석유 등을 연상시킵니다. 정작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바다’를 쉽게 떠올리지는 못한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우리는 그만큼 바다를 잘 돌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와 기후변화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플랑크톤
건강한 바다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플랑크톤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크릴과 같은 작은 동물들이 플랑크톤을 먹으면, 고래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그들을 잡아 먹습니다. 플랑크톤이 흡수한 탄소는 이러한 해양 동물들이 죽어서 바다 밑 바닥에 가라 앉을 때까지 먹이 사슬을 통해 이동하게 됩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하지만 어마어마한 개체 수만큼은 큰 강점입니다. 플랑크톤은 매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큰 비중을 차지하죠. 건강한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을 품을 수 있고, 결국 해양보호구역을 조성하는 것은 지구의 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산화탄소를 책임지는 바닷물
플랑크톤의 효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으로 바닷물에 용해되며, 해류에 의해 바다 깊은 곳으로 쓸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대기로 서서히 배출됩니다.
이 과정은 드넓은 면적에서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그 효과를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또한,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많은 양의 탄소들이 바닷물의 산도를 높이게 되면 해양 생물들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과정이라고만은 할 수 없죠. 하지만, 바다가 대기 속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기후와 바다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곧 바다를 이롭게 하는 것이며, 바다가 건강하면 기후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됩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플랑크톤을 비롯한 해양생물과 해류가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덥고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됩니다. 만약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바다는 더이상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이 아닌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겠죠.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긴 열기를 저장합니다. 바다는 대기의 열을 흡수해 육지의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줍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발생한 여분의 열 중 90% 이상이 바다에 의해 흡수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대가가 따릅니다.
사람들은 바다 덕분에 가뭄과 폭염의 고통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기도 하고요. 방대한 양의 열과 탄소를 바다에게만 맡기는 것은, 해양 생물들의 희생을 야기합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은 파괴되고, 태풍은 초강력화되고, 해양 생태계는 엉망이 될 수 있죠. 또한 바닷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는 저지대의 섬과 해안 도시들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래와 거북이, 돌고래 등의 해양 동물을 위해 바다를 보호하고자 합니다. 좋은 의도이죠. 하지만 바다가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알게 된다면, 바다 보호를 위한 또 하나의 강력한 이유를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모든 현상들이 그렇듯, 바다와 기후의 관계 또한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바다를 보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