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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ICT 기업들의 탈탄소 레이스, 순위는?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12월 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의 한 운동장 트랙 위에서 특별한 달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린피스가 추운 날씨에도 이런 행사를 진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승자는 누구였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2021년 12월 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의 트랙 위에서 특별한 레이스가 열렸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100% 전환, 즉 RE100을 한·중·일 3국의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중 누가 먼저 달성할지를 두고 벌인 ‘RE100 경주대회’ 였는데요. 그런데 진짜 기업 대표 선수들이 나온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린피스가 각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해 퍼포먼스를 벌인 건데요. 그린피스가 추운 날씨에도 이런 행사를 진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RE100 모의 경주대회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 인류의 삶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도 직격탄을 맞고 있죠.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7월에는 중국 중부에 1천 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고, 8월에는 도쿄에서 역대급 폭염 올림픽이 치러졌으며, 서울의 이번 여름 폭염일수는 역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업이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력을 이용해 생산 활동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내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ICT 기업의 전력 사용량은 산업의 성장 속도만큼 빠르게 증가해 왔습니다. 한·중·일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크게 늘었습니다.

‘ICT(정보·통신·기술)’ 라는 어감이 주는 이미지는 깨끗하고 오염물질 하나 없는 첨단 연구소 같은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ICT 기업이 배출해봤자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국내 ICT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천7백만톤에 달하며,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산업 중의 하나인 시멘트 산업 전체 배출량보다도 약 1.5배 더 많은 양을 ICT 산업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철강이나 시멘트 산업의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야 대대적인 감축이 가능하지만, ICT 산업은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짧은 시간에 대폭 감축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RE100 모의 경주대회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그린피스는 동아시아 ICT 기업이 얼마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지 조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2019년 ‘포브스 선정 100대 디지털 기업’에 포함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위상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한·중·일 주요 ICT 기업 중 국가별로 10개 기업을 선정하였습니다. 평가는 지난 9월 30일까지 공개된 공식적인 정보를 활용해 ▲ 기후위기 대응 약속, ▲기후위기 대응 실천, ▲정보공개의 투명성, ▲기후위기 대응 정책 옹호 활동 등 네 개 부문에 대해 실시했습니다.

평가 결과, 유감스럽게도 조사대상 30개 기업 중 B 이상의 성적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소니가 그나마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C+에 그쳤고, 한국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C-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을 뿐입니다. 심지어, 30개 기업 중 두 곳이 낙제점인 F를 받았는데, 바로 삼성 디스플레이와 카카오였죠.

LG전자와 파나소닉 등 18개 기업은 향후 30년 안에 탄소 중립이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소니와 LG전자 등 7개 기업은 2050년 이전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이 중 야후재팬과 라쿠텐은 2030년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목표가 아니었죠.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까지 자사의 목표에 포함한 기업은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 3개 기업뿐이었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RE100 모의 경주대회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그렇다면 지난해 순이익 기준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어떤 성적을 받았을까요? 삼성전자는 기후 성적표에서 D를 받아 30개 기업 중 23위에 머물렀습니다.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하지 않았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활동도 확인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 5개사를 제외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1년 약 530만 톤에서 2020년에 1,253만 톤으로 지난 9년 동안 137%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21조 원에서 166조 원으로 증가해 매출액 대비 배출량도 1억 원 당 4.4톤에서 7.5톤으로 증가했죠. 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국내 매출을 빠르게 늘리면서도 기후위기 대책은 뒷전에 밀어뒀다는 방증입니다.

해외에서는 이와 달리 삼성전자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미국, 유럽, 중국에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지난해 그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죠. 녹색요금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및 PPA(전력구매계약)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2024년 초까지 새로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역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놓고도 국내와 국외에서 서로 다른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RE100 모의 경주대회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삼성전자는 이렇듯 우리나라 전체 주택용 전력 소비량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활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제도가 이제 국내에서도 가능해진 만큼,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애플은 2018년 자사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한 데 이어, 2030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100%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까지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을 순배출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최소한 2030년 이전 주요 생산거점인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주요 ICT 기업들은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공급망을 포함해 2030년 이전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 100%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해 나간다면, 위급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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