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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여정은 없다: 남극탐사가 중요한 이유

글: John Hocevar(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잠수함 조종사)
우리가 남극에서 목격한 것들, 그리고 남극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남극의 해저 서식지를 연구하기 위해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에 잠수함을 싣고 남아메리카의 최남단 도시로 향했습니다. 21개국, 7개의 각각 다른 환경 단체로부터 온 사람들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잠수함을 실은 선박에 문제가 생기고, 부조종사인 저를 포함한 여러 팀원들이 COVID-19 확진을 받기도 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아 기회의 문이 점점 닫히는 것처럼 보였죠. 남극 탐사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한 논의가 오고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탐사는 정말 중요했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기회였습니다.

3월, 유엔이 국제 해양 조약을 협상할 예정이었으며, 만약 조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될 경우 더 넓은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이 최초로 가능해질 수 있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이 개체 수를 회복하며,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산업적 어획과 플라스틱 오염, 그리고 기후위기에 맞서 싸울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남극 해양생물 보존 위원회(CCAMLR)는 올해 말, 또 다시 거대한 해양보호구역을 새롭게 지정하기 위해 올해 말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는 현존하는 그 어떤 해양보호구역보다도 넓은 면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이번 탐사가 꼭 필요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였습니다.

일반 바다에서도 잠수함을 이용한 탐사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해빙이 끊임 없이 변화하는 남극 탐사에서는 날씨와 장비의 문제까지 더해 전체 잠수 시간의 최소 3분의 1을 허비할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우리는 매일 잠수함을 띄우고 성공적으로 탐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프문 섬 근방에서 465m에 달하는 수심까지 성공적인 시범 잠수를 마친 뒤에, 12개의 연구를 10일 만에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저에서 직접 마주한 해양 생물들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밝은 색의 산호초와 해면, 히드라, 갯고사리, 이끼 벌레, 멍게 등의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조사가 이루어졌던 경사면, 협곡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탐사가 이루어진 위치들 중에 최소 열 곳은 상업적 어업으로부터 즉각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취약 해양생태계(Vulnerable Marine Ecosystem)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해빙이 덮여 있는 웨델해로 깊숙하게 나아갔고, 지금까지 실시되었던 잠수 탐사 중 가장 남단까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먼 곳까지 탐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남극 바닷속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채 살아가는 해저 생태계의 모습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대부분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햇빛을 받지 못하는 심해 속에서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의 다채로운 빛을 띠며 서식하고 있는 무척추 생명체들을 보며 우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갑판에서 본 풍경은 심해의 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며 크릴을 먹어 치우는 혹등고래는 이번 여정의 동반자였고, 다른 고래들을 괴롭히며 물개를 잡아 먹는 범고래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알바트로스, 도둑 갈매기, 가마우지 등 수많은 바닷새들, 물속에서는 빠르고 날렵하지만 육지에서는 뒤뚱거리는 펭귄들까지. 그리고 이 모든 생물의 모습 뒤에는 깎아놓은 듯한 검은 절벽과 눈 덮인 산, 얼어붙은 폭포와 거대한 빙산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린피스가 이번 탐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한 것이 기쁩니다. 탐사를 통해 얻은 연구결과들과 사진,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은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비록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 4차 회의에서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확실한 조약이 체결되지 못했지만, 푸르고 평화로운 지구를 위한 국제적 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수준과 같은 무분별한 어업, 채굴을 지속한다면 곧 위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함께 한다면, 우리는 환경과 사회 정의에 초점을 맞춘 해양보호 운동을 통해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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