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탈내연기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큰 차이점을 꼽자면 엔진의 유무입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구조는 내연기관차와 달라서, 전기차를 제조할때는 엔진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내연기관 부품들이 필요없어지고, 배터리, 모터와 함께 새로운 부품들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에는 9천여 개에 육박하는 기업이 있으며, 약 22만 명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 47%, 약 10.8만 명은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노동자로 탈내연기관으로 인해 그 숫자가 줄어들 예정입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기차 전환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도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렇다면 고용 축소가 예상되는 한국의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린피스와 금속노조는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연구를 통해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자동차산업의 전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국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 어떠한 요구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한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의 80% 이상이 2035년 탈내연기관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현대차·기아·한국지엠에서 제시한 2040 탈내연기관 계획보다 더욱 앞당긴 시기입니다. 이 중 63.5%는 2030년 탈내연기관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는 노동자들이 윤 당선인이 제시한 탈내연기관 시기인 2035년보다 5년을 더 앞당긴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탈내연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배경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기후변화 대응과 자동차 산업의 연관성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94.3%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며, 94.9%는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과 자동차 산업이 높은 연관성이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지 않고, 해당 산업의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논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동권과 일자리가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둘 다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탈내연기관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은 정부의 미래차 산업 전환 정책에 낮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정부의 미래차 산업 전환 정책은 100점 만점 중 절반에 못미치는 47.28점을 받았으며,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 유지’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마련’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동자의 요구에 힘입어 4월 14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금속노조는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의 초기부터 당사자로서 포함이 되어야함을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에 이어서 ‘새 정부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산업위 및 환노위 위원실이 공동 주최하였으며, 그린피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통하여, 한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을 알리고,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사회적인 논의를 통하여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방안을 구체화해야함을 강조하였습니다. 토론회 패널로는 산업부, 고용노동부, 완성차기업, 부품사기업, 노동자, 그린피스가 참여하였으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한 주요 원칙과 거버넌스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 총괄 과장은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의로운 전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전환 과정에서 논의에 포함되어야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산업 전환 과정의 노동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관련 부처들과 작년부터 함께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 위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기후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의 탈내연기관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다른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윤 당선인이 2035년 내연기관등록 금지 정책을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30년 탈내연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합니다. 그린피스는 정부,노동자, 기업간 정의로운 전환 논의가 더욱 활성화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자동차 산업 노동자의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탈내연기관과 정의로운 전환이 함께 실현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를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