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기후
5분

그린피스가 푸틴의 침공 속에서 초르노빌 조사를 시작합니다

글: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은 초르노빌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2월 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초르노빌 원전은 지속적인 무력 공격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침공 당일부터 초르노빌 원전과 30km 내 제한구역에 한달간 주둔한 러시아 군인 약 600명은 치명적인 피폭을 입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초르노빌 제한구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우크라이나 원전 위기와 그린피스의 대응

오늘도 우크라이나엔 포격과 화재가 계속됐습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포화 속에 사랑하는 가족과 생계를 잃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지금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36년 전인 1986년 초대형 사고로 가동 정지된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원전과 주변 반경 30km를 차지하는 접근 제한구역의 방사능 위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의 전 세계 원전 캠페이너들은 푸틴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24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지뢰, 화재, 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우크라이나의 모든 원전 주변 지역을 감시해왔습니다. 수일간의 원전 점령 상황을 분석해 3월 2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 요약 블로그) 이를 토대로 국제법에 위배되는 푸틴의 침공과 핵무기 위협을 규탄하며 신속한 군사 공격 중단과 퇴거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또, 지난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서한을 발송하고 러시아군 주둔이 우크라이나 원전과 시민에게 미칠 방사능 위협을 경고했습니다. 이와 같은 그린피스의 즉각적인 대응은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의 긴밀한 소통과 현지 조사로 발전했습니다.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은 1986년 원전 사고로 가동 중단된 초르노빌 원전 반경 30km의 구역으로, 현재까지도 치사선량의 수십 배에 다다르는 방사선량을 내뿜고 있다. © Jeremy Sutton-Hibbert / Greenpeace

초르노빌 미션 팀, 침공 속 우크라이나로 향하다

2022년 7월 18일, 그린피스 독일사무소는 푸틴의 침공 속에서 초르노빌 제한구역 방사선 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현지 조사를 진행 중인 ‘초르노빌 미션 팀’ 은 그린피스 독일, 벨기에, 영국 등 여러 사무소의 방사선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초청으로 진행되는 이번 현지 조사에는 우크라이나 주 정부 기관인 거주 금지 구역 관리청(SAUEZM, the State Agency of Ukraine on the Exclusion Zone Management)과 오랜 기간 초르노빌 원전 안전 유지를 위해 힘써온 과학자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주도하는 초르노빌 방사선 조사는 푸틴의 침공 이후 최초로 이루어지는 독립적인 조사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또, IAEA가 지난 4월 28일 발표한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 및 원전 관계 시설 안전성 평가 결과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는 것 역시 이번 현지 조사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IAEA는 이 평가를 통해 러시아군 주둔으로 인한 초르노빌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치가 환경이나 시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준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IAEA의 해당 보고서에는 방사능 물질의 확산이나 영향이 없다는 평가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수치 근거나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IAEA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미하일 추다코프가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이자 전 세계 1위 원자력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오랜 직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IAEA의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며 독립적으로 진행됐는지 큰 의구심이 듭니다. 로사톰은 IAEA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여러 국가에 공격적으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지난 3월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에게 발송한 공식 서한에서 미카일 추다코브 공식 업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초르노빌 미션 팀이 러시아군의 대인 지뢰가 가득한 초르노빌 접근 제한구역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의 초르노빌 방사선 조사 팀이 사고로 붕괴된 원자로를 향해 이동 중이다. © Jeremy Sutton-Hibbert / Greenpeace

초르노빌 원전은 1986년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환경 파괴”라고 불리는 중대사고가 발생한 곳입니다. 사고 이후 발전소 가동은 정지됐으나 폐쇠된 원자로와 원전 부지에 어마어마한 양의 고농도의 방사성 폐기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러시아 군대의 오랜 점령과 고의적인 화재, 포격으로 방사성 물질 저장시설이 위협 받는 상황을 경고해왔습니다. 불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주요 설비 고장이나 냉각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냉각 기능이 상실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상당량의 방사능이 누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인접국에까지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상상황 및 풍향에 따라서는 더 많은 유럽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장 위험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인접국의 시민들입니다. 수많은 위기가 쉽게 예측되는 상황에서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피스의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현장에 있는 이유입니다.

에이드리안 카울(Adrian Kaul)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캠페이너가 도보로 접근할 수 없는 초르노빌 오염 지역 조사를 위해 그린피스가 자체 제작한 드론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 Jeremy Sutton-Hibbert / Greenpeace

현지 조사 팀의 ‘초르노빌 미션’

한달간 초르노빌 제한구역에 주둔한 러시아 군은 고농도 오염 지역에 거대한 지하 벙커를 짓고 그곳에 머무르다 피폭됐습니다. 러시아 군이 주둔한 토양과 나뭇가지 등에는 인체에 유입 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의도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정황도 포착됩니다. 러시아 군이 토양을 들추고 불을 피워,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나 강가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제한구역과 가까운 프리비야트 강이 드네프르강과 연결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많은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초르노빌 과학자들은 러시아군의 붉은 숲 진입 당시, 이를 말리려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되려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초르노빌 원전 연구소의 각종 방사성 탐지 설비를 부수거나 훔쳐가, 제대로 오염 상황을 측정할 수도 없게 했습니다.

그린피스 조사에 동행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신발에 묻은 방사능 물질의 검사를 요청한 모습이다. © Jeremy Sutton-Hibbert / Greenpeace

그린피스의 초르노빌 미션에 함께해주세요!

그린피스는 초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초르노빌 사고의 피해 규모를 추적해왔으며, 제한구역 내 화재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확산과 오염을 알리기 위해 수십년간 캠페인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군 주둔으로 인해 심화되고 확대된 방사능 오염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장비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즉시 방사성 물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와 그린피스가 자체 개발한 항공 장비 등이 사용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소속 초르노빌 전문 과학자들과 함께 분석한 조사 결과를 오는 7월 2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그린피스는 국제 환경 단체로서 반세기 동안 축적된 방사능 전문 지식과 원전 사고 현장 대응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염병과 침공에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연대합니다. 초르노빌 미션 팀은 지난 수개월 간 안전하고 성공적인 미션 달성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이번 미션을 위한 모든 자원은 그린피스의 원전 캠페인을 지지해주신 많은 시민들과 후원자님들의 후원으로 가능했습니다.

지금,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여해주시면 그린피스는 기업과 정부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그린피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