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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공대 학생의 해변 플로깅 후기... “직접 주워봐야 알아요”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어! 이거 카메라 아니야?”

딱 열 걸음이었다. 바다 앞으로 열 걸음 걸으면 작지만 힘차게 헤엄치는 망둥어가 있었다. 열 걸음 물러나 우리가 걷고 있는 해변에는 생명을 다한 일회용 쓰레기가 가득했다. 얼마나 촘촘했는지, 손에 쥔 집게가 한시도 쉬지 못했다.

파도가 쓸고 지나간 자리엔 유리병, 페트병, 폭죽 그리고 양말까지 있었다. 누군가의 즐거움이 있던 자리엔 쓰레기가 가득했다.

인천 마시란해변,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들과 그들이 주운 쓰레기

뉴스에선 우리가 기후위기의 당사자라고 한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우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 스물네 명은 인천 마시란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그리고 여기서 본 쓰레기에 착안해 해양 환경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생각했다.

INTERVIEWEE
희지, 혁, 유리, 승엽

플로깅에 참여해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 학생들. 왼쪽부터 최유리, 김희지, 박혁 학생 ©Greenpeace / Alex Kim

플로깅 활동을 하고 두 달이 지나고, 그린피스를 다시 만나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우리는 평소 우리가 갖고 있던 생각에 대해서 먼저 털어놨다.

[희지] 저는 사실 전에도 플로깅을 해봤어요. 주운 쓰레기를 다 분류해서 버리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던 기억이 나요. 너무 더러워서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고요.

[혁] 사실 환경에 큰 관심이 없었고, 처음으로 플로깅을 해봤어요. 평소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남은 쓰레기가 고민이어서 음식을 직접 다회용기에 포장해서 먹긴 했어요.

[유리] 저희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잖아요. 특히 저는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텀블러 설거지를 할 수 있는 환경조차 여의치 않아요. 신경을 쓰고 싶어도 주위 시설이 불편하니 실천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승엽] 환경보호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가짐을 경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작은 쓰레기 하나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들이 모여 큰 환경 문제가 되니까요.

플로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로 무겁게 가득 찬 마대를 힘겹게 나르고 있다.

플로깅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시작한 지 20분도 안 되어 쓰레기를 담는 마대가 꽉 찼던 것이 먼저 떠올랐다. 쓰레기의 종류와 크기가 정말 다양했다.

[희지] 저는 미세 플라스틱을 찾아내기 위해 채반을 사용했어요. 비가 온 뒤라 잘 걸러지지 않거나, 정말 크기가 작아 고운 모래와 같이 걸러지기도 했어요. 정말 크기가 작아서 놀랐어요.

[혁] 마대에 담을 수 없는 큰 쓰레기도 정말 많았어요. 특히 부표 스티로폼이랑 밧줄에 걸린 쓰레기가 기억나요. 크기랑 무게 때문에 수거하지 못한 것도 있었거든요.

주운 쓰레기를 기록하기 위해 기록지를 들고 플로깅을 진행했다.

플로깅은 단순히 줍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쓰레기의 재질과 제조사를 파악해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랜 탓에 이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승엽] 주운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준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어요.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를 분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유리] 이 쓰레기를 누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기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언제부터 바다를 떠돌았는지 모를 오래된 쓰레기가 많았어요. 외국 제품도 은근히 많았고요. 생수 페트병은 뚜껑을 보고 어디 회사 생수인지 적기도 했어요.

쓰레기 중에는 유리 조각도 정말 많았어요. 저희는 안전을 위해 장갑을 꼈지만 바다에 놀러 온 사람이나 여기 살고 있는 바다 생물에겐 정말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해양보호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연세대학교 김희지 학생 ©Greenpeace / Alex Kim

우리는 이날의 경험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참여했다. 희지와 혁은 실제로 경험한 것과 배운 것을 연결 지어 더 살기 좋은 지구를 위해 고민했다.

[희지] 저는 플로깅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날 저희가 학교에서 받았던 단체 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새 옷에 붙은 택을 떼면서, 오늘은 쓰레기를 주우러 가는 날인데 가는 길부터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 부분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냈던 거예요.

연세대학교 박혁 학생 ©Greenpeace / Alex Kim

[혁] 저는 바다의 파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아까 큰 부표 쓰레기가 정말 많았다고 말씀드렸죠. 이 스티로폼 부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도가 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부표를 추적하고 재사용하거나 올바르게 폐기될 수 있도록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승엽] 저도 부표 문제에 공감했습니다. 플로깅 활동을 진행하며 해변 환경오염의 실태를 직접 보니,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버섯의 균사를 이용한 친환경 부표를 생각해냈어요. 균사를 가공하면 물 분자가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구멍들을 만드는 게 가능합니다. 밀도가 낮아 물에 뜰 수도 있죠.

연세대학교 최유리 학생 ©Greenpeace / Alex Kim

이 경험이 꼭 다른 사람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놀랍게도 우리 셋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환경운동가만이 지구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공부한 지식으로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나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활동 중 하나였다.

[유리] 후배가 플로깅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 주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알려주고 싶어요. 저한텐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거든요. 바다를 떠돌고 있던 셀 수 없는 쓰레기를 보고, ‘나는 저렇게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지. 적어도 내 쓰레기는 바다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혁] 환경에 큰 관심이 없던 저 같은 친구들에게도 꼭 한 번은 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쓰레기를 버리는 건 많이 해봤지, 줍는 건 안 해봤잖아요. 직접 주워보면 알게 돼요.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요.

[희지] 이제 일상 속 쓰레기가 너무 잘 보여요. 저는 특히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서 그런지, 작은 쓰레기가 눈에 잘 띄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행동해 보고, 관심을 갖게 된 걸 후회하지 않아요.

🌊🌊🌊

지금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누군가는 쓰레기를 줍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은 우리와 함께 행동해 줬으면 한다.

가끔 거대한 장벽이 앞길을 막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인다면 해양 오염, 기후위기라는 벽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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