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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살아있다 - 끝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글: 가타오카 료헤이(Ryohei Kataoka) 그린피스 캠페이너
파괴적인 에너지로 인체를 공격하는 방사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년이 지났지만, 독극물과도 같은 방사선이 도처에 퍼져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년을 기억하고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후쿠시마 시민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원전 사고의 재발을 막고, 사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방사능 오염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알리고 있는 치쿠린샤 활동가들입니다.

치쿠린샤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왼쪽)과 아오키 카즈마사 부이사장(오른쪽) / ©Ryohei Kataoka/Greenpeace
치쿠린샤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왼쪽)과 아오키 카즈마사 부이사장(오른쪽) / ©Ryohei Kataoka/Greenpeace

치쿠린샤1는 시민들이 일본 전역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조사・감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후쿠로 모임’(후쿠시마 노후원전을 생각하는 모임)과 다마 지역의 환경운동 시민단체 등이 모체를 이루었습니다. 프랑스의 아크로(ACRO)2로부터 기증받은 게르마늄 반도체 측정기로 방사능 오염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치쿠린샤는 그린피스와 연대해 후쿠시마 현지 방사능 오염 실태를 조사한 단체이기도 합니다.

2023년 올해는 치쿠린샤 활동가들과 후쿠시마 지역에 중요한 때입니다.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 대전환,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사능 오염토의 재사용 등 후쿠시마를 둘러싼 많은 이슈들이 한꺼번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역주: ちくりん舎. 치쿠린샤 (NPO법인 시민방사능감시센터)

2 역주: l'Association pour le contrôle de la radioactivité dans l'Ouest (ACRO) 서부방사능통제협회

일상을 침투하고 있는 방사능

치쿠린샤 이사장 하마다 가즈노리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는 아직도 일상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방사능이라는 독극물이 우리의 일상 공간에 들어와 있어요. 오염된 흙을 측정해보면 아직도 1만 베크렐 이상으로 확인돼요. 이런 방사선 관리 대상 물질 자체가 마을 도처에 깔려 있는 셈이죠.”

방사선량은 아직도 원전 사고 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일본 정부가 이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치쿠린샤에서 기술・실험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이 시료를 측정하고 있는 모니터를 확인한다 © Ryohei Kataoka/Greenpeace
치쿠린샤에서 기술・실험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이 시료를 측정하고 있는 모니터를 확인한다 © Ryohei Kataoka/Greenpeace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방사능 측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오키 가즈마사 부이사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 정부는 피폭으로 인한 발병은 앞으로 없을 것으로 간주해 아동이나 여성, 노인들의 갑상선 피폭 선량 측정도 중단했습니다.

내부 피폭 정도를 측정하는 전신 계수기(Whole Body Counter)를 사용하면 내부 피폭 기준 250Bq/Body일 때 피폭 후 1년이 지나면 ‘불검출’로 간주하지만, 소변으로 검사하면 훨씬 높은 방사선량이 확인됩니다.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표기) 원전 사고 이후 어린이 수십만명의 요오드 피폭 여부를 소변검사와 전신계수기로 측정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측정 결과에 대한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반면, 일본 정부의 대응과는 상이합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부터 피난 주민의 피폭 선량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았고, 각지에 설치한 방사선 감시 장치(monitoring post) 수도 줄이는 등 피폭 상황을 은폐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마다 이사장은 “원전 사고 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세슘이 이제는 어디서나 검출된다”며 원전 사고의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대학 시절 이과대 친구와 방사선 시틸레이트 측정기를 직접 만들어 주변 방사능 측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거의 측정되지 않던 수준의 방사능이 이제는 도처에서 확인된다고 합니다. 그는 과거 경험을 살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치쿠린샤에서 함께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를 해설하는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 © Ryohei Kataoka/Greenpeace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를 해설하는 하마다 가즈노리 이사장 © Ryohei Kataoka/Greenpeace

사람을 위협하는 방사선 에너지가 도처에

“인간은 여러 전자볼트(eV: 원자, 분자, 전리방사선 등 에너지 단위)의 화학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방사선은 수만 eV에 달해 인체에 매우 위험합니다. 방사능은 다른 화학물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매우 위험하다"고 아오키 부이사장은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생물의 세포는 무수히 많은 화합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분자들에 포함된 원자들은 '화학결합 에너지'라 불리는 힘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화학결합의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5~7eV입니다. 반면 진단용 엑스레이의 에너지는 수십만 eV여서, 몸을 구성하는 화학결합 에너지의 수만 배에 달합니다.

우리 몸이 방사선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요?
스트론튬 90, 삼중수소 등 다양한 핵종이 있는데 이와 같은 방사선 에너지는 DNA를 구성하는 원자의 결합 에너지보다 수천 배에서 수백만배 높습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이 인체를 통과하면 DNA와 분자가 절단되어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안전 홍보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아오키 가즈마사 부이사장 © Ryohei Kataoka / Greenpeace
아오키 가즈마사 부이사장 © Ryohei Kataoka / Greenpeace

아오키 부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방사능 쓰레기 소각로(다무라 바이오매스 소송, 오사키시 방사능 쓰레기 소각 주민 소송)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방사능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12년 이 지났어도 방사능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치쿠린샤에서는 ‘린넨 흡착법’을 통해 공기 중에 부유중인 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각로 주위에 10여 개의 린넨(시트 상태의 천)을 펼쳐 둡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이 천들을 회수해서 게르마늄 측정기로 방사선량을 측정합니다. 그러면 천의 면적이 일정하기 때문에 시간과 면적당 베크렐 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사키 시에서 측정한 결과, 소각로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2~6킬로미터까지 방사선량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 계절이 바뀌면서 풍향이 거꾸로 바뀌면 방사선량 역시 반대로 높아진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결과는 소송 자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독을 만드는 원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기술에도 절대적 안전이란 없습니다.”라고 계측 제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아오키 부이사장은 말합니다. 인간의 자그마한 조작 실수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원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방사능이 매우 위험한 독극물과 같다는 본질적 특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는 “논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원자력 산업 이해관계자들은 방사능 오염의 실태를 정확히 측정하기보다 은폐하는데 급급합니다.

하다마 이사장은 말합니다. “원전 가동은 방사능 독극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원전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그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나 오염토의 재사용은 독극물을 밖으로 퍼뜨리는 행위와도 같다”며, “지금 후쿠시마의 방사성 물질 관리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원전을 전면 재가동해 방사성 물질을 앞으로 더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 조치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이 후쿠시마 인근에서 방사능 오염토를 수집하고 있다.  © Christian Åslund / Greenpeace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이 후쿠시마 인근에서 방사능 오염토를 수집하고 있다. © Christian Åslund / Greenpeace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그들은 지난해 '치쿠린샤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모인 30~40명의 회원들이 치쿠린샤의 소식지 내용을 해설하고 회원끼리 깊은 논의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방사능 오염 문제를 직접 보고 이해한 뒤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실제 방사능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원전 사고 지역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마다 이사장은 호소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은 더 이상 후쿠시마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 할 경우 일본,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방사능 위협을 받게 됩니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 캠페인에에 꾸준한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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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