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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돌아올 수밖에 없던 이유

글: 가타오카 료헤이 그린피스 캠페이너
최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에 있는 귀환 곤란 지역 중 일부의 피난 지시를 해제하였습니다. 피난 지시 해제 마을의 시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도쿄사무소는 12년이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아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늘의 주인공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현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던 칸노 미즈에씨 이야기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칸노씨와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4년이 지난 지금, 칸노씨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드립니다.

2008년부터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 종합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칸노 미즈에씨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상을 누리며 집수리 계획에 들뜬 때였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여 집을 두고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칸노씨의 집은 후쿠시마 제1원전까지 직선거리로 약 27km 떨어져 있습니다. 고농도로 오염되어 귀환 곤란 구역으로 분류됐었지만, 특정 부흥 재생 거점으로 지정되어 제염작업이 이뤄졌고 지난 3월 31일 피난 지시가 해제되었습니다.

12년 동안 비어있던 집을 들어선 칸노 미즈에씨. 뒤쪽의 대문(통과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12년 동안 비어있던 집을 들어선 칸노 미즈에씨. 뒤쪽의 대문(통과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조상부터 살던 집을 철거하는 쓰라린 결단

나마에마치에서 후쿠시마시를 잇는 일본 국도 114호를 따라가면 칸노 미즈에씨의 집이 나옵니다. 칸노씨 집의 대문은 150년이 넘는 ‘통과문(通り門)으로 불립니다. 역사적 가치가 높아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통과문을 포함한 집의 일부를 철거하기로 하였습니다. 철거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방사선 피폭이 걱정됐었지만, 일본 정부가 피난 지시 해제 후엔 철거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하겠다고 발표하여 서둘러 철거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칸노씨 집 마당에 있는 110년이 넘은 화백나무 세 그루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벌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피폭되는 방사선량과 나무들을 태웠을 때 나올 방사성 물질들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태우지 않고 책상과 같은 가구로 가공한다면 나무에 축적된 방사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출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철거후에 공터가 되어버린 땅도 문제입니다. 피난 지시가 해제된 후 1년이 지나면 공터가 되어버린 땅에 대한 세금이 약 6배 인상됩니다. 원전사고로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 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칸노씨 집 마당에 있는 100년이 넘은 화백나무로 방사능 오염 수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어 아직 처리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였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칸노씨 집 마당에 있는 100년이 넘은 화백나무로 방사능 오염 수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어 아직 처리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였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우리는 정부로부터 방치되었습니다.

“왜 아직 남아 있어요? 이곳을 벗어나 멀리 도망가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모르는 남자가 와서 이곳은 위험하다고 칸노씨에게 소리쳤습니다.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이곳이 방사능에 오염돼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확한 정부의 안내가 없었다고 칸노씨는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위험한 곳에 방치된 채 버림받았던 것입니다.”
대피 중 ‘스크리닝 검사’1 과정에서 칸노씨가 입고 있던 외투에 방사선 측정기를 대자 바늘이 튕겨 나갔습니다. 손바닥에 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 14일, 스크리닝 검사 기준은 10만cpm(count per minuite)으로 조정되었습니다.2 기존 긴급 피폭 의료 매뉴얼 기준보다 약 7배 높은 기준으로 상향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측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칸노씨는 사고 직후인 3월 12일부터 입에서 싸구려 숟가락을 핥는 것 같은 금속 맛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있었고, 피부엔 붉은 발진이 생겼어요. 음식을 먹으면 바로 설사를 했고요. 이상한 건, 전혀 배가 아프지 않았다는 거죠. 제 몸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칸노씨 집 안채에는 2011년 3월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칸노씨 집 안채에는 2011년 3월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체육관에 대피한 칸노씨는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구토를 하거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급성 방사선 피폭 증상이 아닐까 의심하였지만 아무도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수돗물은 끊겨 샤워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칸노씨는 여러 번의 스크리닝 검사 끝에 허가증을 받고 가족들과 오사카로 피난 갔습니다. 오사카로 피난을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갔던 함께 지내던 마을 주민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피소 운영이 어려워 도움을 줄 수 있냐는 말에 칸노씨는 곧장 후쿠시마로 떠났습니다.
사고 후 한 계절이 지나 여름에 돌아가니, 산기슭의 나뭇잎은 검게 변해있었습니다. 칸노씨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의 영향이지 않을까 추측했습니다.
지난 2016년 칸노씨는 갑상샘암을 진단받아 제거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초기 방사선 피폭과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방사선 안전 캠페인은 방사선 피폭을 경시하고 있지만, 내부 피폭의 위험성은 매우 큽니다. 그리고 이 위험성을 일본 정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전사고 당시를 이야기하는 칸노 미즈에 씨 ©Ryohei Kataoka/Greenpeace
원전사고 당시를 이야기하는 칸노 미즈에 씨 ©Ryohei Kataoka/Greenpeace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칸노씨는 강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당시 대피 상황을 설명하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정말 위험할 때 외면해 버린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칸노씨는 강연 외에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형사소송, 보상재판, 원전 금지 소송 등 재판 지원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끔찍한 판결이 잇따라 이어졌습니다.
노후 원전을 제어하는 컴퓨터는 스마트폰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게다가 사고를 책임지지 않은 전력회사(도쿄전력)가 만드는 신규 원전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는 한 핵폐기물은 계속 만들어지고 배출될 것입니다. 원전이 가동하는 한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입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성

“오염된 물을 내보내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칸노씨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방사능이 물고기와 해산물에 축적되었다가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로 들어갑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고 진한 된장국을 희석했다고 해서 두 그릇을 먹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왜 오염수는 희석해서 방류해도 괜찮다는 거죠?”
원전에 밝은 미래는 없었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잊혀지지 않게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린피스 도쿄사무소 활동가들이 칸노 미즈에씨 인터뷰 후 후쿠시마현 나미에시 쓰시마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그린피스 도쿄사무소 활동가들이 칸노 미즈에씨 인터뷰 후 후쿠시마현 나미에시 쓰시마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직접 겪은 시민들은 누구보다 원전 사고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확산 될 수 있도록 언론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달하여 이 피해가 잊혀지지 않게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계획을 이어 나가고 있고, 한국 정부는 방류 반대를 위한 정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습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시민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되어 국제법적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나서고자 합니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에 참여하시고 안전한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주세요!


1역주: 避難退域時検査(스크리닝). 원자력 재해 발생 시에 방사성 물질이 의복이나 신체 표면에 부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조치.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확인되면 간이 제염을 실시함. (출처: https://evacuation-fukushima.jp/sp/page/page000051.html)
2역주: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후쿠시마현 긴급피폭 의료 매뉴얼’에 따르면 피난시 검사에서 13,000cpm(갑상선등가선량 최대100mSv상당) 이상인 사람은 갑상선 피폭 측정과 안정요오드제 복용 지시 등 필요한 조치를 받고 기록으로 남기도록 돼있었으나, 실제 사고 발생 후 혼란스러운 피난 속에서 조치 기준이 10만cpm으로 조정됐다는 의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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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