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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가 간과하는 우리 삶의 핵심 가치는?

글: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퀴즈를 하나 내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행동들이 공통적으로 상승시키는 수치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농부가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여 쌀을 수확했습니다.
두 번째, 산을 깎아서 새롭게 공항을 건설했습니다.
세 번째, 기후재난으로 도로가 무너져 다시 만들었습니다.

정답을 맞추셨나요?

눈치 빠른 분들은 글 제목을 읽고 바로 답을 맞추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답은 바로 GDP입니다. 그렇다면 이 행동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아마 방금의 답변과 달리 꽤 길고,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 같습니다.

국내총생산을 뜻하는 GDP는 어렵고 복잡한, 내 삶과는 관련 없는 경제 용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방금 여러분이 푼 퀴즈에 힌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GDP의 입장에서 세 가지 행동은 모두 GDP를 향상시키기에 동일합니다. GDP는 세상을 숫자라는 ‘단답형’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떤 것을, 왜 만들어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GDP로만 표현할 수 없는 가치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분명 이 세가지 활동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서술형’으로 답변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탄소 배출을, 누군가는 생태계를, 누군가는 기후재난 지역 거주민들을, 누군가는 친환경 먹거리를 생각해보았을 것입니다. 더 깊이 생각해본 누군가는 우리 사회가 더 가치있는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봤을지도 모릅니다. GDP가 바라보지 못하는 것들은 바로 여러분들의 ‘서술형’ 답변입니다. 우리는 모두 선택형이거나 단답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2023년 수해피해를 입은 논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린피스 자원봉사자의 모습
2023년 수해피해를 입은 논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린피스 자원봉사자의 모습

숫자라는 단답형 대답으로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동네에서 이웃들과 함께하는 환경 정화 자원봉사도, 남을 먹이고 돌보는 일도, 그린피스와 함께하는 즐거운 캠페인도 GDP는 포착하지 못합니다. 이 모든 일이 경제적 이득이라는 ‘숫자’를 즉각적으로 상승시키는 일은 아닌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단지 ‘돈이 되지 않음’이라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맞는 일일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환경과 관련된 자원봉사도, 누군가를 돌보는 일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린피스가 GDP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 이유입니다. GDP는 지금까지의 경제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지표가 완전히 문제 없는 완벽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GDP가 경제를 평가하는 유일한 것처럼 사고될 때, 우리는 쉽게 다른 가치들이 의미 없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미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그러합니다.

GDP의 한계

개발 뿐만이 아니라 탄소 배출 증가로 잦아지고 있는 기후재난도 더 많은 자연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2023년 태풍 피해로 인해 쓰러진 전라남도 지역의 나무
개발 뿐만이 아니라 탄소 배출 증가로 잦아지고 있는 기후재난도 더 많은 자연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2023년 태풍 피해로 인해 쓰러진 전라남도 지역의 나무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다양한 산림 보호지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림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산림은 15년부터 5년간 매년 평균적으로 축구장 약 1만개 규모(7,296ha)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도로와 집, 산업 단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버린 탓이죠.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그린피스의 2024년 보고서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에 따르면 일부 보호지역에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을 일부러 밀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고품질의 목재를 만들어내는 나무를 다시 심기 위함입니다.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나무로 산림이 대체될수록 보호지역의 생물다양성은 훼손됩니다. 산림이 점점 줄어들수록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만큼요.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나무는 보호해도 되고, 그렇지 않은 나무는 베어버려도 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는 미래의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생물다양성 훼손과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요.

그러나 경제의 ‘숫자’의 증가만을 측정하는 GDP의 측면에서 이 모든 일은 매우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가치도, 기후 위기를 함께 막아내야한다는 현실도, 모든 나무가 소중하다는 생각도 GDP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GDP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존재라면 “더 경제적으로 이로운 나무를 심는 게 당연한 거 아냐?”라고 대답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 GDP 우선의 경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모든 가치를 숫자로만 표현하는 사회는 때로 보호지역의 나무를 보는 것처럼 사람을 조명하기 때문입니다. 통장에 얼마나 돈이 들어있는지가 때로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유일한 것으로 상정하는 일이죠. 다양한 나무가 있는 숲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사는 사회가 더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보호하고 모두의 삶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것은 때로 ‘비용’의 문제 때문에 무시되기도 합니다. 사람을 쓸모로만 판단하는 세상, 조금은 팍팍할 것 같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GDP는 마이너스(-)를 상정하지 않는 지표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낮아져도, 자연이 파괴되어도 GDP는 경제 규모가 확대되는데 유의미한 일이라면 플러스(+)를 매길 것입니다. 때문에 벌써 많은 나라들은 이 GDP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얼마 후 진행될 UN ‘미래정상회담’에서는 GDP에 대한 고민이 논의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GDP가 나타낼 수 없는 불평등 이슈를 조명하는 지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지표, 그리고 구성원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 조명하는 지표 등 이미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대안적인 지표는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보다 더 나은 방안을 모색중이죠. 우리가 결국 플러스로 만들어야하는 것은 숫자보다는 우리의 인생과 자연, 그리고 모두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기후정의행진 그린피스 부스를 운영중인 그린피스 직원들
2023년 기후정의행진 그린피스 부스를 운영중인 그린피스 직원들

삶의 질은 높이고, 지구 온도는 낮추는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돈 없는 내일 걱정이 아니라 돈 걱정 없는 내일을 만들고 싶은 분들, 주목해주세요. 그린피스의 그린 이코노미 뉴스레터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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