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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의 상처, 함께 치유하는 시민의 힘

글: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재난 전문가
역대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간 지역은 온통 잿빛이었습니다. 기후재난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체감 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산불 피해 이재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일상 회복을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거센 바람과 메마른 날씨를 타고 순식간에 경북 북부 전역으로 번져갔습니다. 149시간, 꼬박 엿새를 넘긴 3월 28일이 되어서야 주불이 진화됐지만, 그 사이 산과 마을은 참혹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인명피해 67명, 주택 4,424채 소실, 산림 99,200헥타르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산불은 한순간에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소중한 기억, 그리고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2025년 4월, 산불이 산과 마을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생태계는 물론 사람들의 삶까지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2025년 4월, 산불이 산과 마을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생태계는 물론 사람들의 삶까지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산불이 남긴 상흔, 그리고 복구의 시작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검게 그을린 산과 무너진 집터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시커멓게 타버린 산에도 연둣빛 새순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상실의 아픔을 가슴에 안은 채 다시 일어설 준비를 했습니다. 임시대피소에 머물던 이재민들은 마을회관이나 인근 숙소로 흩어졌고, 피해 판정이 끝난 집들에는 굉음과 함께 중장비가 들어와 철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저기가 안방이었고, 여기가 부엌, 저쪽이 창고였는데… 모든 것이 다 타버렸어.”

평생을 살아온 집이 한순간에 사라진 상실감은, 그저 담담한 어르신의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영덕군 신안리마을에 산불로 인해 소실된 주택을 중장비로 철거하는 모습
2025년 4월, 영덕군 신안리마을에 산불로 인해 소실된 주택을 중장비로 철거하는 모습.

기후재난 현장에 닿은 그린피스 시민대응단의 손길

이런 절망의 현장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그린피스 기후재난시민대응단이 도착했습니다. 새벽 어스름에 서울역에 모여 3시간 반을 달려 영덕 신안리에 도착한 이들은, 이재민 30여 명이 머무는 임시대피소 대청소에 힘을 보탰습니다.

“어디? 서울에서 왔다고예?”, “저 분은 광주에서”, “어머머, 우째 이렇게 먼길을 왔어요.”

어르신들은 먼 곳에서 달려온 시민대응단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대부분 고령의 이재민들은 대청소는 엄두도 못 내던 상황이었지만, 젊은 청년들의 방문은 큰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민대응단은 조를 나누어 구석구석 먼지를 쓸고, 묵은 때를 닦아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식 지원을 하고, 이재민들과 함께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눴습니다. 잠시 머무는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지역의 회복을 돕는 동료로 스며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철거 현장을 함께 돌아보며,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는 집터의 흔적을 지켜봤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마을 곳곳에는 상실과 아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산불로 소실된 가옥을 철거 중인 신안리 마을을 답사하고 있는 기후재난시민대응단
2025년 4월, 산불로 소실된 가옥을 철거 중인 신안리 마을을 답사하고 있는 기후재난시민대응단

함께하는 회복의 여정

산불 발생 두 달이 지난 시점, 다시 찾은 영덕 산불 현장에는 이재민들이 2년간 머물게 될 임시주거지 입주 청소가 한창이었습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임시주거지는 안방, 거실, 화장실로 나뉘어 있었지만,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다시 집을 짓기 전까지 살아가게 됩니다. 영덕자원봉사센터의 안내로 청소를 시작한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은 창틀과 가구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바닥과 벽, 화장실까지 구석구석 닦았습니다. 한 가구당 한 시간 넘게 걸렸지만, 이재민들이 곧 들어올 생각에 힘든 줄 몰랐습니다.

한 달 넘게 마을회관에서 공동생활을 하느라 이재민들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습니다.
“곧 새 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우”, “허름하더라도 내 공간이 있어야지.”
이런 말 속에서 이재민들이 얼마나 입주를 희망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소하는 곳마다 이재민들이 찾아와 “수고 많다”며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25년 5월, 산불 이재민들이 2년 동안 거주할 임시주거지를 청소하고 있는 그린피스 캠페이너
2025년 5월, 산불 이재민들이 2년 동안 거주할 임시주거지를 청소하고 있는 그린피스 캠페이너

재난 직후에는 많은 구호단체들이 현장에 들어오지만, 한 달이 지나면 대부분 철수하고 이재민들만 남게 됩니다. 그때부터 이재민들은 깊은 고립감과 상실감에 시달립니다. 복구는 시간이 지나면 이루어지지만, 심리·정서적 회복은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은 이재민들의 장기적인 회복 여정에 꾸준히 함께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복구 지원을 넘어, 심리돌봄 프로그램과 공동체 회복 활동을 통해 이재민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들이 기후재난의 피해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연대합니다.

연대하는 시민의 힘

산불 피해 현장에서 그린피스와 시민대응단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시민이 시민을 일으키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재민들의 상실과 아픔을 기록하고, 일상 회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에 나서며, 기후위기 대응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 모두가 우리 사회가 기후재난 시대에 함께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이재민들과 함께하며, 기후재난 대응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연대가 이 회복의 여정에 큰 힘이 됩니다.

기후재난으로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지금 캠페인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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