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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끝나지 못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네바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두 번째 INC5 회의(INC5.2).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진 논의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극복할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협상은 다음 행보를 정하지 못한 채 연기되었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보다 분명해진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염을 일으키는 기업의 이익보다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강력한 협약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오염도 줄일 수 없다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합니다. 너무 많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유지하며, 우리의 건강과 권리, 공동체를 지키려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과감히 감축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의 세 배로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와 기후는 더 이상의 플라스틱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은 물론 우리의 혈관 속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됩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조각,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우리 몸과 전 지구에 퍼집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재앙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산업에서 상품 포장재로 활용하며 수출과 수입 그리고 폐기물 거래를 통해 국가와 국가를 움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생산에서부터 줄이는 전 세계 목표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반드시 담아야 합니다. 생산이라는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는 협약은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회원국이 지지한 생산감축, 아직 걸림돌이 남아 있다

INC5.2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90개국이 넘는 국가가 “야심찬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니스의 경고”, 일명 ‘니스 선언’에 서명하며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 선언은 강력한 협약 체결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의 감축 목표 설정 ▲유해 제품과 화학물질 규제 ▲재사용 시스템 확대 ▲공정한 자금 조달 보장 ▲협상의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향후 당사국 회의에서 투표 실시 등 핵심 요소를 담고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을 위해 180여 개의 유엔 회원국의 각국 대표들이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 일명 ‘INC5.2 회의’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모였습니다. 회의는 작년 부산에서 개최된 INC5 회의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었으며, 회의기간 중에도 과반이 넘는 수의 국가들이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공통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논의는 또다시 막혔습니다. 지금과 같은 과잉 플라스틱 시대의 유지를 원하는 일부 국가들이 만장일치 제도를 악용해 협상을 교착 상태로 몰아넣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장이 두 가지 초안을 내놨지만, 어느 것도 협약의 취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논의는 또다시 제자리를 맴돌다 종료되었고 우리는 다음 논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채 돌아왔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위기는 또한 공중 보건의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약 타결은 2년째 미뤄지고 있고, 각국 정부는 여전히 굼뜨기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국가들이 만장일치 규정을 악용해 강력한 목표 수립을 방해하면서 우리를 다시 화석연료 의존과 오염, 파괴의 시스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대로 보여준 세계 시민의 목소리

그린피스를 포함한 전 세계의 시민단체들은 회의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며 세계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나라 플라스틱 캠페이너와 플뿌리 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대표단 또한 현장에서 함께 행동에 참여하며 플라스틱 감축과 강력한 협약을 촉구했습니다.

1. 전 세계가 함께 외친 생산감축
개회 직전인 8월 4일, 그린피스를 포함한 전 세계 수백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유엔본부 앞에서 평화적인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과 ‘생산 감축’을 요구하며 ‘지금 당장 강력한 협약(Strong Treaty Now)’, ‘플라스틱 생산감축(Cut Plastis Production)’을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2. 유엔본부 정문에서의 비폭력 직접행동
그린피스의 액티비스트들이 ‘산업계의 회의장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비판하기 위해 비폭력 직접행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유엔본부 정문에서 ‘거대 석유화학 업계가 회의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거래대상이 아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3. 국제 시민사회 연대체의 침묵시위
INC5.2 회의의 중간 점검 총회가 열리던 8월 9일, 그린피스를 포함한 국제 시민사회 연대체는 회의장 입구에 모여 지지부진한 회의와 2년의 논의를 무색하게 하는 진행을 비판하며 침묵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과정을 바로잡아라’, ‘약속을 지켜라’,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켜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연대체는 강력한 협약의 성안을 촉구했습니다.

플라스틱 산업, 이제는 퇴장할 때다

플라스틱 오염과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그들은 지역 행사에 나타나고, 친환경 컨퍼런스에 끼어들며, 공공 행사와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고, 언론 광고를 통해 그린워싱 메시지를 퍼뜨립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도 예외가 아닙니다. INC 회의 때마다 업계의 로비스트들이 들끓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INC5.2 회의 에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를 대변하는 로비스트가 무려 234명이나 등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그린피스 영국사무소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기업들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로비를 벌여 왔으며, 동시에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이 시작된 2022년 11월 이후, 7개 기업이 생산한 플라스틱의 규모만 140만 톤에 이릅니다. 이는 분당 5.5대의 폐기물 트럭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이들 기업은 업계 주요 단체의 지원 아래 70명의 로비스트를 협상장에 보내 논의를 방해해 왔습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INC 사무국에 서한을 보내, 앞으로 플라스틱 협약의 모든 논의 과정에서 로비스트를 배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다자 협력은 아직 유효한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이 거듭될수록 국가 간 협력 체계의 한계와 위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각 나라 사이의 복잡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세계 공통의 환경과 사회 정의를 위한 해결책 마련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글로벌 문제에는 글로벌 해법이 필요하고, 국제적인 규칙과 합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INC5.2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린피스 대표단은 단체 대화방에서 “정치의 벽은 잔인할 만큼 높다”는 밈을 계속 공유했습니다. 씁쓸한 현실 속에, 그런 밈을 사용할수록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연대가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 참여와 연대, 우리가 전 세계 지도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제네바 이후, 우리는 어디로?

우리는 멈출 수 없고, 멈추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취약층을 포함한 우리 공동체의 건강과 권리를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기후위기를 완화할 새롭고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회의에서 제네바의 합의 실패가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제대로 된 해법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용기와 끈기를 갖고 강력한 협약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우리와 후손들의 건강, 공동체와 지구 생태계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이후 회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INC 협약회의를 이끄는 의장과 유엔환경계획(UNEP)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번에도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 그리고 일부 산유국이 원하는 ‘약한 협약’으로 협상이 종료되는 위기를 막아 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산업계의 참여가 제한되고 플라스틱 오염 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한 논의를 회원국들이 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회의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될 수 있도록 청원으로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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